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野이사 “조직개편안, 독립성·자율성 침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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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단독 처리 규탄 성명 발표…노조 “책임 끝까지 물을 것”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 여당 추천 이사들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4일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며 KBS 내부가 들끓고 있다. 개편안의 문제점과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퇴장한 야당 추천 이사들은 해당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구성원들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KBS이사회는 4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직제규정 개정(안)’, ‘인사규정 개정(안)’, ‘개방형 직위 운영 규정 제정(안)’ 등 세 가지 사안을 놓고 의결 여부를 논의한 결과 야당 이사 4인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6인 이사 찬성으로 수정 의결됐다. 이인호 이사장은 기권했다. 해당 조직개편안은 빠르면 오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KBS는 ‘생존을 위한 변화’를 이유로 ‘사업 중심’의 1실(전략기획실) 6본부(방송・미래사업・보도・제작・제작기술・시청자) 2센터(라디오・네트워크) 1사업부(드라마사업부) 체제로 재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전사적 전략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직종중심에서 사업 프로세스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은 수익과 사업에만 초점이 맞춰진 해당 개편안은 공영방송 KBS의 핵심가치인 ‘공영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수익성’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개편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4월 19일 양대노조 설명회와 이후 각 직능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제외하고 전사적 차원의 의견수렴은 없이 진행된 조직개편이라 내부에서는 ‘밀실개편’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 4일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를 통과한 KBS 조직개편안 중 일부. ⓒ제공=언론노조 KBS본부

야당 추천 이사 “제작의 독립성・자율성 사라질 것”

이날 이사회에서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펼치다 퇴장한 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 등 야당 추천 이사 4인은 오후 늦게 성명을 내고 해당 조직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야당 이사들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경영진이 구성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사들의 제안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음을 지적했다.

야당 이사들은 “4월 20일 이사회에 상정된 조직개편 초안을 보고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영방송 KBS의 미래를 좌우할 조직개편안이 공영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고 오직 효율성이나 수익성만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안은 모든 권한을 방송본부와 미래사업본부에 집중시켜 또 다른 비효율적 칸막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나마 남아 있던 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거의 사라지고 더 강력한 통제 시스템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당 이사들은 이번 개편안에서 기존 편성제작회의를 없애고 방송본부를 신설해 예산 및 편성권을 독점하도록 한 것은 결과적으로 편성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TV본부 내 교양문화국, 기획제작국, 예능국은 신설되는 제작본부 TV프로덕션담당에 모이게 되는데,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방송본부의 제작투자담당에게 피칭을 통해 제작 투자 유치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새로운 예산 배정 및 편성 시스템에 대해 야당 이사들은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정신을 구현한 편성제작회의를 제작 투자 담당자들로 대체하는 것으로 자율성을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이사들은 “드라마 예능의 경우 제작부서가 실질적인 제작 자원을 결정하지 못함으로써 제작 기획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며, 이러한 조직개편에 실망한 유능한 PD들이 대대적으로 KBS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게 수익성을 담보하는 것인가?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예산이 방송본부와 미래사업본부로 흩어져 전략적인 투자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내부 구성원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야당 이사들은 “우리는 구성원들의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단 일주일이라도 더 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고대영 사장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했다”며 “공영방송 KBS 이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개편 논의를 해야 할 다수 이사들은 경영진의 무성의함을 방관했고, 시간을 더 줄 경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늘 표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고대영 사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고, 이사로서 책임을 져야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스스로의 권한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 이사들은 “이후 조직 개편으로 인해 우려되는 공영성의 훼손, 시청자의 신뢰 상실, 수익성 감소 등 모든 부작용에 대해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다수 이사들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본부 “조직개편의 책임, 끝까지 물을 것”

여당 이사들이 개편안을 수정의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조직개편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회사 스스로 밝힌 것처럼 ‘흥행성과 수익성의 잣대’ 아래 공익적인 시사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는 신음하다 고사할 것이고, 교양프로그램은 감동과 공익보다 ‘말초적인 재미’에 내몰릴 것”이라며 “라디오 시사・정보프로그램은 보도본부의 기형적인 운영과 관리 통제 아래 현재의 ‘KBS뉴스’처럼 ‘공정한 뉴스’도 ‘유익한 정보’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췄다.

또 KBS본부는 “드라마 역시 <제빵왕 김탁구>, <어셈블리> 등 KBS만이 방송할 수 있는 공익과 흥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드라마들은 사라지고 오직 한류에 기댄 ‘로맨틱 코미디’만이 피칭(pitching)을 통과할 것이며, 예능 역시 경쟁사 프로그램보다는 내부 구성원과 우리 프로그램끼리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내몰려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조직개편안이 실제 시행되면 KBS를 송두리째 말아먹을 수 있는 위험이 크게 내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영 사장과 6인의 이사는 무슨 생각과 배짱으로 단 2주 만에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밀어 붙였는가”라고 반문했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과 거수기 역할을 한 6인의 이사는 조직개편으로 벌어질 향후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경영적인 책임은 물론 모든 법적 책임도 져야만 한다. KBS본부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일며 “또한 지난 8년 간 지속되어 온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에서 생긴 모든 적폐를 청산할 것이며 이번 조직개악도 반드시 ‘원상 복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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