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본 위에 있는 ‘PPL’, 작가도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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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본 위에 있는 ‘PPL’, 작가도 괴롭다?!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4.27 15: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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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태양의 후예>는 흥행했다. 김은숙 작가의 복귀작으로,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연기 호흡으로 기대를 모은 가운데 시청률 30%를 넘는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방송사도 종영 직후 ‘스페셜 영상’을 제작해 내보낼 정도로 ‘태후 신드롬’을 이어갔다. <태양의 후예>는 광고주(협찬사)에게도 흥행했다. 극중 제품 혹은 소품 광고로 참여한 업체들이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작품성과 시청률 면에서 모두 흥행하며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다. 하지만 ‘태후’의 성공은 향후 드라마 제작진에게 ‘상업성’ 속에서 ‘절충점’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태양의 후예>의 간접광고(PPL)로 나온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간접광고는 지난 2010년 방송사의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일환으로 허용된 조치로, 드라마 속 연출된 장면에 자연스럽게 제품이 노출되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속 이른바 ‘강모연 립스틱’은 지난 3월 판매량이 16만개로 전월 대비 556% 급증했다. 남녀 주인공이 샌드위치로 해장한다는 어색한 설정으로 나온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노출된 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5%가량 증가했다.(기사 <매경 이코노미>) 또한 중국에도 드라마가 동시 방영되면서 국내 뿐 아니라 국외 마케팅 효과도 크다. 한 중국 영상 사이트에선 누적 조회 건수가 20억건을 넘을 정도로 폭발력을 보였다.

▲ <태양의 후예>에서 배우 송혜교가 바른 이른바 ‘강모연 립스틱’은 지난 3월 판매량이 16만개로 전월 대비 556% 급증했다. ⓒKBS

이렇듯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흥행을 예측하긴 어려워도 막상 ‘대박’나면 어떤 채널보다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단임을 재증명했다. 앞서 ‘천송이 코트’, ‘천송이 립스틱’, ‘치맥 열풍’을 일으켰던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광고주(협찬사)의 관심과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실제 간접광고는 작품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제품 노출을 방송시간 5% 이하, 한 브랜드당 노출 시간이 30초 이내로 제한돼 있지만, 지상파 방송 3사의 간접광고 매출액은 지난 2011년 174억원, 2012년 262억원, 2013년 336억원, 2014년 414억원(2015년 국정감사 중)으로 해마다 10~20%가량 증가하는 등 광고주의 참여가 활발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흥행이 문화상품의 인기로 이어지던 시절(1990년대 <애인>의 ‘황신혜 핀’ 등)과 달리 요즘처럼 콘텐츠(드라마)와 비즈니스(PPL)가 결합된 방식이 각광받을수록 제작진의 고충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한 회당 3~5억원가량 투입돼 제작비 부담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진은 온전히 작품으로만 승부수를 띄우긴 어렵다. 즉, 제작비를 협찬한 만큼 드라마를 통해 협찬사의 제품 홍보의 파급력을 누리려는 광고주의 입맛, 방송사의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를 PPL로 충당하려는 제작사의 입장, PPL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쓴 소리를 하는 시청자의 비난을 모르쇠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PPL 대행사들이 드라마 제작 과정에 중재 역할을 맡기도 한다. PPL 대행사들이 드라마의 작품성을 살리는 동시에 연출된 장면에 협찬사의 제품들이 자연스레 노출될 수 있도록 제작 전반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행사가 일부 역할을 맡는다 해도 드라마 자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제작진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작품성과 상업성의 사이에서 제작진의 고민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태양의 후예>의 김원석 작가도 드라마 후반부 불거졌던 PPL 논란에 대해 “의미 있게 녹이려고 애를 썼다”면서 “제작환경과 더불어 PPL에 대해 논의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솔직한 바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기사 <엑스포츠> 인터뷰)

이처럼 PPL은 드라마 현업 전선을 뛰고 있는 제작진에게 당면 과제가 됐다. <굿닥터>(KBS)의 박재범 작가는 “PPL은 어떻게 넣어야 자연스러울지 항상 고민한다. 단순히 넣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보는 분들의 감정이 깨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기사 <오마이스타> 인터뷰) 등장인물의 일상이 묘사되지 않는 장르물의 경우 PPL이 주는 제약은 더 크다. <시그널>(tvN)의 김은희 작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넣고자 노력하지만 고충이 있다”고 전했다.(기사 <이데일리> 인터뷰>) ‘막장 논란’ 속 종영한 MBC <내 딸, 금사월>의 김순옥 작가는 “유독 많은 외압이 있었고, 논란이 있었고, 눈물과 아픔, 부끄러움이 많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며 종영 소감을 토로했다.(기사 <국민일보> 해당 드라마는 특정 제품이 장시간 클로즈업되거나 뜬금없이 등장하는 등 과도한 PPL로 몸살을 앓았다.

현재로선 작품성의 영역과 제작비의 영역에서 복잡한 계산이 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몸집이 커진 드라마 산업에서 앞으로 제작진이 헤쳐갈 일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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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부랭이아님 2016-04-28 21:15:56
모든 것을 작가가하려니 괴롭지. 전문 마케터한테는 일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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