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철근’ 침묵 이어가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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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철근’ 침묵 이어가는 지상파
[보도비평] 지상파 3사 메인뉴스, 특조위 발표 이후에도 관련 보도 ‘0건’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06.29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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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뉴스는 ‘또’ 침묵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보고서를 통해 참사 당일 세월호의 화물 과적 사실과 과적 물량 안에 제주 해군기지로 운반 예정이었던 철근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지상파의 메인뉴스에선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조위는 지난 27일 채택한 진상규명조사보고서를 통해 참사 당일 세월호가 승인 받은 최대 적재량보다 1228t 더 많이 화물을 실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검경 수사에서 세월호에 실린 철근이 286t이라고 발표한 것과 달리 실제로는 410t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철근 일부가 제주 해군기지로 운반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특조위 보고서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참사 당일 세월호의 화물 과적 의혹이 이어지던 가운데, 지난 16일 <미디어오늘>에서 과적 화물 안에 제주 해군기지로 운반될 철근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이후, 특조위에서 관련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파의 메인뉴스에선 특조위 발표 당일인 지난 27일은 물론 다음날인 28일에도 단 한 건의 관련 보도도 하지 않았다.

▲ 27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농성중인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특조위 강제종료 저지와 세월호 인양,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며 청운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특조위의 공식 사실 확인 이전엔 ‘의혹’으로 남아있던 터라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이 끊임없이 질문해 온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까지 침묵하는 데 어떤 이유를 댈 수 있을까.

6월 30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종료시키려는 정부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이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야 겨우 세월호와 관련한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뉴스는 검경의 수사 발표가 왜 사실과 달랐는지 묻지 않고, 정부도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본령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는 세월호 특조위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 27일 메인뉴스인 <뉴스9> ‘단원고 교실 이전 문제 다시 ‘원점’‘ 보도를 통해 단원고 측과 유가족 사이의 ‘갈등’과 ‘논란’을 조명했을 뿐이다. 

반면 JTBC는 특조위 발표 다음날인 지난 28일 메인뉴스 <뉴스룸>에서 ‘"세월호, 승인 무게보다 1200톤 과적"…수상한 철근’ 보도를 통해 철근 과적 사실은 물론, 국정원 개입 의혹까지 보도했다. 더불어 같은 날 ‘세월호 민간잠수사, 위로는커녕 치료비 끊겨’, ‘심리치료도 없이…세월호 아픔 안고 간 그 경찰’ 보도를 하며 세월호 관련 이슈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 6월 29일 JTBC '세월호 특조위, 이정현·길환영 고발 "보도에 부당 개입"' 보도 ⓒ화면캡쳐

한편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는 특조위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KBS의 경우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보도 개입 의혹으로 촉발한 논란 속 사장이 해임되는 사태를 겪은 당사자임에도 침묵을 이어갔다.  

기다리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의 그날처럼 정부와 여당은 기다리라고 했다. 특조위 핑계를 대며 그때 밝혀지는 일에 대해 명명백백히 알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특조위가 밝혀내고 ‘진실’들을 모두 묵살하고 있다. 이제는 또 무슨 핑계로 뒤로 물러설까. 지상파 뉴스는 이런 현실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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