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8년, ‘시사풍자 라디오’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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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8년, ‘시사풍자 라디오’가 사라졌다
KBS·SBS ·MBC 라디오 중 시사풍자 프로그램 단 한 개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05.11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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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S‧SBS‧MBC '3사' 라디오 프로그램 중 시사풍자 프로그램은 햇수로 44년 째 이어지고 있는 MBC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유일하다. 진행자 강석과 김혜영은 1987년부터 30년 동안 ‘돌도사’, '양심보감' 등의 인기 시사콩트 코너를 연기해왔다. 지금은 ‘시사가중계’, ‘뉴스와 정(면) 도전’ 등의 코너에서 사회‧정치 이슈를 전하며 간간이 풍자를 곁들이고 있다.

이밖에 시사풍자 코너가 하나라도 있는 프로그램은 매일 약 5분 동안 시사콩트를 선보이는 KBS <황정민의 FM대행진>(이하 <FM대행진>) 뿐이다. <FM대행진> ‘안윤상은 빅마우스’ 코너에서는 5분 동안 시사 이슈 전달과 함께 개그맨 안윤상이 성대모사 콩트를 짧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수많았던 라디오 시사풍자 프로그램과 코너들이 자취를 감췄다. '3사'를 벗어나 tbs 교통방송, 경인방송 iFM 등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tbs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이하 <9595쇼>)를 진행하고 있는 배칠수, 전영미와 iFM <노명호, 양희성의 시사자유구역> 진행자 양희성은 '3사'에서 활동하다 개편으로 교체된 후 이곳으로 넘어왔다.

▲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MBC

물론 라디오에서도 시사풍자 프로그램이 꽃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배칠수, 전영미, 최양락, 김학도 등의 방송인들이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석희 앵커, 전원책 변호사, 나경원 국회의원 등 분야를 넘나드는 인물들을 성대모사하며 큰 웃음을 줬다.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이하 <재미있는 라디오>)는 그 시대의 대표적인 시사풍자 프로그램이다. 2002년 처음 방송이 시작된 후 최양락과 배칠수는 김종필 전 국회의원,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와 풍자로 이뤄진 ‘3김 퀴즈’,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 이어진 ‘대통퀴즈’, 그리고 ‘대충토론’ 등의 코너를 꾸미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이 코너들은 모두 사라졌다. 프로그램은 지금도 건재하지만, 2014년 개편 이후 시사풍자 코너들은 보이지 않는다.

SBS <와와쇼>는 <재미있는 라디오>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던 대표 시사풍자 프로그램이다. 2001년 탄생해 2002년부터 배칠수, 김학도를 진행자로 내세워 거침없는 시사풍자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배칠수, 전영미의 찰떡궁합 호흡이 2004년부터 6년 넘게 이어졌지만, 2010년 프로그램 개편으로 돌연 진행자가 교체됐다.

장수 시사풍자 코너와 프로그램들이 모두 이명박 정권 시절 하나, 둘 사라져버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처음부터 설 자리도 찾지 못하고 있는 형세다.

그나마 SBS에서만 꾸준히 시사풍자를 위한 시도가 있어왔다. 2011년 이명박 정권이 끝나갈 때 즈음 개그맨 박준형이 진행자로 나선 SBS <박준형의 시사 갈갈>이 그 예다.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지 않고도 시사풍자를 맛깔나게 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어 2012년 박영진, 박지선이라는 신세대 개그맨을 필두로 SBS <박영진, 박지선의 명랑특급>(이하 <명랑특급>)에서 시사풍자 코너를 선보였지만 아쉽게도 작년 말 끝이 났다.

▲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MBC

이같은 현상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강화된 방송사 내부의 아이템 검열과 심의 제재의 영향이 라디오에까지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MBC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십여 년간 시사풍자 코너를 이끌다 2014년 개편 이후 교체돼 tbs <9595쇼>에서 시사풍자 코너를 이어가고 있는 박찬혁 작가는 ‘3사’ 라디오에서 시사풍자가 사라진 것에 대해 “이유는 짐작하시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다들 부담스러워 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태클이 들어오거나 압력을 받는 일들이 있으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작가는 10년 이상 몸담고 있었던 MBC를 떠난 당시에 대해 “더 이상 MBC에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하던 프로그램도 그렇게 없어졌다”며 “(MBC에서) 조금 더 위축시키려는 움직임들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실제 2013년 <재미있는 라디오>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배임 혐의를 풍자했다 담당 PD가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또 라디오 방송 내용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의 사후심의는 내부 PD들의 자기검열을 더 높여 놓았다. 2014년 MBC PD협회 주최로 이뤄진 익명의 인터뷰에서 MBC 라디오 PD들은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한 MBC 라디오 PD는 “방심위에 ‘지상파라디오심의팀’이 생겨나면서(2011년) 심의가 더 엄격해졌다”며 “예전엔 항의나 민원이 들어왔을 때 심의를 했다면 요즘은 라디오심의팀에서 모니터링을 일일이 진행한다. 방통심위 제재가 많아지면서 사장부터 국장, PD에 이르기까지 MBC조직 내부의 자기 검열이 심해지는 분위기다. 예전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최근 tbs <9595쇼>에 대한 검열 사례에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9595쇼>는 작년 12월 ‘복면금지법’을 풍자했다가 방통심위로부터 ‘품위유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견제시’ 심의제재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에 대한 다수의 풍자에 대해 ‘시사풍자 프로그램이라도 일방적인 비판과 지나친 희화는 다양한 입장과 시각을 가지고 있는 청취자에게 일부 불쾌감을 줄 수 있어 관련 심의규정(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역시 ‘의견제시’라는 심의제재를 받았다.

이에 대해 <9595쇼> 박찬혁 작가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너무 자주 있었던 일”이라며 “아무래도 그런 제재가 들어오면 위축이 조금씩 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례들이 너무 잦다 보니 지금은 익숙해졌다. 상황을 봤을 때 합리적으로 잘못한 건지를 생각해보고 정말 반성할 일, 실수한 일이 있으면 반성하고 고쳐야겠다 싶은데, 이건 그렇게 수긍이 가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위축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며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은 거기에 못 견디고 없어지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 SBS 러브FM <배칠수, 전영미의 와와쇼> ⓒSBS

‘촌철살인’의 힘을 가진 라디오 시사풍자는 TV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군더더기없이 말로만 핵심을 찌르는 속시원함이 공감과 웃음을 유발한다.

코미디를 넘어,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어제 저녁, 혹은 오늘 아침에 벌어진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콩트를 펼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함께 살펴본다. 이는 JTBC <썰전>도, KBS <개그콘서트>도 따라오지 못한다. 

TV에서 풍자 코미디로 활약 중인 유민상과 김대성, 박영진 등의 개그맨들이 라디오에서도 시사풍자 콩트를 펼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 배칠수와 최양락, 전영미 등의 뒤를 이어 차세대 라디오 시사풍자 주역이 활약하기 시작한다면 또 다른 재미가 넘쳐나지 않을까. <나는 꼼수다>를 통해 팟캐스트가 부상하고, '여의도 텔레토비'를 통해 tvN <SNL>이 부상한 것과 같이, ‘위기’에 놓인 라디오 매체가 새롭게 떠오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편에서 이야기하는 시사만담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고, 코미디에서의 시사풍자는 ‘품위유지’를 이유로 제재를 받는 요즘, ‘윗분’들의 행태가 코미디이니 더 이상의 풍자 개그는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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