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 기대만큼 흥하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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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 SBS <딴따라> ⓒSBS

연예·방송계 이야기는 대중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 톱스타와 아이돌이 있는 곳. 인생의 밑바닥에서 최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곳. 그러다 한 순간 나락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곳. 따라서 연예·방송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는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연예’, ‘방송’이라는 소재가 지닌 힘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들은 방송가에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딴따라>. 주인공은 지성과 혜리다. <킬미 힐미>(MBC)에서 1인 7역의 다중인격 장애를 지닌 인물로 분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지성과 <진짜 사나이>(MBC)에서 특유의 애교로 스타 반열에 오르고, <응답하라 1988>(tvN)로 연기력을 입증 받은 혜리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캐스팅에 공을 들인 것치곤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도 답보 상태다. 반환점을 찍은 <딴따라>는 근소한 차이로 수목극 시청률 1위이지만 8~9%대 머물고 있다.

<딴따라>의 스토리라인은 단순하다. 연예계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을 만든 장본인이자,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잘 나가는 이사였던 신석호(지성 분)가 동종업계 사람들의 배신과 음모로 사건에 휘말리면서 바닥으로 추락한다. 석호는 신생 ‘망고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가수를 꿈꾸는 ‘딴따라 밴드’를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석호가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하늘(강민혁 분)과 그린이(혜리 분)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단순한 스토리 속 캐릭터들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성이 열연하는 ‘석호’ 캐릭터는 예측 가능한 인물이다. 극적인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던 이전과 비교하면, 매력적이지 않다. 혜리가 맡은 ‘그린’이라는 인물은 기시감을 떨치기 어렵다. 혜리는 제작 발표회 당시 “그린이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수록 덕선이 때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지만,(기사) 적은 출연 분량 때문인지, 털털하고 활발한 ‘덕선이’이에서 ‘차분한 덕선이’로 보인다.

무엇보다 <딴따라>가 부진한 이유는 단조로운 스토리와 캐릭터 외에도 드라마의 방향성에 갈피를 잡지 못한 측면이 크다. 그간 연예·방송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들이 종종 방영됐다. 연예·방송계를 드라마의 배경으로 삼거나, ‘전문직 드라마’로 전면에 앞세운 경우로 나뉘었다. ‘연예계’라는 소재 차용하되, 드라마에 어떻게 녹여내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시청자 반응도 좌지우지됐다.

전자의 경우, 연예·방송계를 무대로 삼으면서 인물 간 관계에 집중한다. 예컨대 MBC <최고의 사랑>은 톱스타 독고진(차승원 분)과 한창 휘날렸던 걸그룹 ‘국보소녀’에서 ‘찬밥 신세’ 취급을 받게 된 구애정(공효진 분)의 에피소드로 연예계 현실을 일부 조명하되 ‘로맨스’에 힘을 실어 큰 호응을 얻었다. 방송사 드라마국을 무대로 한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은 드라마 PD인 지오와 준영, 드라마국 사람들 간 갈등과 화해를 인생에 빗대어 풀어내, ‘노희경 작가 작품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 SBS <딴따라> ⓒSBS

후자의 경우 연예·방송계를 ‘전문직 드라마’로 다가선다. 연예·방송계를 의학 드라마, 법률 드라마처럼 하나의 전문직 영역으로 다루는 것이다. 시청률 20%대를 무난히 넘겼던 SBS <온에어>는 PD, 작가, 매니저 간 제작 현장에서의 힘겨루기를 방점을 찍었다.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스태프, 보조출연 반장, 제작사 관계자, 배우, 매니저의 일 뿐 아니라 방송국 매점, 가발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도면까지 그려가면서 취재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전문직 드라마의 디테일을 살렸다.

물론 <드라마의 제왕>(SBS), 아이돌 그룹이 나오는 <미남이시네요>(SBS) 등 당초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 전개에 힘이 빠지면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어쨌든 연예·방송계 이야기는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지만 스토리, 캐릭터, 드라마의 방향성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딴따라>의 현재를 보면 인물들의 성장 혹은 로맨스에 기대기엔 ‘알맹이’가 작고, ‘전문직 드라마’라기엔 어중간하다. 그래서인지 기대를 모았던 연기자들의 연기는 어쩐지 조심스러워 보이고, 연예계 이면을 보여주는 듯한 에피소드는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드라마의 전반부를 마친 <딴따라>, 과연 후반부에서 애매함을 버리고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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