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편성규약’ 일방 개정 추진에 내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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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규약, 방송의 자유·독립 위해 지난 2001년 제정…“일방적인 개정과 관련한 논의 거부”

KBS(사장 고대영)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한 ‘KBS 방송 편성규약’(이하 편성규약)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내부 구성원들은 일방적인 개정과 이와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고대영 사장 취임 이후 KBS는 편성규약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BS는 지난 2001년 ‘방송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명시한 방송법 제4조제4항에 따라 ‘KBS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했으며 노사합의에 의해 지난 2003년 한 차례 개정했다. 편성규약에 따라 KBS는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 고대영 KBS 사장이 지난 2015년 11월 24일 오전 10시 KBS본관 공개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KBS

이 같은 편성규약과 관련해 고대영 사장은 지난해 10월 26일 KBS 사장 최종 면접에서 편성규약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고대영 사장 후보는 “편성규약이 2004년 개정됐는데, 미디어환경이 그때와 달리 변했다. 또 방송법에 따르면 편성규약을 제정하는 건 실제 취재제작진의 의견을 듣고 사장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노조와의 단체협약으로 만들어진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통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편성규약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내부에서는 지난 조직개편과 마찬가지로 사측이 일방적으로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선무당 사람 잡는’ 조직개편을 일방적으로 강행한 고대영 사장이 이번에는 방송독립과 제작 자율성의 근간인 ‘방송편성규약’마저 제멋대로 고치려 하고 있다”며 “고대영 사장의 일방적인 방송편성규약 개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형태의 논의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KBS본부에 따르면 편성규약 개정안에서는 지금까지 운영돼 온 보도・TV・라디오 등 본부별 편성위원회를 모두 폐지하는 것은 물론, 전체 편성위원회 사측 책임자도 실・국장급으로 낮추는 등 사실상 편성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 ‘KBS 방송 편성규약’.

KBS본부는 노사 합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개정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편성규약 제15조(편성규약의 효력)에 따르면 편성규약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회사와 조합은 이를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 KBS본부는 편성규약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사측이 이를 맘대로 파기하거나 개정할 수 없으며, 일방적으로 개정이 될 경우 ‘단체 행동’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편성규약 개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3년 보도본부에서는 KBS 직원을 대상으로 ‘방송의 보도 및 편성에 관한 법적 규율’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개최했는데, 당시 강연자로는 나온 박용상 변호사는 “지난 2003년 개정된 KBS편성규약은 위헌·위법적 조항”이라며 “전문가로서 이해할 수 없는 규약”이라고 말했다. 당시 KBS 기자들 사이에선 “편성규약 무력화를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KBS본부는 “당장 일방적인 ‘방송편성규약’ 개정 작업을 멈춰라. 방송편성규약은 오랫동안 우리 선・후배, 동료들이 흘린 피땀과 지난 1999년 정권을 직접 상대로 한 가열찬 파업 투쟁을 통해 통합방송법 조항으로 쟁취해 낸 방송의 독립과 제작 자율성의 결정체로 사측 일방이 함부로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고대영 사장 체제 아래에서 방송편성규약과 관련한 어떠한 형태의 개정 협의에도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은 과거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맡았던 보도의 총책임자로서 정권의 KBS장악과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에 그 누구보다 책임이 큰 당사자다. 또한 이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KBS에서 축출된 바 있다”며 “고 사장이 조직 개악에 이어 방송편성규약까지 개악함으로써 제작 실무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완전히 말살시키려 한다면 우리는 물론 외부 시민사회와 시청자들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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