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방송 논란 “아쉽다”로 끝낸 KBS 경영평가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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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세월호 1주기,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공적 책무 다해” 자평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KBS 보도·제작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길환영 전 KBS 사장이 2014년 해임된 이후 KBS는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로 촉발된 ‘불공정・편파보도’ 논란의 중심에 있던 KBS가 불명예를 벗고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 기로에 있었다. 그런 만큼 더 철저하고 냉철한 비판이 필요한 2015년이었지만 ‘2015 KBS 경영평가보고서’는 “KBS 저널리즘의 복원에 대한 의지는 강조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정도로 평가했다.

KBS 경영평가보고서 “세월호 1주기 등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공적 책무 다했다”

고대영 사장 체제 당시이자 세월호 참사 발생 608일째였던 지난해 12월 14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가 처음으로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KBS는 이를 중계하지 않았다. 당일 KBS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청문회 보도를 하긴 했지만 ‘18초’짜리 ‘간추린 단신’ 중 하나였다. 그것도 청문회 중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이 일어나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 뒤 제지당하자 자해를 해 119 구급대에 실려 가기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뒤인 16일 보도국 아침 편집회의에 평기자 대표로 참석한 기자협회장이 세월호 청문회 보도를 하자는 의견에 대해 보도국장은 ‘편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 ‘2015 사업연도 KBS 경영평가보고서’. ⓒ화면캡처

그러나 보고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세월호 1주기 등 국가 사회적 주요 의제가 있을 때마다 특집뉴스를 기획해,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다했다”고 평가했다.

또 보고서는 “김영란법 통과(3월),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3월), 안철수 탈당과 야권 분열(12월), 세월호 진상조사 청문회(12월), 한・일 위안부 협상(12월) 등 우리사회의 내부적 갈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했다”며 “이념 갈등을 비롯한 국민 내부 갈등은 국가를 병들게 하며 국가발전 동력을 떨어뜨리는 바, 2015년 KBS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담론 경쟁을 통해 조정하고 합의에 이르는 통합의 장을 마련해야 했다”고 말할 뿐 세월호 청문회를 사실상 외면한 KBS 보도를 지적하지는 못했다.

프로그램 등 개입・불방 논란 등에 “프로세스에 승복하는 문화 쌓아야”

현재의 고대영 사장 체제 뿐 아니라 길환영 전 사장 이후 새롭게 임명된 조대현 사장 체제에서도 KBS 보도와 방송은 ‘편파’라는 이름을 지우지 못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았다. 대표적인 논란이 역사 프로그램과 친일 관련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불방 파문 등의 사건이다.

이인호 KBS이사장은 지난해 6월 24일 KBS의 메인뉴스 <뉴스9>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비판하며 보도 경위 파악을 목적으로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보도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됐으며, 앞서 <광복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 1편>(이하 <뿌리깊은 미래>)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제작진에 대해 ‘우매하다’라고 표현하는 등 거듭 방송 개입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뿌리깊은 미래> 논란에 대해 “이 프로그램은 내용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 형식과 절차 면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표현이나 정치적 민감성이 강한 역사물에 대해서는 특히 대립되는 견해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그 절차상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의 의무가 준수되어야 할 것”이라며 “KBS는 이런 류의 사안을 자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그 프로세스에 승복하는 문화를 쌓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 2015년부터 불방 논란 끝에 지난 2월 2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훈장' 편. ⓒKBS

또 KBS는 탐사보도팀이 2013년부터 준비해온 <친일과 훈장>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친일과 훈장>은 대한민국이 친일행적자와 일제식민통치를 주도한 일본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한 사실과 함께 이승만·박정희 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포함하고 있다. 조대현 사장이 사장 선임 시기를 앞두고 뉴라이트 역사학자인 이인호 이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해당 아이템을 회피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사기획 창> ‘훈장’ 편은 불방 논란 끝에 지난 2월 2일 방송했지만 제2부 ‘친일과 훈장’ 편의 편성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제작 책임자 간에 일부 의견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KBS의 역사 및 시사성 프로그램은 그 내용의 진실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또한 그러한 일부 프로그램 때문에 KBS 전체 성원들이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또한 그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 장소, 방법 등 내용중립적인 문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거 시점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는 더욱 더 신중한 편성, 제작방향이 요청된다고 하겠다”고 명시했다.

“프로그램 전체의 포괄적 범위에서의 균형성 강조가 더 바람직”

또한 지난해 10월 12일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밝힌 이후 KBS 보도는 본질은 비켜간 채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며 교육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는 내외부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보고서는 “교육부가 1여 년 전에 바로 똑같은 교과서에 대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식의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던 것을 지적하는 등 비판적이고도 균형적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대규모 공론의 장을 마련해 국정화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석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아쉬움’ 정도로 지적했다.

▲ 조대현 KBS 사장. ⓒ뉴스1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보도 관련해서는 “‘민중총궐기’를 보도한 KBS는 ‘과잉진압’보다 ‘폭력시위’ 프레임을 많이 사용했고, ‘시민피해’ 프레임도 자주 사용했다. 공정성을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힌 관점을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개념으로 본다면 위 기간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한 KBS 메인뉴스 보도는 균형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은 했지만 “시민들의 피해가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시민 피해’ 프레임은 일정 부문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비판의 한계를 보였다.

보고서는 “BBC도 ‘불편부당성(Impartiality)’ 개념으로 공정성을 대체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공정성의 원칙은 기계적 균형의 공정성 개념보다는 영국 BBC의 ‘불편부당성(Impartiality)’ 개념과 같이 단위 프로그램 내에서의 균형성보다는 관련 프로그램 전체의 포괄적 범위에서의 균형성을 강조하는 것이 보다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2015년 KBS 보도는 공정성 면에서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경영평가의 의미가 큰 2015년에 대한 경영평가보고서지만 성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도현 부장판사)는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 개입을 폭로해 정직은 받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제기한 징계무효확인소송 판결선고에서 길환영 전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길 전 사장이 KBS 뉴스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지난 2014년 김 전 국장의 폭로를 사실로 인정했다. 길 전 사장이 보도 내용에 개입하고 정부・여당에 유리한 내용이 방영될 수 있도록 수시로 지시・개입함으로써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전 국장의 2014년 폭로 이후 2015년 KBS 내에서는 물론이고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도 KBS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을 경영평가보고서는 “아쉽다”는 정도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한편, 2015년 KBS 경영평가단은 △정윤식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상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김선권 전 KBS 뉴미디어·테크놀로지 본부장 △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나노IT디자인융합대학원장 △강은봉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김경율 김경률회계사무소 공인회계사 △전홍구 KBS 감사 등으로 구성됐다. KBS는 현행 방송법 제49조에 따라 경영평가보고서를 매해 6월 말까지 공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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