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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저널리즘 산 넘어 산, ‘언론 윤리’ 논쟁 점화

[미디어리포트] ‘VR저널리즘’의 현 주소와 미래 이혜승 기자l승인2016.06.08 2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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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이라는 단어에 혹하고 있는 걸까, 진짜 VR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걸까. 한쪽에서는 전에 볼 수 없던 모바일 뉴스가 득세하는 한편, ‘위기’라는 종이신문이 몇 십 년째 사라지지도 않고 있는 저널리즘 분야에도 VR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Step1. VR저널리즘? 몰입 저널리즘? 신기한 뉴스?

‘몰입 저널리즘’이라고도 불리기 시작한 ‘VR저널리즘’은 말 그대로 ‘VR영상 뉴스’다. 일반 VR영상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현장을 담은 실사 뉴스와, CG로 구현한 진정한 의미의 VR(가상현실) 영상으로 나눠진다. 해외에서 ‘몰입 저널리즘의 대부’로 통하는 노니 데 라 페냐가 201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CG VR로 재현한 사고 현장을 공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LA 무료배급소 앞에 줄서있던 당뇨병 환자가 배고픔에 지쳐 쓰러졌던 현장을 그대로 CG로 옮겨왔다. VR기기를 통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와 달라’고 소리치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VR저널리즘은 2014년 구글에서 카드보드 VR기기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BBC 등의 대형 미디어 기업에서 시리아 난민 캠프 현장을 그대로 360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파리 테러 사건 추모 현장을 옮겨오기도 했다. 올해 3월 나이트 재단에서 발표한 VR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지난해 12개 언론사에서 60건 이상의 VR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결정적으로 작년 11월 뉴욕타임스가 구독자 130만 명에게 구글 카드보드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일반인들도 VR저널리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AP통신 등 다수의 미디어가 VR 전용 페이지를 마련해 크고 작은 VR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VR영상 전문 업체 ‘VRSE’와 손을 잡고 CG를 활용한 VR저널리즘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사의 명왕성 탐사 자료를 중심으로 명왕성의 모습을 직접 구현해 내기도 하고,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비행장면을 할리우드 영화배우 10명을 통해 재현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작년 말부터 VR저널리즘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가 ‘VR조선’이라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15개 이상의 VR콘텐츠를 선보였다. 잠실 제2롯데월드 꼭대기 층에서 촬영한 360도 현장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한국경제가 운영하는 뉴스 R&D 센터 ‘뉴스랩’에서도 새로운 콘텐츠 실험의 일환으로 VR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했을 당시, 경찰과의 대립 상황을 편집 없이 360도 카메라에 담아 VR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밖에도 SBS, KBS, MBC 등의 영상 매체는 물론, 시사저널, 동아일보 등 다수의 매체가 유튜브를 통해 간단한 실험 수준의 360도 뉴스를 업로드하고 있다. 아직까지 CG로 구현한 VR저널리즘은 등장하지 않았다.

Step2. ‘왜, 굳이’ 뉴스에서 VR을 찾나

그럼 왜, 저널리즘에 VR을 도입하고 있는 걸까. 뉴스 독자에게 왜 VR뉴스가 필요할까.

360도 실사 현장과 CG로 구현한 (혹은 재현한) ‘가상현실’ 뉴스는 기존의 뉴스보다 더 ‘체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뉴스 이용자는 ‘독자’ 혹은 ‘시청자’가 아닌 ‘참여자’가 된다. 특히 VR기기를 통해 제대로 VR뉴스를 접했을 경우, 바로 눈앞에 현장이 펼쳐진다. VR기기를 통하지 않더라도, 편집되지 않은 현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360도 실사 현장과 CG로 구현한 가상현실 뉴스가 지향하는 바와 이점이 다르기 때문에 나눠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360도 실사 현장은 기존의 ‘기자가 만든 프레임’을 벗어난다. 김민성 한경닷컴 뉴스랩 팀장은 “처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경찰이 대치하는 현장을 담았을 때 그 폭발성에 놀랐다”며 “만약 같은 상황을 단편적인 카메라에 담았다면 기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 세상만 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VR뉴스에서는) 고개를 돌리면 앞에 신음하는 전경과, 뒤편에 쌍욕을 해대는 기자들과, 그 연행에 반대하는 지지자들 등 많은 걸 새롭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 된 설명보다 사진 한 장이 더 큰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고, 사진보다 뉴스영상이 현장을 더 가깝게 전했다면, 360도 영상은 그보다도 더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부가적으로, 360도 카메라가 계속 현장을 찍고 있다 보니 일반 카메라로는 포착하지 못했던 상황을 발견해내는 기능도 할 수 있다. 일종의 CCTV와도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경닷컴 뉴스랩은 강남역 앞에 마련된 추모현장을 360도 카메라 안에 담았다. 이후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남성이 시민들이 붙여놓은 추모 포스트잇을 떼는 순간을 발견했다. 김 팀장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현장에 수없이 많은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있었지만 그 상황을 포착해내지 못했다”며 “피사체를 주시하지 않아도 결정적 순간을 건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VR조선은 이제는 CG를 활용한 가상현실 뉴스를 제작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VR조선을 담당하고 있는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본부의 강경민 팀장과 최원호 기자는 “6개월 동안 실사 VR영상을 만들어본 결과, 이제는 사건을 재현하는 CG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사는 그냥 ‘아, 이게 VR이구나’하는 신기함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아, 왜 실사를 VR로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강 팀장은 이번 ‘구의역 사고’ 예시를 들며, “도대체 그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단순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CG로 보여주고 VR로 느낄 수 있다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VR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왜 VR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초기단계이고, 콘텐츠도 많이 부족한데다가, VR기기가 대중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VR조선과 한경닷컴 뉴스랩 제작진 역시 끊임없이 ‘어떤 현장이 VR에 어울리는가’, ‘단순한 VR영상을 넘어 뉴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뉴스랩 김 팀장은 “언론사가 벚꽃 축제, 혹은 걸그룹 공연을 360도로 찍는다고 뉴스콘텐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360도로 봐야만 더 의미 있는 상황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는 현장을 찾으려 한다”고 전했다.

▲ 한국경제 5월 20일 기사 <'강남역 화장실 살인' 추모 메모, 돈 대가로 고의 훼손> 화면캡쳐 ⓒ한경닷컴 뉴스래빗

Step3. VR저널리즘이 ‘밝힐’ 미래?

VR저널리즘에 적합한 현장을 찾기만 한다면 모든 게 좋기만 할까. 해외에서는 이미 VR저널리즘이 가져올 부작용과 윤리적 관점에서의 문제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지점은 ‘객관성’의 문제다. 기존 저널리즘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가, VR저널리즘으로 건너와 더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언젠가 CG로 구현한 가상현실 저널리즘이 보편화됐을 때, 결국 실제가 아닌 ‘가상’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모든 사건 현장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관점에 치우친 현장 재현이 일어난다면 그 부작용의 파급력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IT매체 기가옴은 퍼거슨 시에서 벌어진 백인 경찰의 흑인 소년 총살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경찰이 소년에게 총을 발사할 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 등의 단순한 팩트 하나를 놓고도 합의된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쪽의 입장만을 담은 현장을 VR로 재현한다면, 이를 접한 사람들은 편견을 갖기 쉬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퍼거스 피트 '토우 디지털 저널리즘 센터' 분석가는 가디언을 통해 “VR저널리즘을 본 사람들은 당연히 VR뉴스가 저널리스트들이 ‘만든 작품’이란 걸 이해한다고 말할 테지만, 그들의 무의식 속에는 VR저널리즘으로 경험한 것들이 남아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객관성의 문제는 기존 저널리즘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VR저널리즘이 현장을 그대로 담는다면 오히려 객관성을 더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악용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긴다는 우려다. 최근 조선일보가 구의역 사고에 대해 "피해자가 당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오보'를 냈던 것처럼, 이를 바탕으로 성급하게 VR뉴스를 제작한다면 사건 왜곡이 보다 심각해질 것이다.

객관성의 문제를 벗어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이 포함될 경우 어디까지 재현해야 할지, 또 이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의 경고를 줘야 할지는 풀리지 않은 숙제다. 예를 들어 구의역 사고 당시를 재현하게 된다면 세부 묘사를 어디까지 어떻게 하냐에 따라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고, 유가족을 배려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더불어 살인 사건, 성폭행 사건 등 선정적일 수 있는 소재에 대한 재구성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도 논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저널리스트들의 윤리성을 경각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보다 더 엄격한 윤리적 기준과 VR저널리즘이라는 특수성에 맞춘 기준을 따로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Step4. VR저널리즘 시대, 코앞으로?

지금까지 나온 VR저널리즘 영상을 보다보면 마치 VR저널리즘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만 같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호기심에 보고 있지만 과연 계속해서 360도 실사 현장을 찾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뉴스미디어들이 VR저널리즘의 흐름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제작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에서는 벌써 대형 미디어 대부분이 자체 VR페이지를 따로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VR흐름이 번질 거란 의미다. 저널리즘 분야를 배제한 영상, 광고, 게임, 교육 분야 등에서 이미 VR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폭하고 있는 상황에서 VR기기가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결국 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미디어 매체들도 뒤쳐지기를 원하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다만, 너무 거창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마치 VR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책임지거나, 사람들에게 ‘대단한 뉴스’를 선사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TV를 통해 보던 뉴스를 인터넷으로 보고, 웹상에서 보던 뉴스를 모바일을 통해 보게 된 것처럼, 언젠가는 360도로 현장을 확인하거나 CG 재현 현장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정도의 미래일 뿐이다. 뉴스랩 김 팀장은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30초짜리 영화도 영화고 3D영화도 영화다. VR영화도 ‘영화’다. 마찬가지로 VR뉴스도 그냥 뉴스다”라며 “이게 보편화되면 그냥 뉴스가 되는 것처럼, 앞으로 뉴스의 흐름 속에 녹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뿐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이 ‘VR뉴스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미래 역시 아주 가까운 미래는 아닐뿐더러, 쉽게 오지도 않을 것이다. 360도 카메라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서 대부분의 언론사가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졌지만, 제작하는 과정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나이트 재단 VR보고서는 “카메라와 영상 편집 도구가 발달하면서 여기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VR콘텐츠에 쓰이는 시간과 노력의 양이 커 여전히 중소 규모의 뉴스 기관이 VR제작에 뛰어드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더 큰 영상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뉴스 미디어에서 VR을 구현하는 데에는 점점 더 큰 한계가 오게 된다. 한경 뉴스랩의 김 팀장은 “VR에 뛰어든 영화, 게임, 교육 등 다른 분야의 VR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VR뉴스의 퀄리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불어 CG로 구현한 가상현실 저널리즘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VR조선은 “광고업체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방을 CG로 구현해야 하다 보니 기존보다 3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뉴스랩은 “뉴욕타임스 같은 해외의 큰 미디어 랩에서 시도하는 VR콘텐츠는 우리의 능력치를 벗어난다”며 “그런 의미에선 우리의 한계치가 분명하다. 일단 비용 문제로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VR저널리즘의 과도기가 지속될 전망이란 것이 중론이다. VR제작 경험이 6개월을 넘어선 VR조선은 물론, 해외의 VR저널리즘 선두주자들까지 여전히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나이트 재단 VR보고서에 참여한 10개 언론사는 공통적으로 VR저널리즘에 있어 '무엇을 해왔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앞으로 무엇을 탐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버스타인 뉴욕타임스 편집장은 “VR은 ‘전형적인 편집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분야다. 프레임도 없고, 줌 인-아웃도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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