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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賤民) 방송자본가를 규탄한다

|contsmark0|마침내 방송가에도 미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말 지역민방들을 엄습한 소위 ‘정리해고’ 태풍. 일괄사표, 선별수리라는 야만적인 방식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요건을 단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강행된 그 폭거에, 우리는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한다(본보 1, 2면 참조)무엇보다 우리를 분노케하는 것은 이번 정리해고를 감행한 사주와 경영진들의 뻔뻔함이다. 왜 먼저 정리해고인가? 온갖 로비를 동원해 손에 넣었던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는가? 거액의 대출을 받는 지렛대로 활용되며 모그룹을 살찌워 오지 않았는가? 반면 취약한 재무구조에 경기를 예측할 최소한의 경영능력도 없이 문어발식 확대경영을 일삼아온 경영주들의 책임은 누가 어떻게 묻고 있는가?작금의 사태가 초래된 원인은 명백히 방송자본측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있다. 지난 수년간 계속 흑자를 내온 일부 민방들의 행태가 이를 증명한다. 경영상태가 비교적 양호함에도, fm개국·송신탑 건설 등 막대한 확장 투자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거리낌없이 이번 정리해고에 편승했다. 모 방송사의 경우 pd들이 순환무급휴직제를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이를 거부했다. 경영환경 악화를 빌미로 평소 눈에 난 사람들을 쫓아내고, 이번 기회에 노동강도를 최대한으로 높여보겠다는 천민적인 발상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우리는 묻는다. 지역문화창달이라는 개국시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제작비가 절반 넘게 삭감되고, 보조인력도 전무한 상태에서 2명의 pd가 매일 3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현 상황은 사실상의 방송포기가 아닌가.
|contsmark1|사실 오늘의 불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섣부른 다매체 다채널 정책하에 정부가 허가를 남발할 때부터, 방송을 단지 이윤의 도구로 간주하는 천민자본들이 아귀다툼을 벌일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대가를 방송노동자들이, pd들이 치르고 있다.따라서 이번 정리해고는 원인무효다. 명백한 불법이요 명분없는 시청자 기만이다. 우리는 현 정부와 방송사 경영진들에게 요구한다. 지역민방의 현 상황에 대한 책임있는 대책을 강구하라. 그리고 그 출발점으로서 이번 정리해고를 재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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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imf 100일에 던지는 자문(自問)
|contsmark8|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지 100일, 실질적으로 정권이 교체된 지 석달. 6·25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경제위기 속에서, 누구나 앞다투어 ‘개혁’을 부르짖어왔다. 그러나 아직도 희망은 체감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더욱 희미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통은 공평하게 분담되지 않으며, 사회는 날로 양극화되어 간다. 빈곤에 대한 공포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급속히 파편화돼 간다.우리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떤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얼마나 전망이 있는가? 답답함과 무기력, 그리고 개혁에 대한 허무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방송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석달이 넘게 ‘개혁’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수익감소에 따른 자구적 차원의 ‘구조조정’이 시도되고 있을 뿐 그나마도 무원칙하고 불철저한 ‘면피용’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근본적인 혁신에 대해서는 점차 논의가 뜸해지고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오히려 알량한 기득권 지키기, 분파주의, 자사이기주의 등 구래의 폐습들이 서서히 노정되고 있다.프로그램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너나없이 유행처럼 ‘과거들추기’에 몰입할 뿐, 진지함을 찾기가 쉽지 않다.나라 안팎의 사정은 구체적으로 어떠하며,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것은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해석돼야하는지 고민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변화된 조건 속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공동체를 지향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 어떠한 생존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소위 시장구조의 왜곡을 바로잡는 것과 고삐 풀린 자본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에 대한 견제라는 이중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외부환경이 강요하는 개혁을 어떻게 주체적인 ‘우리의’ 개혁으로 만들 것인가?불행히도 우리의 방송은 이에 대해 답하려 하지 않으며 답할 실력도 없다. 천박한 문제의식 속에서 관성적으로 아이템을 잡고, 타성에 따라 제작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여전히 시청률에 눈이 어두워 선정성을 탈피하지 못한다. 소재의 성역은 깨지고 있으되 준비와 식견의 부족으로 그저 그렇고 그런 것들을 예전처럼 찍어내고 있다.imf 100일. 우리 프로듀서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방송계는 과거의 부정적 행태들과 어느 정도나 절연하고 있으며, 우리 pd들은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우리는 지금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며, 어떤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변하고 있는가? 다가온 봄은 우리에게 뼈를 깎는 자성(自省)을 요구하고 있다.|contsmark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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