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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총선보도, 정치혐오 부추기는 갈등 기원 방송”

[인터뷰] 총선보도감시연대 언론 모니터 작업 총괄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김세옥 기자l승인2016.05.02 09: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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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 제20대 총선을 석 달 앞두고 27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2016 총선보도감시연대(이하 선감연)를 발족했다. 이들은 석 달 동안 지상파 3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TV조선‧채널A‧JTBC‧MBN)의 메인 뉴스인 저녁종합뉴스, 종편 3사(TV조선‧채널A‧MBN)와 보도전문채널 2사(YTN‧연합뉴스TV)의 시사토크쇼, 지상파 3사와 JTBC,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시사‧토크프로그램, 6개 조간신문(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한국)과 <연합뉴스> 등을 매일 모니터하며 총 163개의 보고서(일일브리핑‧특별보고서 142개, 주간모니터보고서 21개)를 발표했다.

선감연 모니터 보고서는 총선 기간 동안 언론에 인용 또는 전재되며 화제를 낳았다. 보고서 속 비판의 대상이었던 언론사 일부에선 보도 책임자들을 중심으로 선감연 활동을 원색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필요했고 누군가에겐 불편했던 모니터 작업을 이끌었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사무처장을 지난 4월 28일 서울 마포 민언련 사무실에서 만나 20대 총선 기간 동안 언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종합평가를 들어봤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PD저널

6공화국 시절 언론 보도 방불케 한 총선보도, 신선함 느낄 만큼 퇴행

- 이전에도 굵직한 선거 시기마다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보도 감시 활동을 진행했지만, 이번엔 모니터 감시 대상을 지상파의 메인뉴스와 일간신문뿐 아니라 종편, 보도채널의 보도, 시사토크쇼 등으로 확대했다. 이 만만치 않은 작업을 어떻게 진행했나.

“민언련에서 실무 작업을 맡았는데 인턴 활동가와 언론인을 지망하는 학생 등 7인과 민언련 활동가 4인이 매체와 프로그램을 나눠 모니터 활동을 진행했다. 사실 언론 모니터 활동은 민언련에서 평소에도 진행했지만 총선인 만큼 범위를 확대하면 좋겠다는 제안들이 나왔고 선감연을 함께 한 다른 단체들에서 지원금을 모았다. 사실 쉽지 않은 작업이긴 했다. (선감연) 내부에서조차 이렇게 한다고 뭐가 바뀌는지에 대한 회의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라도 언론을 감시하는 눈이 있다는 걸 알리는 건 중요한 부분이다. 또 언론이 선거 시기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석 달 동안의 활동에 모두 만족할 순 없지만, 주어진 인력과 재원 등의 환경 속에서 함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 석 달 동안 모니터 활동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지상파와 종편, 신문 등의 보도‧방송을 종합 평가해 달라. ▷4월 19일 선감연 종합보고서 링크

“종편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자. 이미 ‘편향’, ‘막말’ 등의 단어를 수식어처럼 달고 있는 종편이지만 그래도 선거 시기엔 스스로 엄격하려 노력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야당과 야당 정치인에 대한 인신공격성의 모욕 발언 등에 집중하는 모습은 여전했고, 더했다. 감시자의 위치에 있어야 함에도 운동원으로 뛰는 종편의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종편은 선거 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 vs 국민의당’, ‘문재인 vs 안철수’, ‘문재인 vs 김종인’ 등 야당의 갈등 구도를 재생산하고 부채질했다. 갈등을 부각하고 중계하는 언론의 태도를 흔히 문제로 지적하는데, 종편은 갈등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갈등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 여당 편향 지적이 나올 때마다 종편과 종편을 옹호하는 이들은 여당 내 문제들도 충분히 종편에서 다루고 있다고 반박한다. 총선 과정에서도 종편에서 유승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이나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옥새파동’ 등도 주요하게 다뤘다는 반박이 있다.

“여당의 갈등을 전한다고 공정하다 말할 수 있을까? 정치 편향만큼이나 종편의 나쁜 부분은 낮은 수준의 정치를 더 낮은 수준으로 요리해 장사한다는 점이다. 낮은 수준의 행태를 보이는 한국의 정치 문화와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며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진행자와 출연자가 한데 모여 낄낄대며 조롱하고 끝낸다. 그런 모습을 앞세워 우리는 여당의 갈등 상황도 전하니 불공정하지 않다고 말해도 좋은 걸까. 총선 기간 동안 종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싸움구경이었다. 막말과 갈등에 반응하며 이를 부추기는 종편의 태도는 한국의 정치뿐 아니라 사회문화에도 해악일 수밖에 없다.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 특히 조선‧동아‧매경은 종편의 교본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이들 신문에서 설정한 기사‧사설의 프레임이 오후 종편의 시사토크쇼에서 저질의 언어들로 확대‧재생산됐다. 우리는 이미 어떤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가, <동아일보>가 무슨 말을 할 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신문에서 설정한 프레임이 종편을 통해 어떻게 확장되고, 그것이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더욱 전략적인 모니터가 필요하다.”

- 다른 방송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여전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지상파 방송은 제 역할을 못했고, 그나마 SBS와 (종편인) JTBC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크게 나쁘지 않았을 뿐이다. SBS는 기계적 균형만을 잡았고, JTBC도 새로운 프레임을 짜려는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의 ‘어버이연합 게이트’나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프레임을 설정했던 모습들과 비교하면 아쉽다. KBS는 모니터보고서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듯 ‘북풍’ 일색이었다. 안보가 중요해 보도한다고 하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되레 안보 불감증을 일으킬 정도의 보도들이다. 반면 북풍을 제외하고 나면 선거를 20일쯤 남겨둔 시점부터의 KBS 선거보도 자체는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평범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선거보도들이 하향평준화 된 상황에서의 평범함으로 그나마 면피를 한 정도다.

MBC는 총선을 한 달 이전까진 무색‧무미‧무취한 보도였다. 하지만 총선 한 달을 남겨두면서부터, 비유하자면 ‘6공화국’ 시절의 구식 편파의 모습을 보였다. 여야 모두 갈등 상황에 있음에도 여당은 일하는 모습으로, 야당은 갈등을 부각시키는 식이다. 6공화국 시절 선거보도에서 경쟁하는 두 후보의 유세 현장 소식을 전하며 한 후보에 대해선 박수치고 사람들이 호응하는 모습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또 다른 후보의 유세 현장은 썰렁한 모습으로 구성했던 것과 유사한 모습으로, 과거의 구식 편파를 지금의 기자들이 하고 있었고, 그래서 되레 새로울 정도였다.(웃음)” ▷3월 28일 선감연 보고서 링크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33일 앞둔 시점이었던 3월 11일 KBS <뉴스9> 리포트 목록. 집중도가 높은 뉴스 시작 20분 이내 리포트 중 총선 관련 리포트는 두 개 뿐이다. 북한과 알파고 등에 대한 리포는 각각 네 개씩 배치됐다. ⓒKBS 뉴스 페이지 캡처

- 굵직한 선거 때마다 모니터 활동을 진행하는데 유독 이번엔 비판의 대상이 됐던 방송사의 보도 책임자 등의 반발이 많았다. 일례로 KBS 보도국 전‧현직 보직 간부를 포함한 일부 기자들이 구성한 모임에서 선감연에 대해 “동네축구 심판보다 못한 자세로 선거보도를 감시한다”, “후안무치하다” 등의 항의를 하기도 했다.

“무반응보단 반응이 좋다.(웃음) 그만큼 선감연의 지적에 아파한 반증이 아닐까. 특히 KBS의 경우 일부 기자들의 반발과 별개로 언론노조 KBS 본부 등 내부에서 선감연 보고서 내용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외부의 비판을 내부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변화를 모색하려 하는 모습에 고마웠다. 외부의 비판이 편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이런 모든 반응들 때문에 (선감연 내부에선) 더 객관적으로 모니터 해야 한다며 긴장했다. 물론 우리의 지적과 비판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들-최근의 ‘어버이연합 게이트’처럼-이 방송(언론)이라는 공론의 장에 오르지도 않는 모습들을 지적한다고 그 지적을 ‘편파’로 몰아붙이는 건 아닌지, 어쩌면 무언가를 위해 국민의 반 이상을 ‘편파’로 모는 건 아닌지 언론 스스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가 더 좋아요’ 묻는 여론조사 보도, 무슨 의미일까

-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난 이번 총선 결과만큼 주목받은 게 언론의 틀린 예측, 틀린 여론조사 보도였다. 선감연은 총선 이틀 전 모니터보고서에서 방송사들이 뒤죽박죽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심지어 그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4월 11일 선감연 보고서 링크

“모니터 초반만 해도 여론조사를 놓고 언론이 장난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여론조사 보도 관련 규정을 더 구체화했고 관련 보도를 예민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를 한 달 전부터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들의 수치가 제각각이었다.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들-표본이나 응답률, 조사방식 등-이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언론에선 문제의식 없이 여론조사 보도를 이어갔다. 심지어 문제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전하면서 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면 ‘접전’, ‘각축’ 등의 표현을 사용한 반면, 여당 후보의 경우 오차범위 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소폭 앞서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하는 곳도 있었다.

인물과 정당을 놓고 누가 더 좋은지 묻는 식의 여론조사가 필요한 지에 대해도 회의적이다. 사실 누구의 지지율이 앞서는지에 치중하는 경마식 보도가 국민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 여야가 내세운 정책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국민들은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정책 선거를 하자면서도 정작 언론은 정책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어떤 후보를 더 좋아하냐고 묻고 그 결과를 보도한다. 이런 조사로 좋은 건 여론조사로 돈을 버는 여론조사기관들 뿐이다.”

▲ 4월 11일 총선보도감시연대 주간보고서,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 재인용 ⓒ총선보도감시연대

- 모니터 보고서에선 정책보도의 부재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정책 선거와 정책 보도가 중요하다는 건 당위의 얘기지만, 사실 언제 정책 선거와 정책 보도가 이뤄진 일이 있냐는 반론도 있다.

“며칠 전(4월 26일) 민언련에서 시상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이 열렸다. 3월의 좋은 보도 수상자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불평등 해소’,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 등 총선 3대 의제를 제시한 <경향신문>이었는데, 시상식 후 대화 자리에서 수상자인 기자가 어떤 게 좋은 정책보도인지 되물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실 독자 입장에서 볼 때 지금 대부분의 정책보도는 재미없다. 정책이 국민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건 알지만, 정작 정책과 관련한 기사를 보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삶에 밀착한, 쉬운 언어로 쓰인 정책 보도가 필요하다. 각 당에서 청년 실업 대책으로 각각 어떤 정책을 냈다고 보도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청년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그래서 무엇이 필요한지, 이들은 어느 정당의 어떤 정책에 공감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의, 여성의, 소수자의 위치에서 현실을 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이들은 어떤 정책에 공감하는지를 살펴야 하는데 언론, 특히 방송의 정책보도는 부족한 가운데 전달의 형태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또 기본의 문제인데, 총선 기간 동안 언론에선 정책에 대해 후보자들이 어떤 토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 없었다. 선거 기간 동안 수많은 토론회가 열리지만 중계하지 않고, 또 토론에 불참하는 후보자들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았다. 여야의 대표들이, 유력 후보들이 어디에서 유세하고 다녔는지 보다 정책이 더 중요한 문제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모니터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모니터 활동이 언론을 바꿀 수 있는지, 어떤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모니터 활동의 의미가 유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거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조선일보>는 득세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감시하는 활동이 있었기에 지금 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의 의제 설정 방식이나 친일 관련 사안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됐다.

요즘의 고민은 언론 모니터 활동을 민언련 등 일부 언론단체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있다. 여전히 민언련엔 사회의 주요 의제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노동자들, 소수자들이 정치‧경제 권력의 입장에서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문제를 다뤄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다 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일종의 ‘씨뿌리기’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고서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객관적으로 언론을 모니터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교육하며 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방법을 찾고 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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