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조직개편안, 공영성 포기 선언 ‘조직개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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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조직개편 규탄 집회…수익·사업 중심의 ‘개악안’ 비판 높아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가 수익성 중심으로 마련한 조직개편안에 대한 의결을 예고한 가운데 KBS 구성원들이 수익은 물론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영성도 기대할 수 없는 ‘개악’이라며 철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 중심 1실 6본부 2센터 1사업부 체제 개편…4일 이사회 통과 가능성 높아

KBS이사회는 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직게규정 개정(안)’, ‘인사규정 개정(안)’, ‘개방형 직위 운영 규정 제정(안)’ 등 세 가지 사안을 놓고 의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KBS는 ‘생존을 위한 변화’를 이유로 기존 6본부(편성・보도・TV・기술・시청자・정책기획) 4센터(콘텐츠창의・라디오・제작기술・글로벌) 체제를 ‘사업 중심’의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미래사업・보도・제작・제작기술・시청자) 2센터(라디오・네트워크)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로 재편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수정개편안은 지난달 29일 경영회의를 통과했다.

KBS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전사적 전략기능을 강화하고, 직종중심에서 사업 프로세스로 재편하는 것은 물론 관료주의 제거와 책임 및 권한을 명시할 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KBS가 조직개념 전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예시로 든 기업이 ‘삼성’이다. 삼성이 지난 3월 24일 ‘뉴삼성’을 선포하며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피드와 유연성을 강조했듯이 KBS 또한 경직된 조직문화를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KBS 내부 구성원들은 해당 조직개편안이 회사의 설명처럼 효율적이거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개편이 아닌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수익과 사업만을 중시하며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갖춰야 할 ‘공영성’을 훼손시키는 ‘개악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4일 낮 12시 KBS신관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당초 KBS본부는 KBS본관 로비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측이 본관을 봉쇄하며 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가 4일 낮 12시 KBS신관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짚으며 해당 안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PD저널

공익성 상관 없이 ‘예산’과 ‘편성’ 놓고 모든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시스템

개편안에 따르면 KBS는 ‘수익’과 ‘사업’ 중심의 조직으로의 대대적인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TV본부 내 교양문화국, 기획제작국, 예능국은 신설되는 제작본부 TV프로덕션담당에 모이게 된다. 제작본부 산하에 △기획다큐 △시사정보 △지식 △교양정보 △장년층 예능 △음악 예능 △버라이어티1 △버라이어티2 △버라이어티3 등의 프로덕션을 두고 뉴스와 드라마를 제외한 KBS의 모든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드라마 조직의 강화를 위해 기존 드라마국은 ‘드라마사업부’로 신설된다.

사측은 기존 TV본부가 관료화됐고, 제작진의 창의력이 상실됐다고 지적하며 내부 경쟁체제 도입으로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작투자담당에 대한 직접 피칭(제작자가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 콘셉트 및 제작 계획을 잠재적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설득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을 의미)을 통해 내부 관료주의를 돌파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는 교양문화국・기획제작국 등 각 국에서 예산을 프로그램별로 조율해 배정했다면, 개편 후에는 각 프로덕션이 편성과 프로그램 제작 예산 배정 권한이 있는 방송본부의 제작투자담당에게 피칭을 통해 제작 투자 유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편성제작회의가 폐지되며 편성제작회의로 결정되던 협찬, 편성 결정 등의 업무는 각 채널 사업으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신설되는 1TV・2TV사업 및 제작투자담당에서 편성 및 제작비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보도본부에는 기존 보도국 편집주간과 디지털뉴스국을 각각 통합뉴스룸-방송주간과 통합뉴스룸-디지털주간으로 변경하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라디오국 1라디오부 업무를 통합뉴스룸-방송주간으로 이관해 라디오 방송 뉴스 및 프로그램 기획・편집・제작・진행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1라디오부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부서다. 기존 보도본부 내 위치했던 탐사제작부는 신설되는 제작본부로 이관된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KBS

“KBS의 근본 가치를 포기한 개악안”…사측의 경쟁력 강화 주장에도 회의적 반응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성재호 KBS본부 위원장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 조직개악안’이라고 정의했다. 투입 대비 산출에 대한 확인이 용이한 구조인 것은 물론 공영성을 포기한 듯한 개편안이라는 설명이다.

성 위원장은 “개편안이 불러올 가장 큰 문제는 KBS가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가져야 할, 임무나 의무 등 공영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이데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라며 “어제(3일) 이사회에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 방송본부가 투자 규모 결정에 있어서 흥행성, 광고사업 검토 의견, 콘텐츠투자 담당자를 결정하고 제작비 투자 규모 결정 후 편성을 최종 확정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에 공영방송이라는 게 보이는가? 삼성인지 네이버인지 어느 회사의 제작 프로세스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성 위원장은 “회사 내에 갑을관계 조직을 만들어 놨다. PD나 기자, 기술인 할 것 없이 우리를 하나의 부속품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하나의 문제는 이것이 밀실에서 추진된, 비민주적 방식으로 추진된 조직개악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조직개편안이 좋다한들 밀실에서 추진되고 구성원과 협의 없이 추진돼서 성공할 수 있나?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 직능단체 협회장들은 물론 구성원들도 이번 개편안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며 하나같이 개악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주식 KBS PD협회장은 “조직개편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제작투자담당’ 신설이다. 제작투자담당은 어찌 보면, 영국 BBC라든지 미국 스튜디오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진적 제도라고 아이러니컬하게 말할 수 있다. 커미셔닝 에디터가 좋은 기획을 들고 와서 유능한 디렉터를 모집해서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 내다파는 체계다. 그러나 KBS는 그게 아니다”라며 “제작투자시스템은 세 명이 결정한다. 제작투자담당, 방송본부장, 사장 세 명이 프로그램을 결정하게 된다. 편성제작회의가 폐지되고 오직 세 명이 결정하는데 이들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장을 포함한 소수가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시청률이 낮은 시사프로그램과 교양프로그램 제작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드라마의 경우로 살펴보면 단막극은 물론 실험성 강한 드라마 등 시청률과 수익성 면에서 효과가 낮은 드라마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 협회장은 “사장 직속으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경쟁력은 갖다 버린 것, 이게 현재 추진되는 조직개편”이라며 “고대영 사장이 말한 수신료에 대한 효율적 집행, 경쟁력 강화는 우리 모두 동의한다. KBS가 재정적 위기 직면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 측면에서 봐도 전혀 반대의 길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굉장한 개악안이고 경쟁력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KBS의 한 드라마 PD는 “KGCS(KBS Global Contents Syndication, KBS와 KBS 자회사가 펀드를 조성해 만든 문화산업전문회사) 펀드, 흔히 문전사(문화산업전문회사) 펀드라고 하는데 이걸 방송본부로 넘긴다고 한다. 이 펀드가 방송본부로 넘어가서 투자나 사업성으로만 운영되면, 1년 12달 중국과 일본에서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만 기획될지 모른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공영성은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을 통한 다른 드라마를 보여주는 건데, (드라마를) 사업성 위주로만 보면 KBS다운 드라마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가 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직게규정 개정(안)’, ‘인사규정 개정(안)’, ‘개방형 직위 운영 규정 제정(안)’ 등 세 가지 사안을 놓고 의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사측이 본관을 차단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KBS본부 “조직개악, 반드시 원상복구 할 것”

보도본부 역시 <시사기획 창> 등 기자들이 제작하는 시사프로그램이 제작본부로 이관되는데, 제작본부 소속 프로그램이 예산을 배정받고 편성을 받으려면 ‘피칭’에 나서야 한다. 결국 경쟁에서 탈락하면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없다. 이병도 기자협회장은 “시사제작국 시사프로그램을 제작본부로 옮겨서 예산을 가지고 틀어쥐고 축소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협회장은 “탐사보도팀은 신설되는 보도기획부 산하 조직으로 옮겨진다. 보도기획부는 보도본부의 앞날을 끌어가는 전략을 세우는 곳이다. 이런 곳에 취재 파트를 보내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머리와 손이 같이 붙어 다니는 기형적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도기획부장 밑에서 아이템 눈치를 볼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뉴스밖에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탐사보도팀이 유야무야 흐지부지 없어지는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마지막으로 이사회에 촉구한다. 이번 ‘조직개편안’의 문제점은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난 공영방송 KBS의 ‘살 길’과 관련된 것이다. 단순히 노동조합과 각 협회의 주장과 의견을 ‘직종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사측의 주장에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며 “이번 조직개편안이 설령 이사회를 통과하더라도 향후 전개될 공영방송 정상화와 언론장악 적폐 청산 과정에서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이번 ‘조직개악’을 반드시 원상 복구할 것이다 그리고 고대영 사장과 공영방송 포기 선언에 부화뇌동한 자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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