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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열정페이로 치부하기엔 열정이 너무 아깝죠”

[노동절 기획] ‘노동자성’ 찾아 언론노조 가입한 경력 6년차 구성작가 최영주 기자l승인2016.04.28 0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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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페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청년 노동자’에게 열정을 구실로 저임금 혹은 무임금으로 일을 시키는 것을 뜻(다음 백과사전)한다. 방송작가는 ‘열정페이’의 대표적인 직업군으로 꼽힌다. 조금씩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열악한 고용 환경에 놓여 불안하게 글을 쓰거나 방송 제작 보조 인력으로 일하는 방송 작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방송작가는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관행적으로도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방송작가들이 ‘노동자’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 하고 있다. <PD저널>은 언론노조에 가입한 6년차 한 구성작가에게 방송작가 유니온 출범에 동참하게 된 이유를 들어보았다.

“오늘(4월 27일) 언론노조에 가입했어요. 연차가 어느 정도 된 것도 있겠지만 방송사 시스템에 염증을 느꼈다고 할까요. 연봉의 개념 자체도 없고, 아무리 일을 해도 고료도 많이 오르지 않아요. ‘10년째 동결’이라는 말 아세요? 막내작가들은 10년째 80만원을 받는다고 하고, 저도 그랬어요. 사실 저는 10년 전과 업무환경이나 처우가 똑같을 거라고 생각을 못하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어요. 그런데 어느 선배가 달라진 게 없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갑자기 회의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 아니면 내가 바꾸기 위해 도움이 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언론노조를 알게 된 거죠.”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와 방송작가들이 함께 모여 구성한 ‘방송작가 유니온’은 현재 온라인카페를 만들어 뜻을 같이 할 방송작가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20명의 메인-서브-막내작가 등이 노조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오는 6월 언론노조 산하 방송작가노조지부 형태의 본격적인 노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 설립을 통해 방송작가 노동환경 문제를 적극 여론화하고, 오는 5월 30일 제20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법제도 개선 활동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 언론노조가 지난 2015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방송작가(응답자 647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노조

이처럼 작가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이유는 특수고용 노동형태에 속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노동권’은커녕 ‘노동자’라는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노동자라면 체결하는 근로계약도 없고, 노동자라면 의무적으로 적용받아야 할 4대보험도 가입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방송작가는, ‘노동자’라는 개념에서 봤을 때 있어도 없는 존재다.

이 같은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작가들, 특히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소속될 수 없는 서브-막내작가 중심으로 방송작가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작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되찾고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다.

그도 그 중 한 명이다. 동료와 후배들에게 비정규직의 굴레를 물려줄 수 없다는 결심으로 언론노조에 가입했다. 응원하는 동료도 있지만 걱정하는 동료도 있었다. 보통 ‘인맥’을 통해 프로그램을 맡게 되는 방송작가 고용 관행 속에서 ‘노동조합’ 가입은 자칫 사용자 측에 밉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노조에 가입하려는 작가들, 특히 낮은 연차의 작가들은 노조 가입이 알려져 작가로서 활동하지 못할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바꾸려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막내와 서브 때는 원래 힘들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다, 너 때가 좋은 거다는 식으로 넘어가다 보면 ‘1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공식을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10년 전에 비해 막내작가의 페이도 오르긴 했다. 그러나 지상파와 비지상파 간 격차도 클뿐더러, 물가상승률이나 노동시간에 대비해 살펴봤을 때 ‘정말 올랐나?’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불합리한 급여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그런 인식이 ‘변화’를 막는 요소가 될까봐 안타까워요. 부당한 현실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이렇게 ‘제도화’되어 있으니 알아서 적응해라, 못하면 나가든가 식으로 취급하는 일부 작가, 방송 관계자들의 인식이요. 저도 처음에는 지금의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당하다는 생각도 들고 회의감도 많이 느꼈어요.”

방송사가 아닌 제작사에서 일하는 작가의 경우 임금 체불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않다. 법에도, 제도에도, 관행에도 특수고용 노동자인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 자체가 각박하다”며 “고용노동부조차 작가를 노동자로 보지 않는데 PD나 다른 방송 관계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자 아닌 노동자로 살면서 때로는 부당한 대우에도 방송작가를 계속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방송작가를 꿈꿨어요. 그런데 사실, 작년 이맘때쯤까지만 해도 포기를 했어요. 두세 달 정도를 쉬었죠. 쉬는 동안에도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 자체는 재밌고, 또 나한테 너무 잘 맞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는데 환경 때문에, 조금만 바뀌면 되는데 그만두는 게 아깝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터뷰어만 해봤지 인터뷰이는 처음이라며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방송사 안팎의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도 주변에서 노조 가입을 응원해주는 PD들이 있다고 했다.

“작가는 ‘프라이드(자부심)’가 굉장히 높아요.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기 한번 펴지 못하고 눈치 보면서 글을 쓰는 건 슬픈 일이죠. 노조를 만든다고 해서 빨리 변할 거라 기대는 안 해요. ‘열정페이’라는 단어는 작가들의 실상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이 누군가에 의해 개선이 되면서 지금의 환경은 부당하다는 인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광고에서 ‘알바가 갑’이라며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도 노력해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말이죠. 그렇게 조금씩 노력해서, 느리더라도 인식이 바뀌면 좋겠어요.”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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