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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은 콘텐츠다”

[미디어 스타트업 인터뷰②] 조소담 ‘페이스’ 대표 구보라 기자l승인2016.06.27 10: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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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매우 세련된 사람들이고, 퀄리티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아본다. 그들을 마치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보다 지적 수준이 낮은 이들로 치부하거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뉴스, 웃긴 해프닝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온라인저널리즘 심포지엄(ISOJ)에서 실리콘밸리의 전설이라 불리는 캐러 스위셔(IT 전문 온라인 미디어 ‘리코드(Recode)’의 창업자)가 한 이 말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층으로 삼는 언론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지가 잘 담겨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한 특징을 지닌다.

이처럼 이미 해외에서는 <버즈피드>, <바이스>, <마이크>처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미디어가 성공 사례로 조명받고 있다. 특히 1994년 스타트업으로 창간한 20대 중심의 콘텐츠 기업인 <바이스>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성, 마약, 폭력 등의 문제뿐 아니라, 정치 및 사회 갈등까지 “그들의 시각으로” 보여주고 풀어낸다. <바이스>의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에 이른다.

이같은 미디어 스타트업의 사례들은 한국 언론 환경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바이스> 같은 규모와 콘텐츠를 다루는 미디어는 없다. 앞서 소개한 스위셔의 말처럼, 기성 언론들은 밀레니얼 세대라고 ‘가벼운 가십’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자신들의 공식 SNS를 통해서는 자극적이고 가벼운 콘텐츠들만, 가볍게 올릴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엔 이런 새로운 미디어들이 없는 걸까. 아니, 아직 진입 단계에 있긴 하지만 존재한다. 이들 가운데 <PD저널>은 영상뉴스 플랫폼 ‘페이스‘의 조소담 대표와 1인 뉴스 크리에이터인 ‘짱피디’를 만났다. 증가하는 1인 미디어와 MCN 속에서도 그들은 분명한 차별점을 지닌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으로 삼았으며,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그들의 시각으로 가볍지 않고 진지하게, 무엇보다도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처럼 SNS 플랫폼을 통해서 자신들만의 독자층을 탄탄히 구축하고 있는 그들을 지난 5월 24일과 30일 각각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철저히 독자의 위치에서 콘텐츠 고민” 

지난 6월 11일에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모임의 프리허그’ 장면이 담겨있는 <엄마는 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엄청난 파급력으로 퍼져나갔다.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48만회 이상 조회되었고, 게시물 도달만 1000만(6월 15일 기준)을 훌쩍 넘겼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마음이 담긴 1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같은 날 퀴어문화축제를 보도하던 여느 방송사 뉴스와는 확연하게 달랐던 이 영상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영상 뉴스 플랫폼인 ‘페이스’에서 제작했다. 지난 3월 시작한 ‘페이스’는 뉴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기준을 찾는 사람을 의미하는 ‘New Normal’(연령으로는 22~30세)을 타겟층으로 영상 뉴스를 만들고 있다. 뉴 노멀은 차별에 대해 민감성을 지니고 있고, 열린 문화를 지향하거나,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 조소담 대표 ⓒ조소담

조소담 페이스 대표는 당초 언론사 공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 언론사에 들어갈 경우 틀에 박힌 일을 반복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고, 이 과정 속에서 지난 2015년엔 동료들과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사이트인 ‘히스토리사인’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뉴스를 만들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못하지?”라는 의문을 토대로, 제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시간·장소별로 시각화하는 플랫폼 ‘비트니스’를 만들었다.

현장의 목격자들, 제보자들을 저널리스트로 삼는 ‘비트니스’는 2015년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조소담 대표는 이후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미디어와 플랫폼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페이스’를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비트니스’는 ‘페이스’ 탄생을 이끈 일종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이었던 셈이다.

“저널리즘은 콘텐츠에요. 기사나 영상 모두 콘텐츠죠. 이제 각 미디어만의 시각이 있어야 독자도 그 콘텐츠를 소비해요. 그래서 사건 현장을 갔을 때는, 방송사 뉴스처럼 단순히 알리는 기사가 아니라, 현장에 가서도 독자와 똑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하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느낀 그대로를 보여주려 해요.”

그래서 그는 독자 모델을 상정하고 그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이 아침에 무슨 생각을 할지, 언제 출근하는지, 점심을 먹고 나면 무엇을 할지, 퇴근을 하면서 어떤 콘텐츠를 볼지 등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의 눈높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다보니 “우리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언론에서 다루지않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다룰 수 있었다는 게 조소담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페이스’는 기존 언론사에 존재하는 ‘정치’, ‘경제’, ‘문화’와 같은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정의’, ‘관계’, ‘리얼 퓨처’, ‘컬처 & 크리에이티브’, ‘빚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등의 다양한 카테고리를 구성했다.

각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리얼 퓨처]에는 ‘기술로 짜인 데님’, ‘위급상황 앱 ‘온카메라’, ’누워서, 앉아서, 일할 수 있는 의자’, ‘장갑을 끼고 수화를 하면, 통역을 해주는 장갑’ 등이 있다. 또한 [정의]에는 올랜도 총기난사에 대한 오바마의 연설이나 강남역, 구의역 사건 등 이슈가 있는 현장에 찾아가 그 곳의 분위기와 목소리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서초동 노래방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현장을 찾아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30분 가까이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빚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를 주제로 청년들의 부채문제를 다룬 영상을 시리즈로 내보내기도 했다. [숏컷]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숏컷이면 다 남자냐, “숏컷하고 연애할 때 겪는 일들”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 페이스북에 개설된 ‘페이스(face)’ 페이지 ⓒ화면캡처

이런 호응은 ‘공유’로 확인할 수 있다. 많게는 7만 8000회에 이른다. 독자들은 ‘페이스’의 영상을 단순히 공유만 하는 게 아니라, 공유를 하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적기도 한다. 독자들이 스스로 콘텐츠에 관여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자신도 말을 하고 싶었는데, ‘페이스’의 콘텐츠가 그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 기업들이 흔히 직면하는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 ‘페이스’에서는 우선 펀딩과 광고를 생각하고 있었다. 조 대표는 ‘페이스’가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게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보고, 구체적인 독자층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현재 ‘페이스’의 독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다면 구체적인 대상을 타깃으로 한 광고 집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수익모델과 함께 조소담 대표가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SNS에서 제보를 끌어오고, 사람들이 직접 제보를 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인 ‘레드 테이프’를 준비 중이에요. 사건에 대한 글과 영상들을 (일종의 해시태그(#)처럼) 맥락으로 묶어 제공하는 ‘페이스’와는 또 다른 새로운 판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해외사례에 대한 스터디와 논의들을 통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도 찾아나갈 생각입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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