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만들어 낸 ‘강아지 공장’
상태바
탐욕이 만들어 낸 ‘강아지 공장’
[리뷰] SBS ‘동물농장-쇼윈도 속 새끼 강아지의 불편한 진실’ 편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5.22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장’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수용소’에 가까운 ‘강아지 공장’. 임신과 출산, 다시 임신과 출산의 반복. 모견으로서의 효용이 떨어지면 식용견으로 팔려가거나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하는 강아지 공장. 그 곳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악마적 본성이 만들어 낸 곳이었다. 강아지를 ‘생산’해 내 돈을 벌려는 사람들, 한 순간의 호기심으로 강아지를 산 후 버리는 사람들. ‘강아지 공장’을 만들어 낸 건 다름 아닌 ‘인간’이다.

▲ SBS <동물농장> ‘쇼윈도 속 새끼 강아지의 불편한 진실’ 편(5월 15일 방송). ⓒ화면캡처

SBS <동물농장> ‘쇼윈도 속 새끼 강아지의 불편한 진실’ 편(5월 15일 방송)이 방송된 이후 파장이 크다. 지난 22일 <동물농장>에는 강아지 공장에 대한 연예인들의 반응이 방송으로 나갔다. 

생명이 아닌 생산물처럼 취급되는 강아지들의 실태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비위생적인 환경은 물론이고 강아지를 생산해내는 기계마냥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강아지들. 썩은 물과 음식을 먹으며 버티는 강아지들의 배를 가르고 새끼들을 꺼내는 인간들.

3000여 곳이 넘는 불법적인 강아지 공장의 운영에 책임 있는 자는 과연 강아지 공장 운영자뿐일까. 지난 2013년 발생한 유기견은 총 6만 2119마리(농림축산식품부). 유기견의 대다수가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돼 펫숍을 거쳐 어느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어느 누군가의 손에 버려져 길을 떠돌다 생을 마감하거나 보호소에서 안락사 된다.

▲ SBS <동물농장> ‘쇼윈도 속 새끼 강아지의 불편한 진실’ 편(5월 15일 방송). ⓒ화면캡처

인간에 대한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범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왜 우리가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 이렇게 분노해야 하는가 물음을 던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건 인간이다. 그리고 악순환의 매개체는 ‘돈’이다. 그런 점에서 강아지 공장은 단순히 말 못하는 생명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과 탐욕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약자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이 집약된 강아지 공장에 대해 끔찍함을 느끼는 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강아지 공장의 비참한 실태가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 3월 13일 EBS <하나뿐인 지구> ‘강아지 공장을 아시나요’ 편을 통해 그간 외면해 온 강아지 공장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관내 애완견 사육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상급기관(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에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이후 SBS에서 다시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방송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 SBS <동물농장> ‘쇼윈도 속 새끼 강아지의 불편한 진실’ 편(5월 15일 방송). ⓒ화면캡처

이 같은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조만간 전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많이 늦었지만 늦은 만큼 시급히 이뤄져야 할 조치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어느 방송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실태가 알려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인간의 반성이 필요하다. 강아지들에 대한, 그리고 그 어딘가에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양이 공장 속 고양이들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탐욕에 대한 반성 말이다.

강아지 공장에 갇힌 강아지들이 짖어대는 소리는 ‘곡성(哭聲)’에 가까웠다. 이번 강아지 공장 사태가 잠깐 끓어오르다 마는 그런 관심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1년 전, 그리고 그 언젠가부터 시작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