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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정체성과 결합한 팟캐스트, 궁금하지 않나”

[PD vs PD] ‘떡국열차’ 김영우 SBS PD & ‘대화반점’ 이진희 KBS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6.06.29 23: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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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동진 영화평론가, 개그맨 최욱, 방송인 정영진? 흔히 팟캐스트라고 하면 어떤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일반인이나 유명인이 만드는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요즘 팟캐스트 제작에 뛰어든 라디오 PD들이 있다. 방송사에서 편성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팟캐스트 형식을 취하는 게 아닌, 기획부터 제작, 방송까지 오롯이 ‘팟캐스트’를 위한 ‘팟캐스트’를 만드는 라디오 PD 말이다.

이미 지상파라는 거대한 플랫폼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이들이 왜 굳이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형태의 채널에 뛰어든 걸까. 팟캐스트의 어떤 부분이 이들로 하여금 업무 시간을 쪼개가면서, 혹은 꿀잠을 포기하면서 팟캐스트 제작에 나서도록 하는 걸까. <PD저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지난 27일 오후 7시 서울 목동 S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팟캐스트 <떡국열차> 제작자인 김영우 SBS 라디오 편성기획팀장과 <대화반점> 제작자인 이진희 KBS PD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

▲ 이진희 KBS PD(왼쪽)와 김영우 SBS PD ⓒPD저널

라디오 PD, 기존 지상파 문법과 다른 팟캐스트 영역에 도전하다

사회 팟캐스트와 관련해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김영우 SBS PD(이하 김영우) SBS 라디오 편성기획팀장이자, 팟캐스트 채널 제작 총괄을 맡고 있다. 그리고 <떡국열차>라는 국사 관련 팟캐스트를 제작・편집하고 있다. 이번주 금요일(7월 1일) ‘고릴라팟’이라는 이름의 SBS 팟캐스트 채널을 런칭한다.

이진희 KBS PD(이하 이진희) 12년차 라디오 PD고, KBS 미래사업본부 디지털서비스국 모바일오디오사업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팀장을 포함해 3~4명이 일하고 있다. 메타데이터 총괄 입력 업무를 거쳐 팟캐스트를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관리, 비방송용 팟캐스트 제작을 독려하고 기획해서 런칭까지 도와주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3월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후배들과 함께 <대화반점>을 런칭했고, 이달부터 진행도 직접 하고 있다.

사회 일반 대중은 물론 라디오 PD들도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 라디오 PD 입장에서 기존의 라디오 프로그램과는 다른 팟캐스트만의 매력을 꼽는다면?

이진희 장점이라면 아이템별로 자기가 듣고 싶은 걸 찾을 수 있는 메타데이터 입력이 기존의 지상파보다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인이 ‘비폭력 대화’를 검색했더니 내가 제작하는 팟캐스트(<대화반점>)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그런 점이 매력이다. 하지만 KBS 내에서도 그쪽(팟캐스트)으로 리소스를 옮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럽다. 팟캐스트는 여전히 일부의 취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회 지상파 라디오의 경우 정해진 시간 안에 편성을 하고 폭넓은 청취층을 고려해야 하는 데 반해, 팟캐스트는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장르를 자세히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진희 지상파 라디오에선 어떤 주제와 관련한 방송을 찾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잘 모르지 않나. 요즘 나는 어학 부분이 세분화되고 전체 팟캐스트 숫자가 3개월 만에 2000~3000개씩 늘어나는 걸 보는데 놀랍더라.

사회 기존의 라디오 방송 제작할 때와 팟캐스트를 제작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방송 문법이 아닌 팟캐스트의 문법과 상황에 최적화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우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없다. 좋은 시설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팟캐스트에서 좋은 시설은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다. 중요한 건 기획력이다.

▲ SBS 팟캐스트. ⓒ화면캡처

팟캐스트, 기술보단 내용의 퀄리티 중요

사회 팟캐스트 제작에 굳이 기술적 고퀄리티(이하 고퀄)는 필요 없다는 말인가?

이진희 스튜디오나 콘솔 등 시설적인 부분으론 차별성이 없다. NPR(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같은 경우는 방송에서 고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사운드 엔지니어, 효과 등은 물론이고 직접 외부 취재를 한다. 결국 내용 측면에서 고퀄을 들려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본업을 하면서 겨우 녹음이나 더 하는 수준이라 퀄리티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지상파 라디오 제작을 위한 인력 구조를 보자. PD는 회사에 소속돼 있고 출연자나 작가는 프리랜서로 고용된다. 그런데 최근 이분들이 팟캐스트로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진행자나 작가가 나가면 지상파 방송이 보유하고 있던 리소스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지게 된다. 예전엔 우리(지상파) 밖에선 채널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에 (팟캐스트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도 있고, 녹음과 제작도 다 해준다.

사회 그런데 최근 OtvN <어쩌다 어른>의 특강쇼에서 불거진 오류 사례처럼 방송사에서도 전문적 지식에 대한 오류가 발생한다. 팟캐스트가 점점 전문화·세분화 되고 있지만, 비전문가도 있을 테고, 내용상 오류라든지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들지는 않나?

김영우 많이 든다. 나는 국사에 대한 내용을 하는데 자료에 따라서 여러 이론들이 많다. 몇 개 이론이 있을 때 한 가지 이론만 말하면 댓글이 올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리뷰를 해준다. 예전에 중국어 팟캐스트를 할 때도 전공자와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들었는지, 진행자가 틀리면 지적을 해준다거나 ‘이런 말이 더 맞지 않나’라는 식의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그걸 읽고 검토해서 다음 회차에서 다시 얘기하는 식이었다.

이진희 이게 순기능이라고 보는데, 지상파에서 그런 걸 하면 암묵적으로 권위에 굴복하는 게 있다. 지상파에서 하는 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팟캐스트는 기본적으로 해당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에 대해 문제제기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제작자와 청취자가 더 많이 소통하게 된다. 이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방송사 내부에선 여전히 팟캐스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라디오 방송에 대한 청취율 조사나 통계 시스템은 사실 정량적 검증이 쉽지 않다. 반면 팟캐스트는 시장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동진 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경우 때때로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이진희 개편 때마다 PD들에게 프로그램이 배정이 된다. (수많은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는 여전히 방송되고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당장 내 밥줄에 영향이 있지 않는 한, 굳이 리스크가 있는 영역(팟캐스트)에 도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런 부분도 이해는 된다.

김영우 같은 PD로서 이야기하기 좀 그렇지만… PD들이 게으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픈 생각도 없고. 사실 라디오 PD는 시사와 예능, 음악 프로그램을 모두 해봐야 하는데, 시사 프로그램을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힘들기 때문이다. 시사를 잘 모른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귀찮은 게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팟캐스트가 라디오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팟캐스트가 라디오의 최소한의 보완재는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는 듯 보인다.

3년, 5년 뒤 라디오와 팟캐스트의 미래는?

▲ 김영우 SBS PD ⓒPD저널

사회 그렇다면 앞으로 3년, 또 5년 뒤 라디오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팟캐스트의 문법은 라디오 문법을 대체할 수 있을까.

김영우 여기서 관건이 되는 건 과연 (그때까지) 사람들이 라디오를 들을 지에 대한 부분이다. 지상파 라디오 PD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자괴감이 있다. 어떻게 보면 라디오는 이제 라디오 PD만 듣는 매체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면 재미가 있다든지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나? 방송을 선도하나?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보는데, 아닌 것 같다.

(라디오와는 다른 TV의 예이긴 하지만)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한 쪽으로 밀어 붙인다. 아예 선정적으로 간다던지, 그렇게 말이다. 또 tvN은 새롭게 만들어낸다. 우리(지상파) 나름대로 핑계를 대자면, 심의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 그래, 이건 변명일 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데서 무언가를 시도해보면 되는 거 아닐까. (우리가) 무언가를 해보지 않는데, 과연 사람들은 (지상파 외)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을 때 지상파 라디오를 선택할까. 그런 부분에서 회의적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3년, 5년 후 불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다.

이진희 라디오가 팟캐스트로 대체되지는 않을 거 같다. 실시간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은 지상파가 어느 정도 앞서 있다. 그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잠식 될 거라 본다. 역으로 콘텐츠를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개념으로 가지고 올 건지 여부는 방송사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아무튼 어느 정도 잠식되는 건 불가피한 것 같다.

사회 혹시 팟캐스트 도전을 통해 각자 검증하고 싶은 가설이 있었나? 있었다면 무엇이었고, 성과는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영우 딱히 가설이 있다기 보다는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느낀 게, <떡국열차>의 경우 3개월 만에 10위 안에 들어갔다. 중국어 팟캐스트 <니츠팔러마>도 3개월 안에 30위 안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때그때 운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인기 팟캐스트에서 좀 더 자주 이야기해 줄 때 영향력이 크다. 또 팟캐스트를 만들려는 사람이 인기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것도 좋다. 인기 팟캐스트의 진행자, 출연자를 내 팟캐스트에 출연시키는 게 더 좋고. 그렇게 하는 게 순위를 빨리 올리는 방법인 거 같다.

이진희 가설이라…. 계급장(방송사나 채널 파워) 떼고 콘텐츠만으로 붙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대화반점> 시즌1은 진행자도, 구성도 라디오적으로 했던 거 같다. 한 달 반 정도의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시즌2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아까 얼핏 나온 이야기처럼 나도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이걸 누가 듣지?’ 하는데, 팟빵은 생동감있게 청취자들이 바로 반응을 해준다. 리플을 자꾸 보고 싶다. 팟캐스트의 경우 (방송에 대한) 비판을 받아도 서로 이야기하면서 ‘제가 잘 몰랐네요’라고 이야기하기가 (방송보다) 편하다.

나는 팟캐스트만 제작하는 게 아니고 콘텐츠 제휴, 외부 업체 미팅, 라디오 어플리케이션 ‘콩’ 관리 등을 한다. 그러면서 지상파와 팟캐스트가 끊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해보면서 뭐가 다르지?’ 혹은 ‘어떻게 둘을 연결해야 하지?’ 이런 생각들을 해봤다. 다시 라디오로 돌아가도 이런 걸 염두에 두고 제작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고 싶었다.

사회 아직까지 방송사 경영진들은 팟캐스트를 일종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본체인 지상파를 더 잘 되게 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만 생각하는 듯 보인다. 팟캐스트만 잘되면 안 되는 그런 분위기가 있지 않나?

김영우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 똑같다. 선배 그룹 안에선 여전히 팟캐스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네 즐거움을 찾기 위해 그거 만드는 거잖아’ 이런 얘기를 정말 한다. 그럴 때 뭐랄까, 약간은 화가 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실험을 해보는 것도 있는 건데, 너무 야속하다. 이해를 못해주는 부분이 있으니까.

▲ KBS 팟캐스트 ⓒKBS

팟캐스트 성장 위해 여성과 젊은 청취층 확대를 위한 콘텐츠 개발 필요

사회 외국과 달리 한국에선 아직 팟캐스트가 제대로 된 미디어로 대우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떤 부분을 보강하면 좀 더 제대로 된 산업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김영우 현재 팟캐스트를 듣는 성비 구성을 보면 남성이 70% 정도로 보인다. 미디어자몽에서는 반반이라고 말하는데 최소로 잡아도 60% 정도는 남성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연령대 구성인데 나는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이 제일 많다고 본다. 왜냐면 10대들은 오디오보다 비디오에 더 관심이 있다. 주 청취층이 40대 후반의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남자라고 분석한다면, 한국 이념지형에서 굉장히 적은 수가 팟캐스트 시장에 들어와 있는 거다. 비중이 크지 않은 거다. 이 비중을 넓히지 않으면 팟캐스트 시장은 만개하기 힘들다.

여성 청취층을 더 확대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성 청취층을 어떻게 유입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지금의 콘텐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면 팟캐스트 시장은 빨리 크기 어렵다. 언제 어떤 매체가 나타날지 모르는 미디어 격변기인데, 만개하지 못하고 꺾일 수도 있다.

이진희 일단 눈으로 콘텐츠를 보기 피곤한 사람들이 (팟캐스트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또 전문적이고 깊은 토론, 시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두 층엔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 양적으로 많이 늘어날 거 같다. 결국은 젊은 세대를 어떻게 계속 소리 매체로 끌어들일 것인가가 문제다. 그 부분은 회의적이다. 다만 희망은 ‘너네도 늙어봐라, 결국 우리에게 오게 될 거다?’(웃음) 우리는 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한다. 사회 고령화가 기회다.(일동 웃음)

그런데 소리 매체가 라디오적 감수성을 잃어버리고 인터넷 매체나 팟캐스트의 시도들에 너무 좌지우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감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비주얼에 지친 사람들이 올 공간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인기 BJ 대도서관의 장래 희망이 라디오 DJ였다고 한다. 그 친구가 하는 방송은 라디오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라디오적 특성을 살려서 더 인기 있는 거 같다. 우리가 TV 예능이나 모바일 콘텐츠의 문법이나 형식에 현혹돼서 청취자들이 오히려 라디오를 떠난 거 같다. 라디오만의 아이텐티티(정체성)를 잘 지키고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진희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개편마다 PD가 바뀌는) 지상파 프로그램과 달리 언제 다시 들어도 의미 있고, 검색하면 나오는 나만의 데이터베이스, 나만의 콘텐츠를 갖고 싶다. 팟캐스트에서 소리 매체의 장점을 살릴 때 라디오 PD로서의 아이덴티티도 설 수 있다. 그리고 모두 한 번 시도해보면 좋겠다. 부지런하게. 여력이 있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직접 도전을 해보고 이야기를 나눌 라디오 PD 동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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