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수장학회 MBC 비밀회동 보도 ‘한겨레’ 기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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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비법 위반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 확정…최성진 기자 “같은 상황 와도 또 보도하겠다”

▲ 최성진 기자 ⓒ한겨레

법원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고(故)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당시 MBC 기획홍보본부장(현 대전MBC 사장)의 정수장학회 소유 MBC 지분 매각 논의를 보도한 최경진 <한겨레> 기자에게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를 확정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경미한 경우 일정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해당 기간이 지나면 선고의 효력은 사라진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성진 기자에게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기자는 2012년 10월 8일 고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 사이에서 논의된 지분 매각 계획을 휴대전화로 듣고 대화록 형태로 보도했다.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100%를 매각해 그 돈으로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 장학금 지원 등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후원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최 기자는 취재 당시 최 전 이사장과 통화하며 녹음을 시작했는데, 최 전 이사장이 최 기자와의 통화를 마친 후 휴대전화를 종료하지 않은 채 이 본부장과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매각에 대한 논의를 했다. 때문에 녹음을 하며 통화를 했던 최 기자의 휴대전화에 이 비밀회동의 내용이 그대로 녹음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이미 녹음을 진행 중이었던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이어진 경우 녹음을 중단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녹음과 보도를 한 행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녹음이 불법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보도 자체도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대화를 몰래 부분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 징역 4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 2012년 10월 <한겨레> 보도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공개되지 않은 대화라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청취·녹음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생긴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이에 따라 보도 행위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최 기자가 대화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며 2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선고 직후 최 기자는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기자의 일”이라며 “정수장학회 비밀회동 취재 상황이 다시 한 번 펼쳐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권력 집단에 불리한 진실, 감춰진 진실을 국민 앞에 드러내면 흔히 죄가 되는 언론자유 후진국에 산다 해서 기자가 해야 할 일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도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청취·녹음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며 유죄를 선고했지만, 이는 현실을 너무도 간과한 판단”이라며 “유력 대선 후보와 관련한 정치적 모의를 듣고 그 어떤 기자가 상대방에게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고 알리거나 대화를 들어도 괜찮냐고 물어본단 말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판결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알 권리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며 “최 기자의 행위는 공익을 위한 취재·보도가 명백함에도 재판부가 법 조문을 너무 좁게 해석하는 우를 범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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