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입력 2016.06.22 18:03
  • 수정 2016.06.27 13:35

‘꿈꾸라’ DJ 테이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디오스타 시즌5] ①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 DJ 테이

▲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 DJ 테이 ⓒ김성헌

“유희열 형, 이소라 누나, 신해철 선배 같은 DJ가 되고 싶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이미지에서 라디오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디오를 하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도 사람들이 ‘아, 나 저 사람 라디오 좋아했어’ 하는 생각이 드는...마치 하나의 히트곡처럼, 테이 하면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가 떠오르는 것처럼, 누군가 테이의 이름을 말했을 때 라디오가 남아있으면 좋겠다.”

# ‘음악섬’ 주인 테이, ‘꿈꾸라’로 돌아오다

매일 밤 10시, 쉴 틈 없는 수다로 여성 청취자는 물론 ‘형 팬’을 자청하는 남성 청취자까지 사로잡은 DJ가 있다. ‘같은 베개’로 활동하던 당시 ‘준아이돌 급’의 인기를 누리며 DJ로 활동했던 가수 테이가 다시 라디오로 돌아왔다.

1년 동안 진행하던 KBS <테이의 뮤직 아일랜드>(이하 <뮤랜>)를 마친 후 7년 만의 복귀다. 처음 MBC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이하 <꿈꾸라>) DJ 제의를 받았을 때, 테이는 ‘우와, 뭐지? 간절히 염원하면 된다더니 진짠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뻤다고 한다.

그는 <뮤랜>을 진행하던 당시에는 솔직히 마냥 즐기면서 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한다. “중·고등학생 때 라디오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매체였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나이도 어리고,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해내야만 하는 숙제들이 많았죠.“

그럼에도 <뮤랜>에서의 좋은 기억은 그에게 ‘라디오 DJ’라는 진짜 ‘꿈’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라디오 DJ는 제게 있어 일종의 호기심 같은 거였어요. 하지만 <뮤랜>을 하면서 DJ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죠. 진짜 직업적인 꿈. 라디오 DJ를 평생해도 좋을 것 같다는 어떤 목표가 생기도록 만들어 준 셈이죠. 언젠가 내공을 더 쌓아서 두 시간 동안 자연스럽고 편하게 청취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라디오를 들을 때도, 이야기를 할 때도, 말을 더 조리 있게 잘 하자, 이런 욕심이랄까, 목표랄까, 이런 것들이 은근슬쩍 생겼어요.”

게다가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며 테이는 라디오에 대한 간절함을 너무나 절실하게 느꼈다. 그는 “개인적인 문제로 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밴드활동을 하게 되면서 방송과는 멀어지게 됐다”며 “라디오를 꼭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모르겠더라. DJ를 하려면 일단 가수로서 앨범을 내서 차곡차곡 쌓아가야 하는데, 앨범이 미뤄지면서 라디오가 더 간절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그가 돌아온 만큼, <뮤랜>에서의 ‘테님’을 기억하는 청취자들, 그리고 그 시절 ‘같은 베개’,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등의 여러 히트곡으로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꿈꾸라>로 모여들었다.

▲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 DJ 테이 ⓒ김성헌

# ‘테님’에서 ‘테줌마’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DJ 테이는 푸근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물론 <뮤랜’>을 진행하던 당시에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게스트와의 좋은 호흡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더 농익은 친화력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DJ로서 테이가 생각하는 기본 자세는 무엇일까. 그는 ‘게스트와는 무조건 친해지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테이는 “말이 좀 그렇지만, 진행자로서 게스트의 성향을 알아야 방송에서 사용하기가 좋다”고 웃어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청취자들이 듣기에 DJ 테이는 누가 나와도 편하게, 친구와 그렇듯 즐거운 수다를 떨다 가게 만든다.

하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다. 특히 방송 초반 여배우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코너를 진행할 당시,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를 <꿈꾸라>를 통해 처음 접하는 게스트가 많아 애를 먹었다. 그는 “예를 들면, 처음에는 정말 진심으로 하는 칭찬이었는데 하다 보니 멈출 수 없이 과해진 적이 있었다”며 “다른 말이 생각이 안 나니까, 진심이었던 그 한 부분만 자꾸 반복하고 있었다. ‘잘하시네요’, ‘아름다우세요’ 등등. 말하면서도 불편한데 듣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했겠나”라고 부끄러워했다.

청취자에게 DJ 테이는 오빠보다는 친한 친구, 혹은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청취층도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테이는 “연애 고민을 상담하는 코너에 초등학생이 연애 사연을 보내서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며 “처음엔 30~40대 주부들이 아이를 재우고 듣고 있다는 사연이 제일 많았는데, 이제는 82년생 자녀를 둔 어머니 사연이 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중·고등학생들도 정말 많이 사연을 보낸다”고 뿌듯해했다.

하루는 청취자로부터 ‘지금 버스에서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는데, 방금 고기를 먹고 양치를 안 하고 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문자가 실시간으로 온 적도 있었다. 그때 테이는 내리라고, 당장 내려서 고백하라고 했다. 이후 그 청취자는 그때 그 남성과 실제로 사귀게 됐다는 문자를 보냈다.

테이는 그런 청취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어떤 날에는 이혼과 관련한 진중한 고민 사연도 받았다. 정말 친한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볼 고민을, <꿈꾸라>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진짜 친구가 된 것”이라며 “그럴 때 기분이 좋기도 하고, 감사함이 크다”고 전했다.

▲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 DJ 테이 ⓒ김성헌

# 라디오가 절실한, 딱 그만큼 더

<뮤랜>을 진행할 당시부터 '천생 DJ'가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진행에는 소질이 있었던 그이지만,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일부 게스트와 코너를 떠나보낼 때는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고 했다. 테이는 “게스트들과 함께 하는 코너가 정말 좋았는데, 내가 진행을 잘해서 게스트들을 좀 더 잘 이끌었으면 굳이 개편이란 걸 안 해도 될 텐데, 이런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밝혔다. 그는 “진중한 사연이 오면 뭔가 표현하고 싶고, 아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명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어쭙잖게 이야기하면 어느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더라”며 단순하지만 부끄러워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려줬다. 맹자 이야기를 하다가 ‘우물 정(井)’ 자를 ‘밭 전(田)’ 자라고 이야기했다가 청취자들로부터 지적을 받은 이야기였다. 그는 “실수일 수 있지만 내 인식 속에서 그게 더 맞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며 부끄러워했다.

녹음방송을 하면 일부러 다시듣기를 꼭 챙긴다는 그는 “한 번은 녹음할 때 정말 말을 잘했다고 생각해서 들어보는데 내 생각보다 70%도 표현이 안 됐더라”며 “좀 더 바른 언어로, 말하고자 하는 걸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다. 또 중간 중간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습관도 고쳐야한다”고 말했다.

▲ MBC FM4U <테이의 꿈꾸는 라디오> DJ 테이 ⓒ김성헌

이렇게 라디오를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그이지만, 그럼에도 라디오를 매일 진행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뷰 당일에만 해도, 그는 MBC <라디오스타>를 5시간 30분 동안 녹화하고, 저녁 8시부터 <꿈꾸라> 주말 방송을 녹음하고, 밤 10시부터는 두 시간동안 <꿈꾸라> 생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꿈꾸라> 청취자들은 좀처럼 그가 힘들어 보이는 날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항상 한 톤 올라가 있는 목소리로 쾌활한 진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 라디오를 들을 때, DJ를 정말 사랑하게 됐다. 그런데 그 DJ가 어느 날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4일 이상을 다운된 기분 그대로 방송했다. 첫 날은 솔직한 방송이어서 좋았는데,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 그런 방송을 들으니 너무 다운되더라”며 “그때,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투정이 오래되면 안 좋구나 하는 걸 느꼈다. 또 예전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항상 라디오를 틀어뒀었는데 신나는 것만 찾아듣게 되더라. 그래서 나도 항상 기분 좋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기분이 안 좋은 날은 ‘극히 드물다’고 말한 테이는 “기분이 안 좋거나 건강이 다운된 날에도 여기서 기분 좋게 풀어내자는 마인드로 한층 더 업 시켜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꿈꾸라’를 진행한지 어느덧 200일을 넘기고 프로그램 자체 개편을 맞이한 그는 “이제 진짜 시작인 것 같다”고 말한다.

“만약에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던 중에 DJ를 맡았으면 활동의 연장선, 혹은 활동의 좋은 반응들로 DJ를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을 수 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제작진들이) 정말 갑자기 손을 내밀어 줬어요. 그래서 그동안은 일단 해내야 한다는, 신뢰와 믿음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청취율도 올랐고, 분위기도 좋고, 스태프들도 정말 좋기 때문에 즐거워요. 앞으론 좀 더 편안해진 느낌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