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 열정과 냉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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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열정과 냉정사이
[배기형 PD의 글로벌 프로듀싱] 왜 MCN을 말하는가
  • 배기형 KBS 월드사업부 PD
  • 승인 2016.06.0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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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도 MCN 사업에 뛰어든다고 한다. JTBC는 이달 말부터 자사의 아나운서를 내세워 ‘장성규의 짱티비씨(JjangTBC)’라는 MCN 콘텐츠를 만들고 생방송은 아프리카TV와 다음팟 라이브,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재가공하여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TV, 곰TV 등 다양한 플랫폼에 통해 업로드 할 예정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채널 사업자들이 자사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우선 플랫폼으로 웹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MCN이 차세대의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플랫폼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방송사들이 MCN에 뛰어 든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CJ E&M이 DIA TV를 런칭하여 국내 MCN 산업의 개척자(pioneer)를 자처했으며, 이후 지상파의 대표 공영방송 KBS도 ‘예띠’라는 브랜드로 MCN 사업에 몸을 담구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성공은 1인 방송의 지상파적인 변주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비록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MCN이라는 대안 미디어 생태계가 그동안 점차 시장에서 독과점 기득권을 잃고 있는 기존 미디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그래서 최소한 발이라도 담그겠다는 시험적 전망을 갖고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즉, 우리 콘텐츠 산업의 주류 미디어가 향후 온라인 컨버전스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가늠해 보는 의미 있는 시도와 고민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 ⓒpixabay

어찌하였거나 MCN은 2016년 상반기 현재, 미디어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우 핫(hot)한 키워드다. MCN은 시장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과 비용적 효율성 그리고 이용자들의 높은 참여도 때문에 미디어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이런 열풍은 ‘돈’의 흐름에서 잘 나타난다. 돈의 흐름은 어쩌면 무척 단순하다. 돈은 늘 더 큰 돈을 좇아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어섬니스TV(Awesomeness TV), 풀스크린(Fullscreen),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와 같은 MCN 기업들이 메이저 미디어에 인수합병(M&A)되거나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와 같은 MCN 스타트업들이 여럿 설립되었고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MCN 기업들이 대규모로 투자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인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동영상이 ‘의미 있는’ 트래픽을 만들면서, MCN 산업에서 돈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돈이 될 것 같으면 사람들은 당연히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만 돈의 규모로만 보자면 국내에서 MCN이 지금 받고 있는 관심은 어쩌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호들갑이라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MCN의 기본적인 수익원인 동영상 광고는 아직까지는 클릭 당 1원에서 겨우 몇 원 정도의 한 자릿수 수준이다. 이런 수익으로는 콘텐츠의 제작비조차 담보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현재의 광고 수익만을 계산해 MCN을 평가하는 것은 분명 단견이다. MCN은 분명히 장차 큰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MCN이 광고 유형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광고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생존 전략이다. 여기에 브랜디드 콘텐츠, B2B 비즈니스, 오프라인 사업과 커머스 활동 즉, 재화 및 서비스의 교환 또는 매개에 의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를 통한 수익 창출 등이 더해지면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자생력을 담보하면서 중요한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높아진 소비자들의 콘텐츠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기존 레거시 미디어보다 개방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MCN 서비스의 잠재적 가치는 더욱 높다. MCN 서비스에 쏟아지는 자본의 투자나 관심이 단순히 거품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레거시 미디어의 대응

▲ CJ E&M의 MCN 서비스 다이아TV 홈페이지

특별히 눈여겨 볼 것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즉 지상파와 케이블 텔레비전 등 기존 미디어가 어떻게 MCN 서비스에 대응하고 있는가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메이저 미디어들이 MCN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주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 뿐만 아니라 SM과 같은 연예 기획사도 속속 MCN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 배경을 보자면, 온라인과 모바일이 점차 콘텐츠를 이용하는 중심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미디어 환경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매체 광고의 온라인 시프트(shift)는 당연하다. 따라서 레거시 미디어로서는 웹 환경에서의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는 새로운 출구를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환경에서 새로운 킬러 콘텐츠의 원천으로 개인 창작자의 생태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기존 콘텐츠와 1인 방송 크리에이터 콘텐츠 간의 시너지를 통해 세분된 이용자에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한 것이다. 레거시 미디어로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쩌면 매우 절박한 생존 실험일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TV 시청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MCN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 이용되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이제 자신의 영화 개봉에 맞추어 영화 홍보를 하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 출연하려고 한다. 10∼30대의 관객들을 만나는 데 기존 미디어보다 유튜브 채널의 효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 방송 영상 생태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계로의 확장을 기대하게 한다. 그렇지만 MCN 산업이 향후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진화하고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CN은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와 소비자 중심의 방송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그 변화를 눈여겨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MCN 열풍과 이에 따른 레거시 미디어의 대응은 우리 콘텐츠 산업이 공급자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알려 주는 신호다. 미디어의 변화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도전)과 기존 플레이어의 변신(응전)을 통해 구현된다.

MCN의 산업·사회적 가치

▲ MCN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어린이들의 캐통령으로 불리는 캐리는 KBS < TV 유치원>에도 출연하게 됐다. ⓒKBS

누가 뭐래도 MCN이 산업적 현상으로 성장하며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1인 방송이 ‘문화현상’에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해 MCN이 자리 잡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에는 게임, 요리, 뷰티,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매일 엄청난 규모로 업로드되고 있으며, 또 전 세계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의 크리에이터들에 열광한다. 이들 MCN 세대들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자유롭게 동영상을 찍고 올릴 수 있다. 맘만 먹으면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 MCN 기업들은 이들을 소비자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 창작자로 발굴하기도 한다. ‘스타’는 이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이용자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때 비로소 탄생한다. 미국의 ≪버라이어티(Variety)≫라는 잡지에서 10대(13∼8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스타를 물었더니 1∼5위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휩쓸었다고 한다. 이들 유튜브 스타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갖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관심을 구매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을 가진다. MCN은 이들 스타들을 이용(!)해서 광고를 유치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머스 활동을 펼치고 상업적 수익을 올린다. 이렇게 해 MCN은 그 산업적 가치를 생산한다.

MCN은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1인 방송이 산업적 생태계를 찾아 나가는 모양새를 갖추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렇지만 ‘그래서 다음은 뭐야?’ 하는 질문은 늘 유효하다. 크리에이터들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콘텐츠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많은 팬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MCN은 개별 인플루언서들이 가지고 있는 미디어 파워를 하나로 연결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다. MCN은 크리에이터들이 좀 더 세분된 소비자와 소통해 콘텐츠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핵심은 양질의 콘텐츠다.

MCN의 성장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와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의 확산은 민주주의의 확장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이용자들에게 1인 방송의 토양이 되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며 기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고 참여, 공유, 소통이 가능하도록 미디어 환경을 탈바꿈시키고 있다. MCN에 관한 온갖 그럴싸한 가능성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MCN 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마련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다. 두말할 것 없이 MCN은 데이터 분석에 따른 타깃 소비자 연구와 더불어 브랜디드 콘텐츠, 커머스 활동 등 보다 정교한 수익 모델을 추구할 것이다. 향후 MCN이 거품론을 극복하고 선순환적 미디어 시장 환경을 구축해 새로운 산업적, 사회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이자, 미래에 달성해야 할 숙제다. 유기체로서 MCN은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 미래 가능성을 무기로 투자를 끌어들인다. 시장 경쟁력을 가지자면 제대로 된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더욱더 천착할 수밖에 없다. MCN은 필연적으로 플랫폼과 국경을 넘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할 것이다. 일견, 그 길은 어렵고 또 위태해 보인다. 그렇지만 기회와 위험은 늘 병존한다. 우리가 MCN에 주목해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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