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가 수술하고 있는 사회적 병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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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가 수술하고 있는 사회적 병변이란
[정덕현의 드라마드라마]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6.06.2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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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편의 의학드라마가 동시에,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 SBS <닥터스>와 KBS <뷰티풀 마인드>. 사실 의학드라마들은 너무나 많이 만들어져서인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패턴 같은 것들이 있다고 여겨진다. 외과 의사들이 나와 마치 무사들이 대결이라도 하듯 환자를 눕혀 놓고 칼 대신 메스를 휘두르며 수술을 하는 장면들이나,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들 때문에 레지던트들을 멘붕에 빠뜨리는 응급실 장면들, 병원 내 권력구조를 상징하듯 서열을 맞춰 복도를 회진하는 의사들 등등.

이런 패턴화를 깨기 위해 의학드라마는 심지어 <닥터 진>이나 <신의>처럼 타임슬립 판타지를 덧붙이는 시도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시 방영되고 있는 <닥터스>나 <뷰티풀 마인드>는 이런 식의 과한 이야기와는 달리 다시 병원과 의사로 돌아온 느낌이다. 이 두 드라마는 왜 하필 지금 의학드라마라는 장르를 다시 꺼내든 것일까.

▲ SBS <닥터스> ⓒSBS 화면캡처

2012년에 방영된 의학드라마 MBC <골든타임>이 응급실 이야기를 통해 사건사고가 끝없이 터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골든타임’의 이야기를 환기시킨 이후, 의학드라마의 메스는 훨씬 더 우리네 사회 현실의 병변에 닿아 있는 느낌이다. SBS <용팔이>는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조차 빈부 격차에 따라 선택되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VIP 병동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새로 시작한 <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도 다르지 않다. 그 안에는 병원의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담겨져 있다.

<닥터스>는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사’이자 ‘교사’라는 남자주인공 홍지홍(김래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병원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까지 끌고 나온다. 환자를 살리는 의사는 <닥터스>라는 드라마 속에서는 세상을 살리는 ‘교사’와 동격으로 그려진다. 모두가 누군가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이 서로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세상을 <닥터스>는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면서 우리 모두가 의사이자 교사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따뜻하지만 그것이 역설적으로 말하는 건 누군가의 좋은 의사이자 교사가 많지 않은 현실이다.

<뷰티풀 마인드> 역시 우리네 냉혹한 현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식을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 이영오(장혁)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신경외과의지만 감정 중추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공감 능력이 없는 이영오. 그는 사실상 사이코패스나 마찬가지다.

▲ KBS <뷰티풀 마인드> ⓒKBS

그 위험천만한 인물을 그러나 그의 아버지이자 의사인 이건명(허준호)은 교육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려 노력해온다.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은 부재하지만, 대신 그 얼굴 표정이나 제스처를 읽어 어떤 감정상태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훈련을 받는 것. 그렇게 성장해 의사가 되지만 이영오는 어느 순간 자신이 타인보다 뛰어난 이유가 그 ‘텅 비어있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알아챈다.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에 두려움 또한 없는 그 마음이 더 냉철하게 수술을 하게 해주고 그래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것.

이영오의 이런 모습은 우리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다. 성공을 위해서는 타인의 고통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코패스 같은 현실 속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기획의도라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소통’과 ‘공감’에 대한 메시지다. <닥터스>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함으로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의사이자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고, <뷰티풀 마인드>는 텅 비어있는 마음으로 성공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어째서 더 소중한가를 말해준다.

두 드라마가 모두 의학드라마의 외피를 입고 있으면서도 병원 바깥으로 나와 우리네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지향점이 소통과 공감이라는 사실도. 얼마나 우리 사회가 소통과 공감의 부재로 인해 사회적 질환을 일으키고 있으면 이런 이야기의 욕망들이 동시에 어른거리는 걸까. 새로 시작하는 두 편의 의학드라마는 모두 그 수술대 위에 우리네 현실을 눕혀 놓고 있다. 고질적인 시스템에 의해 병들어 쓰러져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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