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대장을 떠나 보낸 음악예능의 어두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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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장을 떠나 보낸 음악예능의 어두운 미래
[김교석의 티적티적]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6.06.29 22:15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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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주간 일요일 밤은 음악대장을 위한 무대였다. 복면 뒤의 얼굴이 누구인지 일찌감치 정체가 드러났지만 시청자들은 모른 체하며 그의 무대를 기다렸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어김없이 찬사를 쏟아냈다. 전설을 함께 쓰고 있다는 감동 때문일까. 실시간 검색어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은 물론, 직장과 학교에서도 음악대장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음악대장이 9연승을 하는 151일은 음악예능 역사에 있어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

‘음악대장’이 <복면가왕>(MBC)을 떠난 지 이제 3주가 지난 지금 변화는 즉각 나타났다. 음악대장의 하차 이후 매주 1% 이상 떨어지는 시청률을 비롯해 모든 지표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출연자들의 무대 영상 조회수는 음악대장 무대의 반의 반 토막 넘게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음악대장이 오기 전 정체를 겪었던 시절 수준의 수치로 다시 접근 중이다.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던 실시간 검색어 지분이나 기사 노출 빈도의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 6월 12일 MBC <복면가왕> ‘음악대장’ 하현우가 속한 국카스텐의 무대 ⓒMBC 화면캡처

그런데 음악대장 하차 후유증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복면가왕>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인 프로그램들도 있다. 바로 <복면가왕>의 대성공 이후 나타난 <듀엣가요제>(MBC), <판타스틱듀오>, <신의 목소리>(이상 SBS) 등 2세대 음악예능들이다.

<불후의 명곡>(KBS)처럼 노래가 주는 감동과 드라마틱한 무대 연출 위주로 승부를 보던 음악예능은 ‘복면’을 만나면서 노래의 감동을 증폭시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 시청자 참여형 설정 등 예능적 장치의 비중이 훨씬 커졌다. 그러면서 화제성은 매우 중요한 성공 기준으로 떠올랐다. 이선희, 송창식, 남진, 태양 등 예능에서 보기 힘든 놀라운 인물들을 섭외하고 재능 있는 일반인들을 발굴하는 데 온 힘을 쏟은 이유다.

하지만 스토리텔링과 설정을 앞세운 2세대 음악예능들은 기대와 달리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나영석 사단이 돌아오기 전이라 대진운이 아직은 괜찮은 <듀엣가요제>를 제외하면 시청률은 모두 애초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5% 이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잠잠한 화제성이다. 실제로 한 빅데이터 업체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소비자 행동 분석을 하여 만든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지수를 보면 <복면가왕>의 후배들에게서 더욱 큰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

<신의 목소리>는 아예 예능 상위 16위 안에 들지도 못하고, <판타스틱 듀오>와 <듀엣가요제>는 각각 5월에 369만 3161, 430만 6451에서 6월엔 296만 7517, 248만 2712로 대폭 감소했다. 4개 음악예능만 놓고 비교한 결과도 있는데, 1위 <복면가왕>의 브랜드 평판지수는 569만 6249이지만, 2위 <판타스틱듀오>는 197만 7200, 3위 <듀엣가요제>는 182만 2369, <신의 목소리>는 144만 1118로 나타나 시청률이 아닌 화제성 면에서도 <복면가왕>과 여타 음악예능 간의 격차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청률로 보나 화제성으로 보나, 편성 편수만 많을 뿐 음악예능의 전성시대라고 명명하기에 머쓱한 상황이다.

▲ SBS <판타스틱 듀오> ⓒSBS

각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설정을 가져와 ‘신개념’임을 강조하며 노래와 스토리텔링을 신선하게 결부했다고 하지만 결국 드라마틱한 무대구성으로 가창력을 강조하고 노래가 주는 감동과 위로와 눈물로 귀결되면서 신선함과 차별성을 잃은 까닭이다.

호기심과 추리를 강조한 <복면가왕>의 설정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노래의 감동에 호소한다. 웃음을 유도하던 자막은 노골적으로 전설과 감동과 눈물을 언급한다. 엇비슷한 프로그램들에 오디션쇼까지 합쳐져 너도나도 감동을 요구하니 시청하는 입장에서 나름의 감정 노동이다.

한동안 정체를 겪던 <복면가왕>은 음악대장을 무대 위에 올리면서 노래가 주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자체적인 힘이 아니라, 특출한 게스트의 능력에 기댄 결과다. 결국 음악대장이 남긴 것은 음악예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갖춘 신선한 선수를 무대에 올려야 하는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전설이 아닌 게 문제다.

2015년은 기대도 안 한 쿡방의 출현과 그동안 예능이 추구해왔던 일상성이 꽃을 피우며 유의미한 실험과 결과를 거둔 한 해였다. 따라서 2016년에는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예능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음악예능의 붐이 일었지만 음악대장에 대한 경배가 음악예능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능 포맷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인물에 대한 관심에 머물러 버렸다. 음악대장이 일궈놓은 화려한 꽃길은 음악예능의 전성시대로 접어드는 길이 아니라 섭외가 관건이라는 음악예능의 한계를 명확히 확인한 예로 점점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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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율 2021-03-13 15:13:37
되게 멋있어요! 음악대장 화이팅!!!♡♡♡♡♡

YBS 2016-06-30 20:48:51
역시 시청률은
1. 추리와 예능(장기자랑) 요소가 강한 복면가왕
2. 방송 시간이 9:30분이고 타 프로보다 젊은 가수가 나오는 듀엣가요제
3. 일요일 4:50분 황금시간인데도 한정된 음악예능 시청자 대부분을 복면가왕에
뺐겨
5%에서 머물 수 밖에 없는 판듀. 복면가왕이 더 재미없어지거나 태양 같은 출연자가 있어야만 6% 이상 돌파 가능
4 . 방송시간이 11:10분으로 늦은 탓과 듀엣보다 젊지 않은 판듀는 이제 5% 이하

YBS 2016-06-30 20:31:15
개인적으론 신의목소리>판타스틱듀오>듀엣가요제 순이었으나 이제 신의목소리는 좀 씩 식상해지고 있고, 판타스틱듀오는 이선희편까지는 항상 좋았고, 그래서 음대 하차 후 하락한 복가면가왕 시청률을 동시간대 방송인 판듀가 0.7% 정도는 흡수해 6%는 찍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변동이 없는게 약간은 의외네요. 아, 음대 특공 방송 후 이선희도 하차해서인가?

YBS 2016-06-30 20:21:51
좋은 분석 잘 읽었습니다.

grace 2016-06-30 10:48:15
9연승의신화는 노래만잘한다고 하는게 아니죠 시청자들의 보는눈과 듣는귀 매번 심장을 파고드는 감동 모든것이 혼연일체된 무대였죠 다시는 이런분 못볼것 같아요 콘써트가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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