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미니멀리스트 ‘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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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미니멀리스트 ‘김반장’
[방송 따져보기] MBC ‘나 혼자 산다’ 김 반장과 소박한 삶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6.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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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로서 장담하는데 그에게는 엄청난 예능거리가 있다. … (중략) … 예능PD들이 그를 잘 몰라서 섭외를 안 했는지, 섭외를 요청했으나 그가 거절했는지, 아니면 나처럼 그를 아끼는 마음에 섭외를 일부러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그만의 삶을 살면서 그만의 음악을 하기를 바란다.” 이재익 SBS 라디오 PD가 기고(<한겨레>)를 통해 주목한 사람은 바로 ‘김 반장과 윈디시티’의 김 반장이다. 존재 자체가 ‘예능거리’라는 김 반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방송에 출연한 그는 무언가 다르긴 달랐다.

김반장은 지난 6일과 27일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다. 그는 흑인음악의 불모지에 주목받는 아티스트다. 레게음악에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아티스트라는 수식어와 달리 그의 일상은 소박했다. 김반장은 서울이라는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산다. 집 주변 빼곡한 아파트들이 보이는 가운데 허름한 주택에서 생활한다. 이 PD가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 반장의 라이프스타일은 “자본주의의 엄숙한 질서를 온몸으로 비웃으며 사는, 이 시대의 진정한 히피”라고 할 만하다.

▲ 김반장은 서울이라는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산다. 집 주변 빼곡한 아파트들이 보이는 가운데 허름한 주택에서 생활한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반장 ⓒMBC

그래서인지 김반장을 보면 마치 호숫가에 오두막을 지어 살던 ‘데이빗 헨리 소로우’(저서 <월든>)가 떠오른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니기에 가능한 방식일까. 그렇다고 인정하기에는 김 반장은 팍팍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그만의 삶의 속도가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차 한 잔 마시며 집 밖 풍경을 둘러본다. 심지어 맨발로 산을 타며 약숫물을 떠오기도 한다. “(도시가스가 되지 않아) 겨울엔 친구들이 추워서 놀러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겸연쩍게 웃는 그의 모습이나, “일상의 쉼표를 찍기 위해” 아침밥을 먹자마자 행동을 멈추고 명상하는 그의 모습이나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과 시청자들은 김반장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것이다. 신기하거나 부럽거나. 그는 도시의 바쁜 삶과 자신이 속한 느린 삶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김반장의 집에 초대된 무지개 회원들은 신기해한다. 한채아는 지붕 위에서 일광욕 체험을 해보면서 “일광욕이 따로 없네”라며 좋아하고, 김용건은 맨발로 등산을 나서며 “물소리를 도심에서 어디서 들어보겠냐”며 놀라워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남다르게 보는 시선을 느낀 듯 “여자친구와 자주 카페에 가기도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처럼 미디어가 포착한 김 반장의 생활 방식은 낯설지만 새롭게 보인다. 이미 방송가에서는 ‘쿡방’, ‘집방’ 등 소소한 일상을 파고드는 프로그램이 쏟아진 지 오래다. 1인 가구 맞춤형 실용주의 노선을 띤 프로그램들은 은연중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데 연연한다. 하지만 과감하게 ‘소비를 덜 하는 쪽’을 선택한 김반장의 생활 방식은 군더더기가 없다. <나 혼자 산다>가 시니어의 삶, 화려한 싱글라이프, 워커홀릭의 삶 등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해온 가운데 김반장의 일상은 다양성에 숨을 불어넣는다.

▲ MBC <나 혼자 산다> 무지개 회원들이 김반장의 집을 찾았다. ⓒMBC

김반장도 이 부분을 인지한 듯하다. 첫 방송이 나간 뒤 진행된 콘서트 현장에서 주류 방송에 출연하지 않다가 방송에 출연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방송 출연 자체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그저 (방송 출연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소비를 적게 하더라도 불편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반장의 말인즉슨 ‘기인’(奇人)이 아니라 그저 자신에게 걸맞은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김반장의 투박하지만 소박한 라이프스타일은 사회적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불편을 감수하고 자신에 집중하는 김반장과 생활을 단순화해 본질을 찾는 ‘미니멀리스트’ 맥락과도 일부 닮아있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는 소비지향 사회에서 최소한의 물건으로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요즘 서점가에서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 등 ‘미니멀 라이프’ 관련 책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을 정도다. 김 반장이 짧은 방송 출연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저성장시대, 밥벌이하느라 당장 도시를 떠나긴 어렵고, 정신없이 생활하는 데 지친 도시인들에게 오아시스 같았기 때문이 아닐까. 확실히 김 반장에게 ‘예능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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