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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토론에 PD가 없다는데?

|contsmark0|현업 피디 출신으로 강단에 서고 있는 이 중의 한 사람이 최근 회의석상에서 언급한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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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계에는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가 자주 개최되는데 여기에 정작 피디를 비롯한 방송인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방송인들의 의사를 결집하고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이런 자리에 정작 현업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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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우선 모양새가 썰렁하고, 중요한 것은 이른바 방송정책에 대해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에 의해 논의가 주도되고 이로 인해 때로는 논의절차나 결과가 왜곡될 수도 있는 문제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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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이 그러하다. 외주비율 문제니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제작 환경 개선 등 허다한 문제들이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행사장을 가보면 끌려 나온(?) 한두 사람의 패널은 있어도 소위 플로어에는 피디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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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피디들이 참석해 질문도 하고 반론도 펴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삼삼오오 앉아서 무언의 압력도 가할 수 있으련만 정말이지 피디들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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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중의 어떤 토론회는 일부 방송 관련 단체의 세과시나 예산 집행을 위한 형식적인 것도 있다. 그래서 영양가 없는 이런 자리에 얼굴을 내미느니 현장에서 촬영 제대로 하고 편집 똑바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격무의 와중에서 모처럼 시간이 나면 잠이라도 충분히 자고 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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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통적으로 피디 사회에 통용되는 황금률 중의 하나는 “피디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나가서 떠드는 것보다 내게 맡겨진 프로그램을 잘 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인식도 필경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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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야 바른 말이지 판사가 판결로 말하고 의사가 진단과 시술로 말하듯 당연히 피디는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 이 지고지선의 말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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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는 피디로서 매우 숭고한 책무다. 그러나 이것이 프로그램외의 다른 일체의 활동을 백안시하는 터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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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의 상황에서 피디는 당근 프로그램을 열심히 하면서도 때로는 세미나에 참석해 방송전문인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하면 인터넷 매체에 글을 올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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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합회나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회원과 조합원으로부터 이런 활동을 위임받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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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현장 방송인의 진솔한 얘기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현업 피디를 모셔 오기는 거의 하늘의 별따기다. 특히 개별 프로그램 관련 토론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자를 찾기는 사뭇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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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우리 방송의 역사에서 현장의 방송인들이 프로그램을 소신껏 만들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피디들은 프로그램 하나라도 잘 만들고자 ‘피디는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는 정언명제 속에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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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말은 때로는 피디들에게 방송 제작외의 행동을 억압하는 기제로 일정 부분 기능을 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국으로 네 일이나 잘 할 일이지 다른 일을 넘보지 말라는 뜻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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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방송을 정권의 수단으로 혹은 상업주의의 도구로 여기는 세력들에 의해 방송구조와 제도는 농단되었다. 피디들이 프로그램에 매몰되어 고립되고 파편화되는 동안 이런 현실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는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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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는 프로그램으로 말해야 한다. 옳다. 그러나 이제 이 프로그램을 협의의 뜻으로 제한하지 말고 방송환경과 제작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까지를 포함하는 ‘광의의 프로그램’으로 확대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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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 프로그램의 결과로 자신이 속한 우리 방송 상황이 좀더 좋아진다면 분명 소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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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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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국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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