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거울에 기사 헤드라인 뜨는 세상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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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2016] 저널리즘의 미래 그리고 미래의 저널리즘 윤리

아침에 눈을 떠 화장실에 가니 거울에 오늘의 날씨와 필요한 아이템이 적혀 있다. 그 옆에는 주요 기사 헤드라인과 어제 봤던 기사의 관련 기사가 떠 있다.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스마트폰 챗봇으로 답장이 온다.

‘워싱턴 포스트’가 꿈꾸는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20일 서울 DDP에서 열린 'SDF(Seoul Digital Forum) 2016'에서는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 PBS 등의 세계 미디어가 주목하고 있는 저널리즘의 무한한 미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더불어 제임스 기어리 '하버드 니먼재단' 부큐레이션의 진행에 따라 변화하는 저널리즘 속에서 새롭게 고민해야 할 윤리적 문제는 무엇일지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미디어,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무대에 선 조이 마버거 '워싱턴 포스트' 제품 및 디자인 디렉터는 사물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굳이 조작하고 만지지 않아도’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버거 디렉터는 “‘언제 어디서나’가 아니라, 일상의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적절한 타이밍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사람들은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뉴스를 전해주기를 원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을 때 그날의 정보를 전해준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일 서울 DDP에서 열린 'SDF(Seoul Digital Forum) 2016'에서 조이 마버거 워싱턴 포스트 제품 및 디자인 디렉터가 '미디어,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SDF

‘워싱턴 포스트’가 꿈꾸는 변화가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라면, ‘스토리텔링의 진화’를 주제로 한 무대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저널리즘의 변화 양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현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VR저널리즘, 간결한 사진 한 장에 스토리텔링을 담는 인스타그램 저널리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적합한 ‘2분 다큐멘터리’ 등 세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저널리즘이 등장하고 있다. 진화한 형태의 저널리즘을 직접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은 그 과정에서 각자가 느꼈던 윤리적 고민을 공유하며 미래 저널리즘에 대해 논의했다.

파리 테러 당시 ‘뉴욕타임스’에서 처음으로 VR저널리즘을 시도했던 율리아 파쉬나-코타스 '뉴욕타임스' 그래픽&멀티미디어 에디터는 360도 VR저널리즘이 강렬한 감정적 체험을 줄 수 있지만, 또 그만큼 카메라의 시선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사람과 카메라가 평행한 시선을 가질 때와 달리, 위에서 혹은 아래에서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사람들이 현장에 대해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닐 쉐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피’와 협업하며 인스타그램 저널리즘을 시작했던 당시를 이야기했다. 그는 잡지에 사진과 글을 기고할 때는 짧아도 50자로 현장을 설명했던 것에 비해, 인스타그램에서는 30자 안에 사진을 설명해야 했기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는 있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현실을 왜곡하지는 않을지 윤리적 가치에 대해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PBS에서 다큐멘터리 <프론트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앤드류 메츠 PBS <프론트라인> 실무 제작 책임자는 2시간 분량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맞게 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줄이며 고민했던 지점들을 나눴다. 그는 기존 영상의 내레이션을 삭제하고 간결한 자막을 새로이 입혔던 과정 등을 설명했다. 하지만 짧은 분량이기에 오히려 현장 왜곡 가능성이 더 커져 걱정이 됐다고 설명하며, 최대한 현장을 효율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기어리 하버드 니먼재단 부큐레이션의 진행에 따라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들 세 명의 연사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함께 미래 저널리즘에서 윤리적 기준이 변화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는 기존의 저널리즘 가치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며, 가장 중요한 저널리즘 가치 역시 ‘객관성’이 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또 다른 고민이 거듭될 것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었다.

한편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모두 언제 어디서나 현장을 공유할 수 있고,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존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지, 미래의 저널리스트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 20일 서울 DDP에서 열린 'SDF(Seoul Digital Forum) 2016'에서 저널리스트들이 미래의 저널리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율리아 파쉬나-코타스 뉴욕타임스 그래픽&멀티미디어 에디터, 닐 쉐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앤드류 메츠 PBS <프론트라인> 실무 제작 책임자 ⓒSDF

강 교수는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가 진실한 정보인지, 어떤 뉴스가 신뢰할만한 뉴스인지 전하는 것이 결국 기존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율리나 뉴욕타임스 에디터는 360도 카메라에 현장을 담을 때에도 모든 순간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의 저널리스트가 어떤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다가오는 미래 저널리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강 교수는 10대, 20대 등 젊은 세대가 더 이상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PBS의 앤드류 메츠는 미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에도 더 이상 관심 갖지 않는다고 말하며, 뉴스 소비자뿐만 아니라 뉴스 생산자 역시 어떻게 발굴하고 양성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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