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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빈자리에 위기감… 그래도 희망 있다”

[PD VS PD] ‘지역방송 장수 막내 PD’ 서현 안동MBC PD, 김영수 충주MBC PD 이선민 기자l승인2016.05.19 04: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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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연출 경력은 중견인데 '막내'라는 어색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비운의 지역PD들이 있다. 5년은 우습고 7년, 8년, 10년 심지어 13년 동안 막내 생활을 한 이들이다. 취업사이트에서 지역방송의 신입 PD 채용 공고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니 후배 PD를 기다리는 막내 PD의 애환이 눈물겹다.

오랜 기다림 끝에 13년 막내 생활을 청산한 서현 안동 MBC PD와 입사 10년 만에 막내 딱지를 뗀 김영수 충주 MBC PD를 지난 3일 충주MBC에서 만났다. 이들은 막내라는 공통의 수식어 이외에 ‘지역방송 PD’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더 붙이고 살아왔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동안 달고 살아온 ‘지역방송사 막내 PD’라는 딱지는 그들의 연출 경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지역에서 방송을 제작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참고로 서현 PD는 <마리텔> 모르모트 PD 못지않게 방송 출연을 서슴지 않으며 자칭 타칭 스타급 지역PD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김영수 PD는 2011년 다큐멘터리 <밤>으로 2011대한민국 영상대전 콘텐츠부문과 2012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우수상을 받았고 세계환경영화제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편집자>

▲ 오랜 기다림 끝에 13년 막내 생활을 청산한 서현 안동 MBC PD(오른쪽)와 입사 10년 만에 막내 딱지를 뗀 김영수 충주 MBC PD(왼쪽) ⓒ김성헌

- 두 사람 잘 아는 사이라 들었다.

김영수 1년에 한 번 정도 만나서 누구의 회사가 더 지질한(찌질한) 지 배틀한다. 누구네 회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둥 없다는 둥 이런 얘기를 한다. (웃음) 전국PD대회와 같은 자리가 있으면 자기 소개할 때 매번 단상에 올라가서 “몇 년차 막내 PD”라고 우는 소리를 했는데, 서현 선배 만나고 나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더라.

서현 쉰내 풀풀 풍기는 막내 PD라고 직감했을 거다.

김영수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조합? (웃음)

서현 나는 막내 타이틀 최장수 보유자다. 전국 아니 세계 챔피언 정도 될 거다. 2003년 입사해서 2016년에 신입PD를 받았으니 13년 만에 막내 타이틀을 반납한 것이다.

김영수 서현 선배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었는데 기록 갱신을 하지 못하고 얼마 전에 후배 PD를 받았다. 2006년 4월 1일 입사했는데, 지난 4월 1일 꼭 10년 만에 신입 PD가 충주MBC에 들어왔다. 10년 동안 막내로 지낸 셈이다.

“막내 타이틀 싫었는데 반납하니 서운”

- 후배 PD 입사하고 나서 기분은 어땠나?

서현 막내 PD로 지내면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기간 동안 좋았던 점도 있었다. 더 이상 그런 걸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함 같은게 있더라. 사실 차장으로 인사 발령 나는 순간에도 슬펐다. 나의 청춘이 끝났구나. 진짜 아저씨가 된 느낌이었다.

김영수 후배 PD 들어오기 전 어떻게 해줄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후배를 받으니 이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후배가 있는 게 낯설었다. 그리고 막내라는 타이틀을 물려주는 거에 대한 서운한 느낌도 있었다. 막내 타이틀이 싫었는데 미운 정이 들었나 보다.

서현 보통 가정에서 막내들을 보고 철이 없다라고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많은 것이 용인된다. 그런데 막내 명찰이 떨어지면서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하든 용인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다. 철없는 청춘의 종말이랄까?

김영수 막내 시절에는 중압감도 있었지만 후배라는 이유로 누렸던 점도 있었다. 선배들이 기회를 많이 주었다.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었다. “막내 네가 한 번 해봐” 이런 게 많았다. 입사 10년이 지났는데도 선배들은 “막내, 네가 참신한 아이디어 한 번 내봐” 이런다. 그래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아마 일찍 선배가 되었다면 오히려 매너리즘 빠졌을 지도 모른다.

▲ 지역방송에 대해 무관심한 학계 그리고 예비 방송인들을 보면 마음이 상한다고 말한 김영수 PD ⓒ김성헌

서현 연차가 10년 넘어서고 막내로 오래 있으면서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잘 찾지 못했다. 입사 당시 국장이 이런 말을 했다. “바로 위 선배에게 인정받는 PD가 되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점점 열정이 사그라지더라. 서울의 경우 시청률 등으로 동기부여가 되는 시스템이 있다. 그러나 지역은 시청률 조사도 안하고, 잘 만들었다고 해서 협찬이 많이 붙어서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 PD 스스로 동기부여를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게 사라지면 사실 주저앉아서 퍼지게 된다. 사실 일을 열심히 하면 일이 많아지고 일을 좀 적게 하면 적게 만들 수 있는 게 지역 PD의 특징이다. 막내 PD를 오래하면서 나를 만드는 동력이 약해지는 걸 느꼈을 때 힘들더라.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 혼자 하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입사 10년이 넘어서면서 후배라는 제 3자가 등장하면 좀 달라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게 자식 아닌가. 끊임없이 날 보고 있을 후배의 눈치 즉 외부적인 동력이 필요했다.

김영수 그래도 서현 선배는 지역방송 스타 아닌가. 지역에선 혁신의 아이콘이다. (웃음)

- 지역방송 스타? 

서현 방송에 출연해 가발도 쓰고 연기도 한다. 재연 배우나 성우가 지역방송에는 없다. 아나운서들이 있지만 아나운서 특유의 톤 때문에 재미있는 내레이션 더빙이 안 된다. 그래서 직접 한다. 스물 한 가지 성대모사를 한다. 예전에 성대모사 대회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최소 제작비로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

- 제작비가 얼마인가?

서현 협찬 빼고 편당 260만원 정도 되는데 전파진흥협회에서 지원되는 금액을 빼면 편당 100만원 정도 된다. <깨소금>이란 프로그램을 3년 전 시작하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몸으로 때우자고 생각했다. 퀴즈 프로그램인데 상품을 줘야 해서 발로 뛰어서 한우선물세트. 울릉도 여행권, 쌀 등을 협찬을 받았다. 그런데 협찬처를 방송 마지막에 고지해야 하는데 현행 규정상 60분 방송 기준으로 20초 내에 소화해야 한다. 지금은 규제가 완화돼 30초로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버거운 상황이다. 협찬처를 모두 고지하려다 보니 엄청나게 빠르게 말해야 해서 재밌게 하게 됐다. 도저히 30초 내에 할 수 없어 대기하고 있는 협찬도 있다.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모은 게 1년에 1억원 정도 되더라.

“지역방송에 낭만은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 지역방송이라고 하면 영화 <봄날은 간다> <라디오 스타>에서 그려졌던 그런 낭만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김영수 지역 PD는 1인 다역을 하기 때문에 힘들다. PD 한 명이 섭외, 편집, 음악, 자막 등을 모두 한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서현 예전에 <남자 셋 여자 셋>이나 <우리들의 천국>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커서 우리 세대는 신문방송학과와 방송 PD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다. TV로 비춰지는 방송이 이미지화되면서 환상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엄청 빡세다. 지역이라 템포가 느리지도 않다. 로망 이런 건 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다.(웃음)

김영수: 다만 이런 건 있다. 촬영 나가면 느낄 수 있는 정 같은 게 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청주MBC와 충주MBC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괜찮아유>인데 마을공동체 활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리포트와 트로트 가수가 함께 마을을 찾아간다. 보통 촬영을 1박 2일 정도 하는데 그 사이 정이 얼마나 들었는지 촬영을 마치고 철수하면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배웅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지역방송이 작고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방송사 내부가 가족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지역에서 느끼는 여유가 있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가까운 곳에 경치 좋은 곳이 있고 단골 식당의 정이 있다.

- 오랜 기간 지역 인력 수급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서현 KBS, MBC, SBS 그게 다였던 시절이 있었다. SBS 생기기 이전에는 KBS, MBC 밖에 없었다.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지역방송도 시장에서 나오는 파이를 많이 먹었다. 채널 많아지고 종편 특혜로 탄생하고, 재벌들이 미디어에 진출하면서 지역방송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든 거다. 그래서 명예퇴직이나 제작비 삭감 이런 애기가 나왔다. 사람을 잘라야 할 상황인데 신규 인력 채용을 어떻게 하겠는가.

김영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외주 시장이라는 대체제가 생겨났다. 예전에는 내부 인력이 다 제작을 했다. 지금은 채용을 안 해도 외주가 있어 방송이 가능하다. 채용해서 하는 것 보다 사실 비용면에서도 적게 든다. 대체 시장이 커져서 굳이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내가 회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그런데 너무 안 뽑았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뽑았다. 회사의 명맥을 이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서현 지역방송의 조직이 점점 슬림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조직이 슬림해지다가 최적의 규모라고 생각할만한 상황이 오면 인력을 뽑지 않는 게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될 거다. 가내 수공업을 봐도 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아들이 한다. 신규 인력 채용은 자식을 낳아야 가능하다. 가내수공업이 그 조직의 시스템인 거니까. 지역방송도 먼 훗날에는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과도기여서 조직원들이 혼란을 느끼는 거다. 그래서 10년 이상 막내라는 타이틀로 좌담을 하는 게 아닌가.

김영수 사람이 줄고 있는 걸 눈으로 볼 때 위기의식 같은 걸 느낀다. 실제로 입사할 때에 비해서 인력이 30% 가량 빠졌다. 슬림화 되고 있다. 선배들 참 많았는데 없는 인력으로 방송사를 돌리는 걸 보면 위기가 찾아왔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된다.

“지배구조에 갇힌 지역 방송사, 혁신은 먼 일”

▲ 연차가 10년 넘어서고 막내로 오래 있으면서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잘 찾지 못해 힘들었다던 서현 PD ⓒ김성헌

- 지역방송의 제작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방송 스스로의 혁신도 부족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서현 지역MBC의 경우 3년마다 사장이 바뀐다. 지속적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혁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구조가 약하다. 3년 만에 또 '리셋'이다. 3년마다 서울에서 오는 사장들은 경영평가 A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적자를 방어하기 위해 최대한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 혁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힘들다. 그나마 내부에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는데도 그것이 촉발되고 발전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다 보니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김영수 혁신은 다채널 시대에 어느 방송사나 고민하는 부분이다. 지역이라고 해서 혁신을 왜 안하느냐고 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방송 전체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지금 모르고 있다. 지역방송의 가치는 공공성이다. 그런데 “지방방송 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런 시선이 있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무한경쟁에 던져진 메이저 방송사와 달리 지역에서는 산골 어른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역 이슈가 방송된다.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방송이 나간다.

- 위기 속에서도 지역방송의 존재 이유는?

김영수 ‘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다. 산업화의 화려한 성공을 상징하는 도시의 불빛 속에 사라진 밤의 의미를 성찰하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기획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면 지역민이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거에서 비롯됐다. 화려한 서울 방송만 본다고 재미가 있을까?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게 존재한다. 지역에 산다는 것 자체로 ‘루저’라는 인식이 있는 현실 속에서 지역민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지역방송이 있어 문화적 차이를 줄이고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서현 초등학교를 다닌 울산지역 방송에 <우리들 세상>이라는 초등학생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5학년 대표로 나가서 노래하고 그랬다. 그때 방송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건 하나의 일례이지만 지역민들이 방송의 소외 계층이 아니라 그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방송의 공익적인 역할이다. 이런 혜택을 서울만 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김영수 그런데도 지역방송에 대해 무관심하다. 학계도 그렇고 방송인을 꿈꾸는 이들도 그렇다. 그런 무관심이 굉장히 큰 상처가 된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그래서 서울의 얘기를 툭 던졌을 때 농담이라도 발끈하기도 한다. 그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굉장히 슬픈 일이다.

서현 집안 어르신들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더 열심히 해서 서울로 가야지” 서울로 인사이동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사람이 능력이 뛰어나고 우월한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역방송 입사 시험에 떨어진 친구들이 서울 방송사에 붙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기도 한다. 인식 자체가 상하관계 프레임으로 우등과 열등의 관계로 본다. 김영수 PD가 말했듯 개인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호도되기도 한다. 그런데서 우리가 상처를 받고 피해를 볼 수 있다.

김영수 그래도 지역이 다시 뜬다는 믿음이 있다. 지난해 충청북도 언론사(史)를 정리했는데 1980년대에 <별밤> 공개방송을 하면 2정도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일이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트렌드가 웰빙으로 가고 있고, 웰빙 하면 지역방송 아닌가? 그래도 지역방송은 건강하다.

서현 서구의 르네상스가 인본주의,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자는 것 아니었나.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유사하다. 속도지향적이고 발전지향적인 시대에 대한 염증 같은 게 있다. 차츰 중앙 집권이 아닌 분권을 얘기하고 인간성 회복을 얘기한다. 그런 흐름과 같이 간다면 지역방송이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지역민들이 방송의 소외 계층이 아니라 그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방송의 공익적인 역할이라고 이들은 믿는다. 김영수 PD(왼쪽), 서현 PD(오른쪽) ⓒ김성헌

이선민 기자  sotong@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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