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흥행요소,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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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무한도전’부터 ‘신서유기’까지 흥행 포인트는 ‘케미’

지난 18일 방영된 MBC<무한도전> ‘오늘 뭐하지?’ 편이 큰 화제를 모았다. <무한도전>은 당초 영화배우 잭 블랙의 초대를 받아 미국 LA행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차일피일 일정이 연기되면서 촬영이 잠정 보류됐다. 이에 <무한도전>은 기획력을 발휘했다. 아무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미리 떠나는 바캉스’라는 주제로 계획에 없던 촬영을 급하게 진행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 “무한도전답다”는 시청소감이 이어졌다. 촘촘하게 짜인 특집보다 기대 이상의 ‘빅 재미’를 터뜨렸다. 멤버들은 바짝 말라 있는 계곡에서 ‘수박 먹기 배틀’을 벌이며 웃음을 선사했다. 티격태격하던 멤버들은 “카메라 없을 때가 진정한 휴가”(조기 촬영 철수)를 위해 워터슬라이드를 타며 냉면 먹기에 도전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볼거리 대신 <무한도전> 멤버들의 ‘맨몸 투혼’은 <무한도전>만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 MBC <무한도전> 6월 18일 ‘오늘 뭐하지?’ ⓒMBC 화면캡처

예능에서 ‘팀워크’는 ‘재미’로 직결된다. 성공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은 잠자리를 두고 펼치는 출연자들 간의 ‘복불복’ 게임과 출연진 vs 제작진 간 기 싸움을 적절히 배합해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또 나영석 PD가 연출한 tvN <신서유기>에서는 ‘1박 2일’ 원년 멤버들을 만날 수 있다. 나 PD는 방송사를 이적하기 전 연출한 ‘1박 2일’ 출연진을 그대로 섭외해 신설 예능이 지어야 할 부담감과 출연자 간 어색함을 덜어냈다.

그 결과 <신서유기>는 신설 예능임에도 화제성을 선점했다. 지난 17일 종영한 시즌2의 경우 가구 평균 3~4%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했다. <신서유기>는 원년 멤버들 간 익숙함과 신선함을 잘 버무려냈다. 예컨대 시즌1에서 이승기가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내자 강호동은 “승기한테 예능을 많이 배워야겠다”고 하는 장면만 봐도 <1박 2일>때와는 달라진 구도를 볼 수 있었다.

방송가에서는 팀워크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가 엿보인다. 출연자의 조합 혹은 공통의 아이템으로 공감대를 넓히는 경우다. ‘남초 예능’을 비집고 등장한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출연진은 낯선 조합이다. 라미란, 홍진경, 김숙, 민효린, 티파니, 제시 등 활동 영역이 다른 이들이 한 데 모였다. 기존 예능에서 ‘의리’와 ‘배신’을 거듭하며 팀워크의 완급을 조절했다면,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서로의 꿈을 이뤄주는 ‘응원’과 ‘격려’의 방식으로 유대감을 보여주면서 2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6.9%)를 기록하고 있다.

▲ tvN <신서유기2> ⓒtvN

‘육아 예능’에서는 ‘공동 육아’라는 콘셉트로 세 초보 아빠들이 등장하고 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예전만큼 큰 화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지호, 양동근, 인교진 등이 아이와 함께 모여 육아 정보를 나누고, 고민을 털어놓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채널A <개밥주는 남자>에서는 ‘반려견’을 주제로 주병진, 양세형, 양세찬, 최화정 등이 합을 맞춰가고 있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화제성을 차지하기 위해 출연진 간 팀워크에 공을 들인다. 방송가에서 이른바 ‘이(경규) 라인’, ‘유(재석) 라인’, ‘강(호동) 라인’ 위주로 프로그램에 섭외되는 배경도 사적 친목(‘인맥 네트워크’)을 기반으로 한 팀워크가 시행착오가 덜하기 때문이다. 팀워크가 잘 돌아가면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어긋나기 시작하면 끼워 맞추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판도에서 마냥 출연자의 ‘인맥 네트워크’에만 기대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시청자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끈끈한 팀워크 덕분에 히트 친 ‘미리 떠나는 바캉스’ 편에 환호하면서도 동시에 신선한 조합을 원하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출연자 간 케미’가 폭발하면, 프로그램의 성공이 뒤따르기 때문에 팀워크 발굴을 포기할 수 없다. 갈수록 비슷한 포맷이 쏟아지는 예능 범람 속에서 쉽게 복제하기는 어려운 팀워크는 빼놓을 수 없는 흥행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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