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철근 400톤 ‘무보도’, 언론은 진실을 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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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철근 400톤 ‘무보도’, 언론은 진실을 묻었나
[비평] 묻힐 수도 없이 보도조차 않는 언론, ‘음모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6.24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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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JYJ 멤버 박유천씨의 성폭행 혐의에 이어 불거진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씨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포털 사이트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SNS에서는 ‘정부 음모론’이 널리 퍼지고 있다. 전・현직 법조비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굵직한 이슈를 ‘묻기’ 위해 톱스타의 가십을 터트리는 거 아니냐는 음모론 말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보도조차 되지 않아 묻힐 수도 없는 이슈가 있다. 바로 지상파 3사 메인뉴스와 6개 주요 일간지 어디에서도 보도하지 않은, 지난 2014년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400톤이 실렸다는 의혹 말이다.

▲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선수쪽 선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 침몰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야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컷뉴스

<미디어오늘>은 지난 16일 ‘세월호에 제주해군기지 가는 철근400톤 실렸다’(기사 링크)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내용인즉슨, 지금껏 정부는 인천에서 제주해군기지로 운반되는 철근은 없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관계자와 청해진해운 거래처인 복수의 물류업체 관계자, 제주 소재 업계 관계자를 취재한 끝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400톤의 철근이 실렸다는 보도를 냈다.

보도에 따르면 철근 400톤의 대부분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따른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세월호가 침몰 전날 무리한 출항을 한 이유가 제주해군기지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또한 국정원이 세월호 도입과 운항에 개입해 온 이유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도 이 내용을 이미 조사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원위원회 조사개시 결정 사건 현황’ 가운데는 ‘세월호에 적재된 화물의 종류, 용도, 목적지에 관한 조사의 건’도 포함돼 있다.

해당 보도가 나온 이후 지난 6월 13일부터 19일까지 트위터 등 SNS에서 가장 이슈가 된 키워드는 ‘제주해군기지’였다. 그만큼 해당 보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대목이다. 한창 포털사이트를 들끓게 만든 박유천씨는 화제의 키워드 5위를 차지했다.

사고 2년이 지나도록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과적’과 ‘부실 고박’이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번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결국 과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철근 400톤’이고, 이는 정부 사업인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돼 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은 물론이고 관련 보도도 많이 나온 상황이다. 세월호 침몰에는 세월호와 정부, 정부기관인 국정원이 맞물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 세월호 참사 2주기인 2016년 4월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타(Θ)의 경고! 경고!-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 편. ⓒ화면캡처

이처럼 중요한 사안임에도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지상파 3사, 다시 말해 2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 그리고 SBS 메인뉴스에는 ‘철근 400톤’과 관련해 단 한 건의 기사조차 없었다. 단신으로도 해당 의혹은 보도되지 않았다. 방송 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의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지면에서도 해당 의혹과 관련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화물 적재의 문제는 이전에도 나오긴 했다. 그럼에도 허투루 넘길 순 없는 배경엔 이 문제가 정부-정부기관-정부사업이 뒤얽힌,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중요한 ‘침몰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임에도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그렇다. ‘철근 400톤’ 의혹은 아직 세월호 특조위에서도 조사하고 있는 사항이며, 해당 내용은 세월호 특조위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철근 400톤’에 대한 의혹은 현재까진 의혹일 뿐이다. 그렇기에 언론들은 아직은 의혹이고 사실 확인이 어렵기에 보도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철근 적재 등을 비롯한 세월호 침몰 원인과 의혹에 해경은 물론 청해진해운, 정부조차 제대로 된 반론이나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박으로 일관하면서도 그에 대한 증거는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 등에 언론이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이번 박유천씨, 홍상수 감독-김민희씨 논란 보도를 보며 언론들이 가십은 세세하게,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왜 다른 이슈는 그렇게 못 하냐고 비판한다. 해당 보도로 인해 전기・가스 민영화 등 정부 비판적 기사들이 묻혔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정말 묻혔을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주요 매체들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은 ‘철근 400톤’은 묻힌 걸까? 묻힌 게 아니라 묻힐 수조차 없이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 묻어버린 건 아닐까? 사람들이 제기하는 ‘정부 음모론’에서 과연 언론은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과연 언론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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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무 2016-07-16 16:54:28
방송에서 스캔들 터질 때마다, 뭔 일이 있을까? 하는 사라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늘 겪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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