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과 형제가 된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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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창룡 인제대 교수

법무부가 언론사별로 점수를 매겨 차등 대우한 문건이 공개돼 ‘신보도지침’ 논란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국민일보>는 최근 법무부 기획조정실의 비공개 문건 ‘2016년 정부업무평가 부문별 대응계획’을 단독으로 입수해 특종 보도했다.

해당 문건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홍보에 우호적이며 말을 잘 듣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를 분류, 점수화 하여 차등 대우했다는 것이다. 언론계가 정부의 부당한 언론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텐데 대다수 침묵하고 있어 국민 역시 내용을 잘 모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법무부가 주요 매체로 꼽은 언론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지상파 3사”라면서 “법무부는 ‘배점이 높은 주요 매체’를 거명해 홍보를 독려했고, 비판적·부정적 보도들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신문은 “정부가 언론사마다 점수를 매겨 선별적인 홍보·대응을 지시한 것에 대해 학계는 언론통제,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차원에서 언론사를 우호적, 비우호적 언론사를 나눠서 한쪽은 광고 등을 지원하며 홍보대상으로 삼고, 다른 한쪽은 비판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 등 적극 대응하는 이중정책을 택하는 것은 정당한 여론형성을 왜곡하고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다. 언론통제의 한 방식으로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소위 ‘채찍과 당근으로 한국언론을 길들이기 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의 존재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정부에서 언론사를 구분하여 이중정책을 펼 때 정당한 ‘알권리’는 훼손된다. 정부의 특혜나 편의를 기대하는 언론사의 입장에서 홍보기관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언론에서 홍보도 할 수 있지만 정부홍보기관으로 전락하게 되면 국민의 알권리는 훼손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도는 객관적 사실에 따른 진실과 정의실현을 지향한다. 정부홍보는 사실과 무관하게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실을 왜곡, 축소, 과장하여 국민에게 특정메시지를 강요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 공영방송(KBS·MBC·EBS) 사옥 이미지 ⓒPD저널

법무부 문건에 주목할 점은 ‘조중동’과 공영방송 KBS, MBC가 나란히 ‘배점이 높은 주요 매체’로 정부의 특급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일보는 “배점이 높은 주요 매체(조‧중‧동, 공중파 3사)에 기획보도 집중 추진”, “월 2회 정기적으로 실국본부(소속기관 포함) 기획보도 계획을 점검”, “국정홍보과제 집중 홍보‧ 공중파 3사의 교양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 기획 방송 등의 대응 계획이 적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사가 조중동과 동급으로 정부의 홍보대상 기관으로 선정돼 우대받고 있는 현실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참하고 분노할 노릇이다. 조중동은 민간언론사로 특정한 정치적 색깔을 갖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수 없다. 설혹 친정부적 보도를 하더라도 민간언론사의 정치적 선택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사가 정부홍보대상 언론사로 조중동과 동급대우를 받고 있다면 이것은 세 가지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첫째, 공영방송의 자기부정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특정 권력이나 자본력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진실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홍보기관화는 자기 정체성의 부정이 된다. 정부의 홍보기관을 대행하는 방송을 관영방송이라고 부르지 공영방송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두 번째,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다. 박정부의 홍보에 앞장선다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한다는 전제위에서 가능한 법이다. 정부홍보는 몰라도 되지만 진실은 알아야 한다. 수신료를 내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은 민간신문사처럼 특정정당이나 정부를 지지, 적대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선진국들이 민간언론사와 함께 공영방송사를 존속시키는 이유가 가장 공정하고 신뢰할만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역사의 퇴행을 공영방송사에서 본다는 것은 비극이다.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는 공영방송사는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다.

언론시민단체, 민언련은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31)’를 MBC <위안부 지원 재단 설립 준비위 '첫발'>을 꼽았다.

언론시민단체에서 나쁜 방송에 공영방송 KBS, MBC가 심심치않게 지적된다는 것은 내부의 병이 깊다는 반증이다. 나쁜 방송과 정부의 홍보대상 방송으로 선정된 이유와 서로 맞닿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가 시급함을 절감한다.

대통령은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어 보인다. 국회는 뒤늦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나섰다고 하지만 서로 셈법이 달라 합의가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사장만 시켜준다면 정부홍보를 위해 어떤 방송도 하겠다는 방송계안팎의 ‘권력형 낙하산들’은 줄을 서고 있다. 정치가 행정을 지도하는 선을 넘어 지배하게 될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공영방송사를 보면서 실감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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