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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뉴스쇼 판’, 동성애 혐오 종합선물세트”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근거없는 ‘동성애=에이즈’ 주장, 노골적 차별 드러내” 김세옥 기자l승인2016.05.03 0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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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함께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이라는 게 있다. 언론 보도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다름’과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보장을 위해 그들이 차별과 소외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도적 권리보장을 촉구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의 시작을 알리는 앵커 멘트는 이렇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뉴스쇼 판>은 지금까지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졌던 동성애가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자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인 HIV 감염자는 이제 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10대와 20대 감염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에이즈 감염 경로를 두고 논란이 있긴 하지만, 시내 곳곳에는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클럽들이 운영되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동성애를 다룬 만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2016년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 4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 ⓒTV조선 화면캡처

스킨십=위험? 동성애가 찬반 양론의 문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3일 발표한 모니터보고서(▷링크)에서 “‘10대 동성애’를 ‘충격적’이라고 표현한 TV조선의 앵커 발언부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성 소수자를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편견과 혐오를 드러내는 발언일 뿐 아니라, “에이즈 감염 경로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하면서도 “시내 곳곳엔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며 에이즈 감염경로와 동성애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이어진 리포트에서 이태원 남성 동성애자 전용 클럽의 풍경과 거리 사람들의 모습을 모자이크와 실루엣 처리 후 제시하며 “거리에선 남자들끼리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 스킨십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전했다. 또 “평일 날은 사람 없는 그 사람들(동성애자)이 다 팔아줘”, “술집 있잖아요. 남자라면 호기심도 있고 얼굴 보면 예쁘장해요” 등 이태원 상인과 택시기사의 멘트를 방송했다.

TV조선은 또 “동성애 문화는 10대 청소년들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고 전하며 고등학생에게 “BL‧GL이란 말 아냐”는 질문을 던지고 “(학교에서) 팔짱 끼고 뒤에서 끌어안고 그런 애들이요”라는 답을 들은 뒤 학교에 몇 명이나 그런 학생들이 있냐는 질문을 추가로 해 “한 4~5명 있다”는 답을 끌어냈다.

▲ 4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 ⓒTV조선 화면캡처

TV조선은 이어 “인터넷상에는 동성애를 다룬 웹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웹툰에선 남성끼리의 스킨십도 거침없이 묘사된다. 청소년들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웹툰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언련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동성 간) 스킨십을 위험스러운 행동인 양 묘사하고, 이태원 밤거리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르포 형태로 담아 범죄현장이나 사회문제라도 되는 양 음험하게 부풀려 놓았을 뿐”이라며 “이는 기본적으로 ‘동성애=문제’, ‘동성애 문화=청소년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은 이어진 ‘10대~20대 에이즈 심각…“동성애 확산 때문?”’ 리포트에서 “남성 동성애가 에이즈의 주요 전파 경로인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면서도 일부 기독교 단체와 동성애자 인권단체 사이의 찬반양론으로 접근했다.

TV조선은 이 리프트에서 그래프를 사용해 두 개의 통계를 제시했는데, 우선 ‘HIV 감염경로별 순위’(①)에서 “질병관리본부는 남성 동성애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성관계를 통한 감염 사례가 98%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HIV 감염경로 4가지’(②) 도표에서 상황별 HIV 감염 확률을 제시했는데 △성관계 0.01~0.1% △주사바늘 공동사용 0.5~1% △출산 25~30% △수혈 99~100% 등이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TV조선은 (②도표에서) 질병관리본부의 ‘2016 HIV/AIDS 관리지침’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이 자료에선 ‘HIV 감염 경로 4가지’를 △“HIV 감염인과 성 관계를 갖는 경우 보통 1회 성 관계 시 HIV가 전파될 확률은 0.01~0.1%” △“오염된 주사기를 1회 같이 사용하였을 때 감염될 확률은 0.5-1%” △“HIV에 감염된 모체로부터 수직감염 전파되는 비율은 25~30% 정도” △“HIV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 받는 경우 감염될 확률은 90~100%“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언련은 “HIV 감염경로별 순위(①도표)의 수치는 (해당) 보고서의 ‘신규 HIV 감염인 보고 현황(2014년 국내현황)’에 대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데, 이 보고서에는 신규 감염인에게 감염경로에 대해 물은 결과 ‘대부분(99.8%)이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라고 답했다고 명기되어 있다”며 “TV조선은 이 보고서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이라고 보고, 학술적 감염 확률과 실제 감염 사례 중 ‘성 접촉’ 비율의 차이를 살펴보지도 않고 무작정 설문 결과라는 수치를 끌어와 그래프로 부각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4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 ⓒTV조선 화면캡처

민언련은 “TV조선은 일련의 리포트에 이어 ‘질병관리본부는 남성 동성애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성관계를 통한 감염 사례가 98%를 차지한다고 설명’이라는 부연까지 제멋대로 덧붙였지만, 질병관리본부의 해당보고서에는 ‘남성 동성애자 고위험군’이라는 내용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통계 수치를 악용해 객관적인 보도인 것처럼 위장하며 ‘남성 동성애=에이즈’라는 거짓 논리를 정당화하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에이즈는 HIV 감염인과의 혈액 교환 등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동성애 여부와 관계 없이 콘돔 등 예방책 없는 모든 성관계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며 “한국에이즈퇴치연맹도 홈페이지에 ‘Acquired lmmune Deficiency Syndrome, Gerald J.Stine,Ph.D.에서 발췌’라는 학술 자료 출처 표기와 함께 이성 간 성관계인 '콘돔 없는 질내 사정'이 콘돔착용 후 항문성교보다 감염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TV조선은 ‘요양병원 “에이즈 환자 안 돼”…현실은?’이라는 제목의 세 번째 리포트에선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모든 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 입원을 거부해선 안 된다면서도 요양병원 종사자들의 “에이즈 환자를 돌본다는 건 사실 정신적으로 가장 큰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에이즈 환자들의 입원 치료를 23개 공공요양병원과 현재 환자를 받는 세 곳의 민간 요양병원으로 제한하자는 요양병원 측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민언련은 “TV조선은 (일련의 리포트>에서 동성애를 에이즈 감염의 원인으로 몰아가며 동성애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드러내는 동시에 ‘청소년과 요양병원’이라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안을 결합시켜 공포를 자극하는 프레임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무엇보다 그동안 종교적 색채가 분명한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서 내놓은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 보도 행태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톱뉴스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충격”이라며 “언론의 기본 책무가 객관 보도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배격임을 감안할 때 TV조선은 언론의 자격을 스스로 내던졌다”고 비판했다.

덧. TV조선은 이날 동성애와 관련한 세 개의 리포트를 전하는 과정에서 “동성애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만 지속된 채 동성애가 어느새 젊은 층들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을 섹슈얼리티의 정상 형태로 인정하고 있으며, 유엔인권이사회도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인권 존중을 말하고 있다. 또한 국제질병사인분류에서도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이나 끌림, 행동, 성 정체성 등을 병리현상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동성애는 누군가가 ‘허용’ 여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으로, 최근에도 세계정신의학협회에서 관련 성명(▷링크)을 발표했다. (번역본(▷링크))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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