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새노조, 길환영 전 사장 ‘방송법 위반’ 고발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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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전 보도국장 재판 과정에서 길 전 사장의 ‘방송독립성’ 침해 인정…“중대한 범죄”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KBS 뉴스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폭로 속에 해임된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길 전 사장의 뉴스 개입 의혹을 폭로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징계무효소송 공판 과정에서 법원이 길 전 사장의 방송독립성 침해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KBS본부는 10일 성명을 내고 길 전 사장을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제2항 위반으로 이번 주 내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임을 밝히며 “공영방송 KBS의 사장은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이를 침해하거나 위반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제4조제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KBS본부가 길 전 사장을 고발하게 된 계기는 길 전 사장의 개입 의혹을 폭로해 징계를 받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원이 길 전 사장의 방송 독립성 침해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기 때문이다.

▲ 길환영 KBS 사장이 김시곤 보도국장의 막말 파문과 관련 지난 2014년 5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 효자동 사무소 앞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뒤 청와대 방향으로 떠나고 있다. ⓒ뉴스1

법원,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 인정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도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9일 김 전 보도국장의 징계무효확인소송 1심 판결선고에서 김 전 국장에 대한 징계사유 존재 여부를 판단하며 길환영 전 사장이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왔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3월경 김 전 보도국장을 비롯한 보도본부장 및 국장급 간부들에게 ‘기계적 중립’을 포기하라는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기계적 중립’은 전체적 맥락을 무시하고 여러 의견을 단순화시키며 의견 비율도 1:1로 방송함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진실을 가리게 된다는 비판도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기계적 중립을 포기하라’는 길 전 사장의 발언은 이후 길 전 사장의 KBS 뉴스 보도 개입과 그 개입 내용, 길 전 사장의 지위와 김 전 보도국장을 비롯한 간부들과의 관계에 비춰볼 때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편파적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하거나 그러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길 전 사장의 해당 발언이 KBS 보도본부의 보도 내용에 개입해 독립성을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보도 지시・개입한 사실도 인정…“방송법 위반한 중대한 범죄”

재판부는 길 전 사장이 보도 독립성을 침해한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보도를 지시・개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길 전 사장은 기계적 중립을 포기하라는 발언 외에도 취임 이후 김 전 보도국장으로부터 KBS 메인뉴스인 <뉴스9> 큐시트를 지속적으로 받아봤고, 지난 2014년 4월 23일에는 김 전 보도국장에게 <뉴스9>에서 대통령 관련 리포트 순서를 앞쪽으로 배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길 전 사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인 2014년 5월 5일에는 김 전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편집주간, 취재주간이 참석한 회의에서 ‘9시 뉴스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실제로 해경에 대한 비판 기사 원고의 내용이 상당 부분 완화돼 방송됐다.

▲ 길환영 전 사장이 해경 비판의 정도를 완화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2014년 5월 5일 보도된 KBS <뉴스9> ‘[이슈&뉴스] 해상 구조 시스템 재정비 시급’ 리포트. ⓒ화면캡처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들이 공영방송 KBS의 대표자이자 업무총괄자로서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해야 하는 등 공적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수정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사장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단순한 의견제시라 해도 실질적으로 실무자들에게 강한 압박이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어 결과적으로 방송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로 길 전 사장의 지시대로 해경 비판의 정도가 완화되고, 대통령 관련 뉴스 항목도 대부분 주요 뉴스가 보도되는 러닝타임 20분 안에 배치되어 방송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재판부는 길 전 사장이 <뉴스9>에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내용이 방영될 수 있도록 수시로 지시・개입해 결과적으로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KBS본부는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 결과가 바로 방송법 제4조제2항을 위배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조항을 위반할 경우 동법 제10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KBS본부는 “KBS를 망쳐놓고도 ‘떠나면 그만’이라는 오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제동을 걸고자 함이다. 이는 고대영 사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과 주요 간부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것”이라며 “KBS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은 법에서 보장한 책임이자 의무이며, 이를 지키고 보장하는 것이 회사 경영진의 임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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