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영방송, 독립 위해 전면 개편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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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8개 직능단체 주최 토론회…20대 국회 미방위원 이재정·김경진 “지배구조 개선” 의지

‘여소야대’ 구도로 구성된 20대 국회에선 ‘공정언론’이라는 당연한 가치의 회복을 뒷받침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방송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KBS 8개 직능단체가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 자율성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제 점검에 나섰다.

KBS PD협회,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방송그래픽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8개 직능단체는 21일 정오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 빌딩 1층 회의실에서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도 참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영방송 ‘도구화’…‘의석수 기준 공영방송 이사회 배분’ 필요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박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집권세력에 의한 공영방송의 ‘도구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4・13 총선 결과 불완전하나마 여소야대 국면으로 의회권력의 부분 재편이 이뤄진 만큼 야권에 의한 공영방송 제도 재편 가능성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 이사회마저 ‘여대야소’ 구도로, 즉 정파성에 따라 구성됐고, 그 결과 정부・여당 중심으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이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사장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매개로 보도・제작 집단의 도구화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송의 도구화는 특정 정파에 의한 공영방송의 ‘사유화’를 가져왔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 공영방송 제도에 대해 사람들은 불신을 갖게 됐으며, 그 결과 공영방송 무용론이 힘을 얻기 시작, 이런 현실이 ‘막말・왜곡 방송’ 논란을 빚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 사적 매체의 역할이 강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YTN과 MBC 등에서 해직언론인이 생겨났고, 공영방송은 ‘친(親)정부’와 ‘낙하산 사장’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됐고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MBC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당내에 공정언론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계 안팎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긴 하지만 다른 야당들과의 공조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을지, 현실의 한계와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정 박사가 ‘공정방송’ 회복에 대한 야권의 의지와 공조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극복하는 일을 우선 과제로 꼽으며,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실행 방안을 면밀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정 박사는 단기 방안으로는 승자독식을 넘어 사실상 청와대에서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공영방송 이사회를 현행 여대야소 구조에서 ‘의석수에 따른 배분’ 혹은 ‘여야동수’ 구성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영방송 사장 선임 등의 권한이 있는 이사회의 의사결정 방식 또한 개선해 사장 선임 등과 같은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전제로 하는 ‘특별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방송법상 보장된 방송편성규약 강화, 편성위원회 구성, 보도・제작 관련 국장 선출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장기적 방안으로 정 박사는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기대, 존중을 높이는 포괄적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의미와 범위, 책임, 권리 등을 규정하는 공영방송법을 별도로 제정하거나 통합방송법 안에 공영방송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정 박사는 “지배구조 개선도 어렵지만, 그것만으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며 “공영방송 내부의 직업문화를 쇄신하고 공영방송 제도 일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기대를 높이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KBS PD협회,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방송그래픽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KBS 내 8개 직능단체가 2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 빌딩 1층 회의실에서 ‘KBS 8개협회 현안토론: 공영방송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사진 가장 왼쪽)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참석해 있다. ⓒPD저널

“편성규약, 방송종사자의 제작기능 보호하기 위한 것”

‘방송편성규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헌법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를 한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법학과)는 현재 KBS 내부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방송편성규약’ 개정과 관련된 의견을 제시했다.

KBS의 경우 지난 2001년 ‘방송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명시한 방송법 제4조 4항에 따라 ‘KBS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했고, 노사합의를 거쳐 지난 2003년 한 차례 이를 개정했다. 편성규약에 따라 KBS는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율성을 보호하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에 따르면 현재 KBS에서 추진하고 있는 편성규약 개정안은 현재까지 운영한 보도・TV・라디오 등 본부별 편성위원회의 전면 폐지와 전체 편성위원회 사측 책임자를 실・국장급으로 낮추는 등 사실상 편성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처럼 편성규약을 둘러싼 논란 역시 오래된 과제 중 하나다. 경영진과 실무자 사이에서는 편성규약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편성규약이 방송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인지 반대로 자율성을 형성하는 것인지 등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 같은 편성규약에 대해 고민수 교수는 “방송법은 방송사업자의 주관적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닌 언론의 자유에 기여하는 기본권으로서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형성 입법”이라며 “편성규약도 방송종사자의 제작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방송사를 업무분담의 조직으로 보고, 편성규약의 법적 성격을 방송종사자의 제작권 보장이라고 파악하더라도 편성과 제작의 명확한 구분이 없으면 그 효력의 범위에 관한 다툼은 피할 수 없다”며 “입법자는 (보도 제작의 자유, 즉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명령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현행 방송 법규를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것은 당면과제”라고 강조했다.

▲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김대웅)가 2015년 4월 29일 오후 2시 서관 제305호 법정에서 열린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외 43명이 MBC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한 가운데, MBC 해직언론인 (사진 왼쪽부터) 최승호 PD,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박성제 기자, 박성호 전 기자회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PD저널

20대 국회 미방위원 이재정・김경진 의원 “의지 믿어 달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관수 KBS 기자는 “지배구조 개선에서도 사장 선임권이 핵심”이라며 “이를 바꾸지 못할 경우 어떤 형태로 가든 계속 (독립성)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공영방송 KBS의 위상은 자리 잡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손 기자는 “국회에서 해줄 것은 (MBC와 YTN의) 해직기자를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해직기자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 안고 가겠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공정언론특위를 설치한 상황으로, 그만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의지가 크고, 우리가 (방송법 개정 등을) 관철하는데 있어서 효과적 방안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으니 의지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역시 “오늘 (토론회) 내용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향후 미방위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 내용들을 참고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최근 7~8년 동안 언론환경이 얼마나 황폐화 됐는지 눈 앞에서 봤다”며 “지난 8년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그리고 이를 위해 야권이 어떻게 공조할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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