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콘 감독 “할리우드, 여성 감독 영화 4%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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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교육원 주최 ‘마리아 콘 감독초청 포럼’

미국 할리우드에서 여성 영화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전체의 4% 뿐이다. 이렇듯 영화업계의 남녀 차이가 암담한 현실 속에서, 한국의 PD들과 미국의 마리아 콘 감독이 영상 제작 분야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남영동 미대사관에서 한국PD교육원 주최로 열린 마리아 콘 감독초청 포럼에 안주식 한국PD연합회 회장과 다수의 PD들이 참석했다. 마리아 콘 감독은 서울 신촌에서 열리고 있는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영화 <책 속의 소녀>를 출품해 한국에 방문했다.

▲ 지난 3일 서울 남영동 미대사관에서 열린 감독초청 포럼에서 마리아 콘(Marya Cohn) 감독이 대답을 하고 있다. ⓒ한국PD교육원

마리아 감독은 미국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들이 작은 독립 작품만을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이에 한국의 PD들은 "한국도 영화계에서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방송 업계에서는 오히려 신입사원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감독은 놀라운 변화에 대해 감탄하면서도, 여전히 ‘베스트 프로그램’은 남성 연출자가 제작하지 않는지 지적했다.

한편 영화에서 여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마리아 감독의 말에, 한 여성 PD는 남녀를 구분 짓고 여성의 시각을 강조하는 것이 구시대적인 것은 아닌지 의견을 물었다. 이에 마리아 감독은 현재 영화계에 여성 단독 주연이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이것은 대다수의 감독이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정 부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마리아 감독과 한국 PD들은 출산과 육아의 문제로 제한받는 여성 연출자들의 현실과, 자본이 남성 쪽으로만 향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 지난 3일 서울 남영동 미대사관에서 마리아 콘(Marya Cohn) 감독초청 포럼이 열리고 있다. ⓒ한국PD교육원

포럼의 후반부에는 마리아 감독의 신작 <책 속의 소녀>에 대한 대담이 이어졌다. 영화 <책 속의 소녀>에는 어렸을 적 작가를 꿈꿨던 소녀가 나온다. 그녀는 10대에 아버지의 친구이자 유명 작가인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되지만,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아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서른 살이 된 후, 일하던 출판사에서 그 작가가 당시의 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을 재출간하게 되면서 관련 일을 다시 마주하고 극복하게 된다.

마리아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히며, 미국에서 많은 여성들이 같은 경험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껴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 다큐멘터리에서 70% 이상의 여대생이 캠퍼스에서 성폭행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안주식 한국PD연합회 회장은 “90년대에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성주의 영화가 흥행하기도 했는데, 최근의 할리우드에서는 오히려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에 마리아 감독은 “할리우드가 점점 더 탐욕스러워지면서 블록버스터 외에는 제작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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