'소통'은 립서비스? 박 대통령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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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립서비스? 박 대통령 변하지 않았다
[언론사 간담회] 총선 결과 '국회 심판'으로 해석, 친박 전횡엔 거리두기
  •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 승인 2016.04.2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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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낮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통'을 얘기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한 말들을 뜯어보면 그렇다. 앞서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남은 임기 기간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서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 협력하고 소통을 잘 이뤄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로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20대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 방식을 변화시키겠단 뜻으로 해석됐다(관련기사 : 언론 만난 박 대통령 "남은 임기, 소통 잘 이루겠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편집·보도국장들과 나눈 대화를 보면 이 같은 해석은 '오판'이었다. 박 대통령은 20대 총선 결과를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효율적인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바꾼 심판이라고 해석했다. 자연히 이번 총선 참패에 따른 개각 등 인적쇄신 가능성도 일축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가 친박을 만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진박 마케팅'으로 당내 분란을 낳았던 친박 측의 전횡과 거리를 둔 것이다. 자신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은 유승민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자기 정치를 한다고 해서 갈라진 것"이라고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사회 현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한일 위안부 합의·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하겠다", "각계각층과 협력하고 소통을 잘 이뤄나가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진정성 없는 다짐이었던 셈이다.

[20대 총선] "대통령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어, 양당체제를 3당체제로 만든 게 민의"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즉, 국회가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일할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같은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하고의 관계에서 보면, 되는 것도 없고"라면서 '국회 탓'을 했다. "이건 꼭 해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겠다 호소도 하고 국회를 찾아가기도 하고 초청해서 말씀도 나눠보고 그래도 뭔가 되는 게 없이 쭉 지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볼 적에도 국회가 양당체제로 돼 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 이러면서 되는 것도 없고 정말 무슨 식물국회라고 그런 식으로 쭉 가다 보니깐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라면서 20대 총선 결과를 '국회 심판론'으로 풀이했다.

이어 "그래서 (비효율적인)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 준 것"이라며 "3당 체제에서는 뭔가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경제활성화에도 국회 차원에서도 뭔가 실질적으로 좀 힘이 돼주고 그런 쪽으로 변화를 국민들이 바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서 이런 시각, 저런 시각 다양한 분석이 있고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든지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라면서 "(선거 때는)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경제 살리겠다 그런 얘기들이 주가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번 선거는 민생·경제를 살려라는 주문이었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아니었단 주장이었다.

새누리당의 '공천파동'과 관련해 친박 측의 책임 여부를 묻는 질문엔 "사실 제가 친박을 만든 적은 없다"라며 거리를 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면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특히 선거 때 자기의 선거 마케팅으로 자신들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갖고 친박이라고 그랬다가 탈박이라고 그랬다가 짤박이라고 그랬다가 별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내면서 한 것"이라며 "'박'자 들어간 자체가 다 자신의 정치를 위한 선거 마케팅에서 만들어낸 얘기"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에서 '진박 마케팅'을 벌였던 여당을 '디스'한 꼴이었다.

총선 결과에 대한 '다른 판단'은 개각 등 인적쇄신 요구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지금 경제적으로 이게 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도 북한이 5차 핵실험에다 SLBM 수중 사출에 여러 가지 안보가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이라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 내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회와의 협력] "여소야대보다 여당이 문제, 내부에서 시끄러우면 되는 게 없어"

▲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에서 이번 총선 참패를 두고 당청관계 재정립을 꾀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보다 사실 더 힘든 것은, 여당과 정부는 어떻게 보면 수레의 두 바퀴 아니겠나"라며 "어쨌든 계속 서로 협의를 해 가면서 같이 굴러가야 국정운영이 원활하게 되는데 내부에서 그게 안 맞아가지고 계속 삐거덕거리고 그러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라며 "그 점에 있어서 좀 미흡했다 하는 것도 이번 총선 민의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소야대, 이렇게 국민이 만들어준 틀 속에서 하는 게 더 낫지 더 어려운 것은 내부에서 계속 막 이리 간다고 그러면 저리 가야 된다고 그러고, 국민들 혼란하게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내부에서 더 시끄러우면 되는 게 하나도 없다"라고도 말했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정부와 보조를 못 맞춘 것에 대한 역풍이었단 주장이다. 또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경고장을 내민 것이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정치'로 지목했던 것에 대해선 "자기정치 한다고 막 대통령을 더 힘들게 만들고 하나도 도와주지는 않고 그런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평소의 비애같은 것, 허탈함 같은 것, 그런 것을 그때 전반적으로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유 의원에 대한 '사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유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선 "새누리당도 보니까 안정이 안 돼 있다, 앞으로 안정되고 지도 체제가 잘 안착하면 그때 협의해 판단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즉각적인 복당을 반대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이나 생각, 가치관이 엄청 다른데 섞이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3당 대표하고 만나는 것을 정례화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겠다"라면서 "곧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른 시일 내에 3당 대표를 만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사안에 따라서 여·야·정이 협의체를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고 그래서 정부하고도 계속 소통을 해가면서 일을 풀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 현안] "세월호 특조위 연장? 국민 세금 많이 들어간다"

박 대통령은 각종 사회 현안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은 인식을 드러냈다.

야3당이 폐기를 벼르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게 된다"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졸속 협상'으로 비판 받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더 미뤄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연장 문제에 대해선 '재정'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일단, 박 대통령은 국정교과서 논란과 관련," 통일이 됐을 때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올바른 통일이 되어야 한다"라면서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오히려 북한에 있기 때문에, (통일을 하면)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가 참 부러워하는 경제발전에 대해선 반노동적이라고 자라나는 사람 머릿속에 심어지기도 한다"라면서 "이런 교육은 이제 올바른 역사관으로 바꿔야 미래세대에 우리나라도 맡길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선 "(피해자 분들이) 몇 분 안 남았다.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일본의 사과도 받아내고, 그분들의 실질적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도 해 드려야 하지 않느냐 해서 어렵게 합의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논란을 의식한 듯 "소녀상 철거 문제는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 된 것인데 그런 것을 갖고 선동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우익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분명히 보고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어버이연합의 활동을 평가해달란 질문에 대해선 "시민단체가 이것 하는데 이게 '어떠냐, 저쩌냐' 하는 것을 대통령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평가하는 것도 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종합적으로 잘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공을 넘겼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6월까지 마무리 된다면 그동안 재정이 150억 원 정도 들어간다, 그것을 정리해서 서류를 만들어서 죽 해 나가려면 거기에 보태서 재정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건비도 거기에서 한 50억 원 정도 썼다고 알고 있다,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돈'을 이유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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