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접는 추혜선, 진보 정당의 언론 개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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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언론 전문가를 외교·통일 비전문가로 만드는 국회 운영, 법 개정 과제 남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로의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하면서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해 온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금명간 농성을 종료할 예정이다. 언론계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추 의원은 전문성과 무관한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로의 배정은 부당하다며 국회 개원 이틀째였던 지난 14일부터 미방위로의 재배정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나섰지만, 소득 없이 농성을 접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변이 없는 한 추 의원은 본인의 전문성과 무관한 외통위에서 새롭게 전문성을 쌓으려 분투할 전망이다.

추 의원이 농성을 종료하는 배경엔 전반기 미방위가 이미 지난 28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돌입한 현실의 한계가 있다. 미방위 첫 회의 이전까지 얽힌 매듭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들의 상임위 정수 조정 제안을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

사실 추 의원의 외통위 배정은 환노위 구성에서 비롯한 문제다. 정수 16인의 환노위에 비교섭단체 몫은 1인인데, 이 한 자리를 놓고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과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 출신의 윤종오 무소속 의원이 경합을 했다. 결국 이정미 의원이 환노위를 배정받으면서 윤종오 의원이 미방위로 보내졌다. 그런데 교섭단체인 여야 3당의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24인 정원의 미방위 비교섭단체 몫을 1인으로 정한 까닭에, 당초 경쟁자 없이 미방위를 지원했던 추 의원이 외통위에 배정됐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왼쪽 두번째)이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비례대표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왼쪽) 지난 24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자리가 비어 있다.(사진 오른쪽) ⓒ뉴스1

추 의원과 정의당이 교섭단체 3당에서 저마다의 이해에 따라 상임위 위원 정수를 정하고 배정을 하다 보니,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비교섭단체 몫의 몇 안 되는 의석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련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정수 조정을 요구한 이유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특별한 게 아니다. 국회가 새롭게 개원할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일례로 지난 19대 국회 후반기에도 심상정 정의당 당시 원내대표가 환노위를 희망했지만 여야 교섭단체들의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소수 정당은 환노위를 배정받지 못했다. 그 결과 17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환노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여야 교섭단체들은 환노위 정수를 재조정했다.

이렇듯 반복하는 문제임에도 국회는 시정 노력을 하지 않고, 여야 교섭단체들은 우는 놈 달래기, 혹은 달래지 않기 전략을 저마다의 손익을 계산한 후 마음껏 활용하는 모습이다. 19대 후반기 국회의 심상정 대표와 달리 추 의원은 원하는 상임위로의 재배정이 좌절됐지만, 이 문제를 더 이상 원 구성 협상 시기 반복하도록 놔둬선 안 되는 이유다. 엉뚱한 상임위 배정으로 전문가를 비전문가로 만드는 게 국회 운영의 철학이 아니라면 말이다.

추 의원의 농성 종료를 계기로 위원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운영해야 할 국회 상임위가 비전문가들로, 지역구에서의 유불리 등을 따져 채워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의 과제를 남겨두더라도 남는 질문이 있다. 처음으로 언론계 몫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한 정의당의 취지는, 언론 개혁에 대한 그간의 의지 표명은 무엇이었나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추 의원 농성 사흘째였던 지난 16일 새누리당의 환노위 정수 조정 비협조를 비판하면서 “(정의당도) 내부 의원들의 상임위 배분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미방위에 속하지 않더라도 야3당이 20대 국회 개원 이전부터 의지를 드러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 입법에 추 의원은 역할을 할 수 있고, 스스로 그 역할을 포기하지 않을 터다. 하지만 방송‧통신 관련 입법 등을 전문으로 하는 상임위인 미방위에선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자와 서민을 기반으로 한 정의당이 국회에 진출한 이래 노동 관련 상임위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유처럼 말이다. 때문에 질문할 수밖에 없다. 언론계 비례대표를 처음으로 선출한 정의당에서 현재 언론 개혁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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