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가 외면하는 건 어버이연합일까 국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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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보도에 침묵한 공영방송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의 자금 지원 논란에 이어 ‘국가정보원 개입설’, ‘청와대 지시설’ 등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며 이른바 ‘어버이연합 게이트’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의혹을 해명하고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언론 특히 공영방송 KBS와 MBC 메인뉴스에서는 관련 보도를 찾기 힘들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채 사실상 의혹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어버이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 '진실은 이것입니다'에서 어버이연합 회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앞으로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있다. 추 총장은 최근 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전경련 자금수수건에 대해 잘못된 통장을 근거로 한 추측보도라고 해명했다. ⓒ뉴스1

지난 4월 11일 <시사저널>이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한 이후 언론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보도되고 있다.

그간 어버이연합이 친정부 집회와 시위, 이른바 ‘관제데모’를 주도해왔다는 논란 속에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차명계좌 자금 지원, 국정원과의 연결 의혹, 그리고 ‘친청와대’ 집회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폭로까지 어버이연합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연결고리’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연일 ‘청와대-국정원-어버이연합’ 의혹에 대한 ‘단독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는 해당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전국이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들썩이고 있고,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리고 ‘누가’ 그러한 지시를 내렸고 이 같은 의혹인 나왔는지 말이다. 그러나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메인뉴스를 보면 과연 이 같은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시사저널> 단독보도 이후부터 28일까지 KBS <뉴스9>는 단신 1건, MBC <뉴스데스크>는 1건의 관련 보도를 방송했다. 그것도 해당 의혹이 세간에 알려진지 16일 만에 나온,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외면한다는 비판 속에 나온 1건의 보도다.

KBS <뉴스9>는 지난 26일 ‘간추린 단신’을 통해 검찰이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경련 지원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으며, MBC <뉴스데스크>도 같은 날 검찰 수사 착수에 대해 보도했다.

▲ KBS <뉴스9> 4월 26일 리포트 ‘[간추린 단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상량식 외’ ⓒ화면캡처

그러나 이 한 건의 리포트로는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일부러 보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떨쳐내기에는 부족했다.

어버이연합 차명계좌 내역,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과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 사이의 문자 내용이 공개되며 청와대 개입설도 불거졌고,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판 과정에서는 국정원과 보수단체가 오랫동안 연관성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도 드러났다. 이처럼 수많은 의혹과 관계가 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과연 왜, 누가 어떤 목적에서 어버이연합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집회를 지시했는지, ‘청와대-국정원-어버이연합’ 연결고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지만, 26일 KBS와 MBC의 1건의 보도로는 이 같은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물론 언론사마다 무엇을 보도할지, 얼마만큼 어떻게 보도할지 등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공영방송 뉴스가 1건의 보도로 그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국정원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후 여러 언론을 통해 관련 보도가 나가고 또다른 의혹과 정황들이 터져나왔다. 그때도 공영방송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이번 어버이연합 게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사건은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는 물론이고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왔고, 여기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정부와 정부기관이 보수단체를 통해 여론조작을 하려 했다는 의혹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다시 공영방송사가 침묵에 가까운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 MBC <뉴스데스크> 4월 26일 리포트 ‘검찰, 어버이연합 전경련 자금 지원 의혹 관련 수사’ ⓒ화면캡처

이 같은 KBS와 MBC 메인뉴스의 보도 태도를 두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8일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언론기능 사실상 마비’라고 정의했다.

민언련은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보수단체를 사칭하는 단체를 사주해 보수 맞불집회를 열게 하고, 이를 언론이 주요하게 부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자금은 전경련 등 재벌기업들이 대주었다는 일련의 정황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두 공영방송은 마치 손으로 해를 가릴 수 있는 것처럼 이 사안을 은폐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정권장악이 아무리 심각하고, 두 공영방송 경영진의 정권 눈치보기가 아무리 도를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이쯤 되면 공영방송의 언론 기능은 마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도 29일 ‘KBS·MBC의 어버이연합 보도 은폐,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두 공영방송은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보도를 은폐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고의적으로 침해했다”며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공영방송인지 심각하게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단순히 KBS와 MBC의 보도량만을 가지고 따져 묻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두 공영방송사에 묻고 싶다. ‘편집권’은 무엇이고, ‘국민의 알 권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말이다. 한 가지 더. 공영방송 KBS와 MBC가 외면하는 건 어버이연합일까, 아니면 국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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