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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필’부터 ‘시그널’까지 tvN 드라마 전략집

[미디어리포트] 신종수 tvN 콘텐츠편성전략팀장이 들려주는 ‘tvN 10주년과 드라마 전략 이혜승 기자l승인2016.06.23 17: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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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국 10주년을 맞은 tvN을 두고 일각에선 ‘신흥 드라마 강자’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시청률 1%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케이블 드라마 공식을 tvN이 깬 지는 이미 오래다. 그뿐만일까.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시그널>까지, tvN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에 화제성까지 높은 드라마를 내놓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내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MBC 예능 <무한도전>에 이어 시청자 선호도 2위(6월 22일 한국갤럽)를 차지했을 정도다.

개국 10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tvN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한 지는 몇 년 지나지 않았다. 2007년부터 <막돼먹은 영애씨>가 새로운 시즌을 거듭하며 꾸준히 제작됐지만, 그외에는 드라마를 제작하지 않았다. 2011년 하반기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이 tvN 드라마의 첫 시작이었다. 겨우 5년 만에 tvN을 ‘드라마 트렌드 리더’로 인식하는 시청층을 넓힌 배경엔 어떤 전략이 있는 걸까. 신종수 tvN 콘텐츠편성전략팀장을 통해 tvN의 드라마 전략을 알아봤다.

▲ 신종수 tvN 콘텐츠편성전략팀장 ⓒPD저널

전략#1. 2049를 위해 1060을 노려라

tvN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로 시작해 점차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49 젊은 시청층을 공략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 덕분이다. 가구시청률이 아닌 ‘타깃 시청률’만 보는 것이 다른 채널과의 차별점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2011년 본격적으로 드라마 시장에 진입했을 당시 tvN은 후발주자다 보니 아무래도 지상파에 비해 좋은 작품을 수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때 tvN이 취한 전략은 2030 여성을 우선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집중 배치하는 것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1~2012년 tvN 월화 드라마는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밴드>, <아이러브 이태리>, <응답하라 1997> 등 로맨틱코미디 중에서도 가장 젊은 콘텐츠들로 채워졌다.

이것이 적중했다. 2030은 물론 10대 젊은 층까지 반응했다. ‘꽃미남 시리즈’ 팬들과 ‘응칠세대’는 tvN을 ‘로코 명가’로 부르기 시작했고, 점차 입소문이 퍼지며 브랜드 인지도가 쌓여갔다.

여기서 tvN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신종수 tvN 콘텐츠편성전략팀장은 “로코만 하다 보니 안정적인 시청률은 가져갈 수 있었는데, 더 이상 시청층이 넓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며 “tvN 브랜드도 커지고, 시청자들도 새로운 니즈가 생기면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청층을 넓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세대 공감 드라마’다. 타깃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2049 중에서도 그동안 tvN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시청층을 끌어들여야 했다. 이때 tvN이 생각한 건, 단순히 2049 개인 시청층만 노릴 게 아니라 이들과 함께 TV 앞에 앉을 가족들을 고려하자는 것이었다.

신 팀장은 “여전히 타깃은 2049로 집중한다. 하지만 결국 TV는 혼자서만 보는 매체가 아니다보니, 시청 층이 커지려면 40대의 부모가 10대 자녀와 볼 수 있는, 또 2030세대가 5060부모님과 볼 수 있는 작품이 폭발력을 가진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 tvN <디어마이프렌즈>(2016) ⓒtvN

특히 금토 저녁 8시 40분 드라마는 ‘세대 공감’ 요소를 적절히 수반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그렇게 나온 첫 작품이 <응답하라 1994>다. 이전 <응답하라 1997>과는 다르게 그 시대의 향수, 가족적인 요소들을 많이 추가했다. 

현재(6월 22일 기준) 12회까지 방영한 <디어 마이 프렌즈>(이하 <디마프>)도 ‘고두심 세대’를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2049에 속한 ‘고현정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드라마다. 이 세대가 부모님을 생각하고, 부모님과 함께 보기를 바란 것이다. 신 팀장은 “처음 <디마프>에 끌린 요소는 결국 고현정 세대가 부모 세대인 고두심 세대를 ‘친애하는 내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이해하게 되는 세대 공감적 요소였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tvN은 시청 층 확대를 위해 ‘장르 드라마’의 범주로도 나가기 시작한다.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 마니아층이 한국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드라마를 원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온 첫 작품이 <갑동이>(2014년)였다. 장르 드라마는 확실히 새로운 시청층 유입에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남성 시청층을 유입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3월 종영했지만 여전히 시즌2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시그널>은 장르물이면서도 세대 공감 요소를 섞어 장르 드라마가 가진 일정 수준의 ‘한계’조차 뛰어넘은 작품이었다.

“<시그널>의 기저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휴머니즘 정서가 깔려있다고 봤다. 모두 한 번쯤은 봤을 미제사건에 대해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이 밑 정서 자체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말초적인 재미를 쫓는 기존 장르 드라마와 달리, 휴머니즘적인 부분을 따라간 것이다.”

전략#2. ‘Young’하다고 새로운 건 아니다

사실 tvN 드라마는 2013년에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는다. 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후다. 바로 ‘새로운 것’이 꼭 ‘영(Young)’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tvN도 드라마 제작 초기, 새로운 것과 ‘Young’한 것을 동일시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Young’하지 않고도 새로웠다. 신 팀장은 “이전까지 새로움을 추구하려면 ‘Young’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강박이 있었다”며 “하지만 <꽃보다 할배>는 형식이나 내용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콘텐츠였지만, 동시에 젊은 사람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그래서 콘텐츠의 선도성이 꼭 'Young'해야 하는 건 아니란 걸 느꼈다”고 밝혔다.

그 계기로 <응답하라 1994>, <응급남녀>, <미생> 등이 만들어졌다. 특히 <응급남녀>는 기존 tvN이 고수하던 로맨틱코미디 장르면서도 전혀 다른 결을 가졌다. 이전 작품들이 남녀 주인공의 트렌디한 사랑에만 중점을 뒀다면, <응급남녀>는 나이대가 조금 높아진 이혼한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주변 가족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두번째 스무살>도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 tvN <미생>(2014) ⓒtvN

<미생> 역시 ‘Young’하진 않지만 통상적인 드라마 요소를 모두 빼면서도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새로운 콘텐츠였다. 신 팀장은 “스토리로만 놓고 보면 지독한 악(惡)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막장 스토리나 절절한 러브스토리도 없는데, (취업준비생부터 직장인, 그리고 이들을 자녀로 둔 사람들까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요소를 굉장히 생활감 있게,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같이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tvN이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시청자 조사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 심층면접조사)를 통해 tvN의 시청층이 전 세대로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20대는 “tvN은 ‘우리 채널’”이라고 응답한 반면 3040은 “너무 어린 채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3040도 “내가 볼 수 있는, 나를 대변해주는 채널”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략#3. 사람이 미래다

tvN의 궁극적인 목표는 ‘채널 트렌드 리더’가 아닌, ‘콘텐츠 트렌드 리더’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드라마를 선정할 때도 콘텐츠 하나하나가 얼마나 새로운지, 전에 보지 못한 콘텐츠가 맞는지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트렌디한 작품을 잘 ‘선정’해서, 잘 ‘제작’하는 일까지 마치는 것이다. 이는 결국 tvN의 ‘사람’들이 해내야 하는 일이다.

밖에서 볼 땐 tvN이 외부 PD를 많이 영입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꾸준히 신입사원을 채용해 양성하고 있다는 게 신 팀장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tvN은 매년 한 기수에 15명 이상 채용한다. 지상파는 신입 공개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고, 심지어 MBC는 2014년부터 신입 공개채용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tvN의 경우는 특별하다.

신 팀장은 “결국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다른 아이디어를 재현해줄 수 있는 건 신입 PD이고, 그것이 젊은 PD들의 역할”이라며 “내부에서 제작진이 조직적으로 길러내고, 이를 통해 트레이닝 된 새로운 연출자가 나오는 것 자체가 조직에는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tvN의 화제작 상당수는 외부에서 영입한 PD들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5-6년 전 처음 공채로 들어온 PD들이 이제 막 자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아버지와 나>가 tvN 공채 1기 박희연PD의 첫 입봉작이다. 신 팀장은 "이제 이런 프로그램들이 자리를 잡아가서 이들이 활약하는 것에 따라 향후 피디들의 미래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tvN은 신입직원부터 팀장, 국장까지 모두 소속된 '드라마 TF‘를 갖춰 젊은 직원에게 팀장 이상 급의 선배들과 동일한 의사결정권을 제공한다. 신규 라인업 회의 때마다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을 거쳐 선정된 후보작 가운데 1인 1표의 투표를 통해 최종 작품을 선정한다. 투표 이전의 토론에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투표 후에는 무조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작품을 정한다.

“어떤 작품을 편성할 지에 대해 누구라도 갑론을박할 수 있고, 실제로 다들 치열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심지어 (제가) 반대했던 작품이 최종 작품으로 선정된 적도 많다. 대표 사례가 바로 <라이어게임>인데, 이 작품은 특히 젊은 팀원들의 높은 평가로 편성을 결정했다. <라이어게임>은 결과적으로 아주 높은 시청률을 내지는 못했지만, 특성있는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tvN 드라마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킨 중요한 드라마 중 하나로 남아 있다.”

▲ tvN <또 오해영>(2016) ⓒtvN

‘tvN의 배우’들도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tvN 드라마에는 유독 눈에 익지 않은 배우, 얼굴은 알아도 그동안 주연으로는 잘 만나보지 못했던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색으로 전에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꾸며낸다.

물론 처음에는 케이블 채널이라는 핸디캡이 존재했기 때문에 소위 ‘톱배우’ 급의 연기자를 주인공으로 섭외하기 어려웠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에 적합한 최선의 배우를 찾는 일이 중요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새로운 배우들이 성공할 때 작품도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되고, 이후 이들이 ‘스타’가 됐을 때 tvN이 갖는 이점이 많았다. 또 tvN에서 드라마를 연출하는 PD들 역시 기존 방식대로 A급 배우 위주로 캐스팅하는 것보다, 내 작품에 잘 맞고 내가 하고 싶은 배우들을 찾고자 하는 의욕이 강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tvN은 인지도나 한류 인기에 상관없이 작품의 캐릭터에 맞는 캐스팅을 우선적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전 작품을 함께 했던 배우를 내부에서 추천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현재 <또 오해영>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서현진이 대표 사례다. 사람들은 대부분 tvN <식샤를 합시다> 시즌2의 인연으로 서현진이 <또 오해영>에서도 함께 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서현진은 <식샤를 합시다> 시즌2 이전, 2014년 일요드라마 <삼총사>로 tvN과 인연을 맺었다.

“<삼총사>에서 이진욱과 서현진, 두 배우의 러브라인이 작품을 살렸다는 평이 많았다. 그때 (서현진 씨가) 정말 사랑스럽게 연기를 했고, 이를 보며 현대 로코물에서도 함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식샤를 합시다> 시즌2 여배우 후보군에 서현진 씨가 있었고,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때 잠재력을 보고 이번 <또 오해영>에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서현진 씨 경우처럼 이전에 좋았던 배우들이 내부에서 입소문을 타고 추천되는 부분이 있다.”

▲ tvN <연극이 끝나고 난뒤>(2016) ⓒtvN

부록. tvN-ing

tvN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드라마를 내놓는다면 ‘신흥 드라마 강자’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 한계도 있다. tvN이 타깃으로 삼는 2049가 더 이상 TV라는 매체를 이용하지 않는다. 모바일용 콘텐츠를 공개하는 ‘tvN go’ 브랜드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올 7월부터 방영될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포맷을 선보인다. 본방송 전 모바일을 통해 웹드라마를 선공개하고, 본방송에서는 웹드라마 출연진들의 뒷이야기를 ‘리얼리티 예능’으로 담아낸다.

편성 부문에 있어서는 ‘변방 블록’을 계속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수/목 주1일 드라마, 수목 11시 드라마 등의 과도기를 거쳐, 현재 tvN 드라마는 ‘월화 밤11시’, ‘금토 저녁 8시 40분’ 블록에 견고히 자리 잡았다. 지상파는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는 ‘변방 블록’이다. 신 팀장은 “tvN이 성장하려면 결국 변방블록을 늘려나가야 한다”며 “올 하반기부터 슬슬 드라마 블록 확장에 대한 실험이 있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2016년은 하나의 기점이 될 해다. tvN 개국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힘준 작품들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미 <시그널>은 tvN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계 전체에 장르 드라마의 한계를 높이는 역할을 했고, <또 오해영>은 그동안 다소 지지부진하던 tvN 월화 11시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앞으로 나올 <안투라지>, <굿와이프>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한 드라마인만큼,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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