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행복의 인사를 건네던 ‘유디’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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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행복의 인사를 건네던 ‘유디’를 보내며…
아듀! 6대 ‘볼륨’ DJ 유인나, 그리고 20년의 파노라마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05.09 1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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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끝까지 행복해야죠? 우린, 더, 행복해질 거예요”

매일 ‘행복의 주문’을 걸던 DJ 유인나가 KBS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서 8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했다. 1인 여성 DJ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많고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볼륨을 높여요>(이하 <볼륨>)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DJ가 바뀌어도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남동생’ 팬들을 유독 많이 지닌 <볼륨>이지만, 그 인기를 넘어 여성청취자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아온 ‘볼륨DJ’들을 다시 한 번 추억해본다.

▲ KBS Cool FM <볼륨을 높여요> 1대 DJ 이본 ⓒKBS '보이는 라디오'

# 1대 DJ, 이본 (1995년 4월~2004년 10월)

"여러분 사랑해요"

9년 6개월 동안 <볼륨>을 이끌었던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볼륨>도 없었을 거다. 그녀가 처음 라디오 DJ로 나섰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가수와 작곡가 등의 음악인 DJ들이 주류였다. 간혹 연기자 DJ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연기자 출신의, 그것도 저녁 시간대를 책임지는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 DJ는 흔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가지였다. 지금보다 훨씬 라디오의 ‘매체력’이 강했던 그 시절, 여타 DJ와는 다른 톡톡 튀는 목소리는 기성세대로부터 “저게 무슨 라디오 DJ야?”, “조만간 사라지겠네”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 하지만 전에 볼 수 없었던 꾸밈없는 솔직함은 젊은 청취자층의 새로운 유입을 가져왔다. 후에 이본은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비판 속에 더 오기가 생겼고, 나만의 색깔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밝혔다. 90년대 후반, 지금은 까마득한 ‘라디오 전성시대’의 끝자락을 함께한 그녀이기에 그 시대를 함께한 애청자들에게 더 큰 존재로 남아 있다.

▲ KBS Cool FM <볼륨을 높여요> 2대/5대 DJ 최강희 ⓒKBS

# 2대/5대 DJ, 최강희 (2004년 10월~2006년 10월 / 2011년 1월~2011년 10월)

“행복해주세요”

라디오라는 매체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9년 이상 자리를 잡아왔던 인기 DJ의 빈자리를 메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연 어수룩한, 4차원의 이미지인 그녀가 똑 부러지던 이본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컸다. 특히 방송 초반에는 특유의 어색한 어투가 전문 DJ로서는 어울리지 않게 비춰져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숙달된 여타 DJ와는 또 다른 매력이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칭 타칭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DJ’로 자리매김한 최강희는 어느새 두터워진 고정 청취층으로부터 ‘강짱’이라는 애칭을 얻는다. 1대 DJ 이본에 이어, 여성스러운 목소리보다는 독특한 색을 가진 목소리가 <볼륨>만의 매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청취자의 한마디, 게스트의 농담 하나에 깜짝깜짝 놀라며 “아~ 정말요?”라고 대답하는 목소리는 듣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DJ로서는 짧다면 짧을, 배우로서는 길다면 긴 2년의 시간을 끝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났다. 이후 2011년, 최강희는 약 10개월 간 다시 <볼륨>의 DJ로 활약하다 뒷시간대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후속으로 편성된 <최강희의 야간비행>을 진행했다.

▲ KBS Cool FM <볼륨을 높여요> 3대 DJ 메이비 ⓒKBS

# 3대 DJ, 메이비 (2006년 10월~2010년 4월)

“여러분 사랑합니다”

이전 DJ들에 비해, 주로 작사가로만 활동하다 당시 겨우 1집을 낸 가수 메이비는 ‘누구지?’ 하는 사람들의 어리둥절함과 함께 등장했다. 최강희 DJ 시절부터 게스트로 활약하며 <볼륨> 애청자들에게는 ‘귓도장’을 찍긴 했지만, 역시 ‘DJ로서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방송 초반에는 대본을 읽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날 정도여서 시험대에 올랐지만, 걱정도 잠시, 다른 DJ들에 비해 한 옥타브쯤 올라간, 한 톤 정도 더 밝은 목소리는 사람들을 사로잡게 된다. 또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진행은 때로는 ‘조증’이 아니냐는, 과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이 역시 애청자들에게는 중독적인 에너지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메이비는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놓치지 않으며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메이비 DJ 시절, 방송 중반에 한 청취자의 선물로 배구공이 도착했는데,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착안해 배구공에 눈, 코, 입을 그리고 PD가 전자음 목소리로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윌슨’이라는 가상인물이 탄생한 일화는 유명하다. 윌슨은 까칠함의 대명사로 떠오르며 그녀와 찰떡호흡을 자랑하기도 했다. 윌슨은 후에 KBS 새벽 방송 <올댓차트> DJ 자리까지 꿰찼다.

▲ KBS Cool FM <볼륨을 높여요> 4대 DJ 나르샤 ⓒKBS

# 4대 DJ, 나르샤 (2010년 4월~2010년 12월)

“내일 8시까지 먼저 와서 기다릴게요”

역대 볼륨 DJ들이 최소 2년 이상 자리를 맡아온 것에 비해,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함께하지 못한 나르샤는 DJ로서 짧지만 강한 존재를 드러냈었다. 그녀는 방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진행됐던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옆집누나’, ‘옆집언니’같은 매력으로 다가갔다. 그동안의 <볼륨> DJ와는 다르게, 첫 방송 때부터 안정적인 진행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라디오 진행과 동시에 시작돼버린 바쁜 솔로 활동과 일본으로의 활동 확대 등으로 매일 자리를 지켜야하는 라디오는 버거웠다. 기간은 짧아도 큰 ‘볼륨 사랑’을 드러냈었기 때문에, 팬들은 그녀가 언젠가 라디오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 KBS Cool FM <볼륨을 높여요> 6대 DJ 유인나 ⓒKBS

# 6대 DJ, 유인나 (2011년 11월~2016년 5월)

“우린, 더, 행복해질 거예요”

‘할머니 DJ’가 될 때까지 볼륨을 지킬 거라고 말했던, 그만큼 애정이 남달랐던 DJ 유인나는 애청자들에 유디(유인나+디제이), 꿀디(꿀목소리+디제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그녀는 최강희가 5대 DJ로 있었던 후반 즈음 스페셜 DJ로 많은 활약을 했는데, 특유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는 방송 초반 양분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 애교가 꾸며낸 목소리가 아닌, 원래의 ‘초긍정 성격’ 덕분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고정 청취자들을 불러 모으게 된다. 6대 DJ로 확정되고 나서는, 그 목소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여성청취자들이 ‘언니앓이’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들이 사는 세상’(이사세)이라는 매일 코너에서 유인나는 1인 다역 목소리 연기를 소화해내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유양, 유 과장, 슈퍼아줌마, 유양 할머니, 유치원생 등을 넘나들며 매일 이야기를 꾸며나간 콩트는 매일 한편의 단막극과도 같았다. 4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이 더 큰 위로를 받았다는 유디가 언젠가 ‘아줌마 DJ’, ‘할머니 DJ’로 다시 볼륨 앞에 설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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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애청자 2016-05-09 13:29:11
우리꿀디유디.마침표가아닌.쉼표라생각하고.돌아올그날까지.기다릴게요.!!!유인나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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