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동네와 예능 동네의 만남으로 얻은 깨달음
상태바
배구 동네와 예능 동네의 만남으로 얻은 깨달음
[김교석의 티적티적]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6.05.30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집념과 끈기의 승리일까. <우리 동네 예체능>은 녹록지 않은 시간을 버티며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수차례 위기를 넘기며,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한 끝에 얻은 성과다. 아무리 야박한 시청자라도 필요와 가치를 지닌 예능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땀과 재미로 설득했고 그 덕분에 화요일 밤의 일상이 됐다.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배구 편은 <우리 동네 예체능>이, 혹은 예능이 스포츠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우리 동네 예체능>의 기본 골조는 해당 종목의 기술을 익히면서 젖어 들어가는 성장 스토리다. 강호동, 슬리피 등 초심자들이 배구를 배우고 요헤이와 학진이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다. 이재윤, 조타, 조동혁 등 출연자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는 <우리 동네 예체능>만이 가진 고유한 콘텐츠다. 그런데 종목을 바꿔가며 도전하는 ‘반복’이 이어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이 재미만으로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유지하긴 어렵다. 그래서 한때 1급 예능 선수인 정형돈을 긴급 투입한 바가 있고, 현재는 오만석이 그 자리를 메우려 애쓰고 있다.

▲ KBS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 ⓒKBS

이런 차원의 빈자리와 고민이 마케팅이 절실한 스포츠업계의 필요와 만나 흥미로운 판이 벌어지고 있다. 프로 배구는 프로 종목 중 가장 마케팅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시청률도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능력과 끼에 비해 경기장 밖에서 대중들과 만날 홍보수단과 스포트라이트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배구인들은 <우리 동네 예체능>을 갈증을 푸는 기회로 삼고 똘똘 뭉쳤다.

그래서일까 화력이 엄청나다. 리그 진행 중에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이 방송에 참여했다. 또, 올스타전에서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최고 레벨 선수들이 특별 코치 자격으로 방문해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문성민, 김요한, 송명근, 한송이, 이재영 등 남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각각 출연해 배구를 가르쳐주고, 마치 <라디오스타>와 같은 토크쇼처럼 재밌는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배구 동네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주, 음악 예능처럼 전설과 추억을 환기하는 올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해 배구 팬들을 설레게 했다. 현역 프로 감독들이 대부분 출연한 캐스팅 자체가 올스타전에서나 가끔 마련할 수 있는 대형 행사 급이다. 컴퓨터 세터 신영철, 무쇠팔 임꺽정 임도헌, 성균관대의 갈색 폭격기 신진식과 한양대의 월드스타 김세진, 스커트 미사일 후인정, 짱돌 장윤희, 농구도사 박희상 등등 그 시절 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름을 듣자마자 별명이 함께 기억나는 추억의 올드 스타들이 수트 대신 유니폼을 입고 스파이크와 다이빙 디그를 선보였다.

▲ 배구 스타 신진식과 김세진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우리동네 예체능> 158회. ⓒKBS

음악예능은 아니지만, 몇 해 동안 우리 대중문화의 대세로 자리한 복고와 추억 열풍에 스포츠의 스토리텔링을 가져와 똑같은 방식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배구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수놓은 이들의 활동 시기는 오늘날 인기 있는 90년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감독과 코치 혹은 해설위원이 된 이들을 다시 코트에서 만난다는 건 경쟁 프로그램인 <슈가맨>을 즐겨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은 오랜만에 올드 스타들이 뛰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에게는 흥미로운 새로운 이야기다.

<우리 동네 예체능>의 중추이자 존재의 이유는 강호동이지만 그가 <아는 형님>이나 <신서유기2>에서 만큼 자신의 색깔이나 리더십을 보여주며 장악하느냐로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는 지났다. 생산적이지 않은 소모적인 논의이자 관점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은 예능 차원의 재미를 넘어서 어느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의 대역폭을 넓힐 수 있는 무대다. 거꾸로 말하면 고유한 가치와 의미와 스토리를 가져야 하는 콘텐츠 예능으로서 스포츠라는 거대한 분야를 독점한 <우리 동네 예체능>의 가능성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훨씬 더 길고 크다는 이야기다. 배구 편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