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하필 대통령이 KBS를 봤네. 한 번만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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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이정현 靑 홍보수석-김시곤 KBS 보도국장 통화 공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김시곤 KBS 당시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자제를 압박했다고 알려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의 녹취록이 30일 공개됐다.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시곤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이정현 홍보수석, 참사 책임 해경 아닌 선장·선원에게 돌려

이들 단체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홍보수석은 4월 21일 저녁 9~10시경 KBS <뉴스9>의 해경 비판 보도에 거세게 항의했다. 당시 <뉴스9>에선 △수색작업 ‘민간잠수사’ 활약…해경도 인정 △선박관제센터 운영…해수부 따로, 해경 따로 △진도선박관제센터, 지켜보고도 ‘감지’ 못해 △‘바다의 권력’ VTS, 해수부-해경 ‘관할 경쟁’ △민간선박들 “바다 뛰어내렸으면 구했다” △탈출판단 선장에게 미뤄…관제센터 ‘소극 대응’ △위도 경도 묻는 해경…놓친 시간 6분 더 있다 등 총 7건의 보도를 했다.

녹취록 대화를 보면 이 수석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해경이 아닌 선장과 선원에게 돌렸다. 이에 김 국장이 경찰로서 해경의 책임에 대해 말하며 반박하자 이 수석은 “내가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냐”, “솔직히 (보도에) 의도가 있어 보인다” 등 불쾌감을 표시하며 항의를 거듭했다. 김 국장은 이 수석의 항의에 해명과 반박을 하면서도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하 녹취 일부 발췌)

▲ 언론노조 등이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언론노조

이정현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해결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그러는 게) 맞습니까?…(중략)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에 다른데도 아니고 말이야, 이 앞의 뉴스에다가 지금 해경이 잘못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중략) 지금은 뭉쳐가지고 해야지 말이야, 이렇게 해경을 작살을 내면 어떻게 일을 해나가겠습니까. ”

김시곤 “이게 우리 보도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정현 “솔직히 말해서 의도 있어 보여요. 지금 이거 하는 것 봐보면 이상한 방송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그렇게 지금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공영방송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아니 지금 누구 잘못으로 이 일이 벌어져 가지고 있는데….”

이정현 “실질적으로 그 사람들(선장‧선원)이 잘못해서 그런 거고, 방송을 멀리서 목소리만 듣고 그런 뛰어내리지 않아서 일이 벌어진 것처럼,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하는 데 도움이 되냐고요. 씹어 먹든지 갈아 먹든지 며칠 후에 어느 정도 극복한 뒤에 그때 가서는 모든 것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중략) 지금은 뭉쳐가지고 정부가 이를 극복해 나가야지, 공영방송까지 전부 이렇게 짓밟아가지고.”

이정현 “저놈들까지 화면 비쳐가면서 KBS가 저렇게 다 보도하면은 전부 다 해경 저 XX들이 잘못해가지고 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다들 하잖아요. 생각하잖아요…(중략)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 가지고 되겠냐고요. 직접적인 원인도 아닌데도, 극복을 하도록 해줍시다. 예?…(중략) 정말 이렇게, 아니 진짜 정말, 저렇게 사력을 다해서 하고 있는데 진짜 이 회사를, 이 회사 이놈들…”

김시곤 “무슨 말씀인지 알고요. 아니, 이 선배.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 솔직히.“

이정현 “지금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좀 도와주십시오. 극적으로. 이렇게 지금 일적으로 어려울 때 말이요. 그렇게 과장해가지고 말이야, 거기다대고 그렇게 밟아놓고 말이야…(중략) 선장이고 뭐고 간에 자기들이 더 잘 아는 놈들이, 자기들이 뛰어 도망나올 정도 된다, 그러면 그 정도로 판단됐으면, 거기서 자기들이 해야지, 뛰어내려라 명령을 안 했다고, 그래 가지고 거기서 그렇게 합니까.”

김시곤 “아니, 그건 말이죠. 그걸 비난한 이유는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고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또 기대를 하는 것도 있는 것이고. 해경은 국민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닙니까, 경찰인데. 승객 안전문제 생각해야죠. 몇 명 탔는지 파악하고, 그 배가 50도 정도 기울었다면 무조건 탈출시키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거지요. 그걸 갖다가 선장 네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면 안 되죠.”

이정현 “국장님, 아니 내가 진짜 그렇게 내가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십니까? 네?…(중략) 진짜 국장님, 좀 도와주시오. 진짜 너무 진짜 힘듭니다. 지금 이렇게 말이요. 일어서지도 못하게 저렇게 뛰고 있는 이 사람들을 이렇게 밟아놓으면 안 됩니다. 아, 좀 진짜 죽도록 잡혀 있잖아요. 지금 이렇게 저렇게… 며칠 후에요. 그때 가서 아주 갈아먹으십시오. 그냥 지금은 조금 봐 주십시오. 제발 좀 봐 주십시오. 조금 봐 주십시오. 정말로.”

“다시 한 번 (뉴스) 녹음해 달라”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수석은 같은 달 30일 밤 10시경에 김시곤 국장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 <뉴스9>의 해경 비판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같은 보도가 <뉴스라인>에선 방송되지 않길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뉴스9>에선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현장 지휘권을 가진 해경이 민간업체인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군 정예 잠수요원들 투입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해경이 먼저 들어오고 그 다음에 민간이 들어오고, 그 다음에 해군이 들어가고 하니까, 온 순서대로 이렇게 투입시키는 통제를 했나 보다”라며 “용어를 통제가 아니라 순서대로 들어간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통제를 하고 못 들어가게 했다 그래버리니 야당은 당연히 이걸 엄청 주장해 버리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수석은 “국장님,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뉴스라인>에서도 보도를)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한 번만 더 해주시오”라고 요구했다. 이어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 번만 도와주시오”라고 재차 요구했다.

김 국장은 “<뉴스라인> 쪽에 내가 한 번 얘기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국장은 이 수석의 재녹음 요구에 대해선 “그렇게는 안 되고, 여기 조직이라는 게 그렇게는 안 된다. 하여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 등의 답변을 했다. (이하 녹취 일부 발췌)

이정현 “나 요거 하나만 살려주시오. 국방부 그거. 그거 그거 하나 좀 살려주시오. 이게 국방부 이 사람들이, 용어가, 용어를, 이 이거 미치겠네. 하. 어쩌요? 오늘 저녁뉴스하고 내일 아침까지 나가요? 좀 바꾸면 안 될까?”

이정현 “보도자료를 잘못 줘서 그렇지, 완전히 이건 순서를 기다리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고거 좀 한 번만 도와주시오. 국장님, 나 요거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시오. 아이고.”

김시곤 “그렇게는 안 되고, 여기 조직이라는 게 그렇게는 안 됩니다. 그렇게 안 되고, 제가 하여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볼게요. 내가.”

이정현 “그래. 한 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께서) KBS를 오늘 봤네. 아이, 한 번만 도와주시오. 국장님, 요거 한 번만 도와주고, 만약 되게 되면 나한테 전화 한 번 좀 해줘. 응? 그래, 나 오늘 여기서 잘. 나 여기 출입처잖아. 전화 좀 해줘.”

당시 <뉴스9>에선 △“사고 초기 해경, 언딘 때문에 군 투입 못해” △둘쨋날 밤 군 재투입, ‘황금시간’ 놓쳤다 △해경, ‘통제’ 인정 “초기 혼선 초래 책임 통감” △왜 하필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택했나 △‘당황 말고 침착?’ 허술한 해경 구조 매뉴얼 △해경, 약 1/3 수영 못해…구조 어려울 수밖에 △해경 “탈출” 방송…전화벨 소리보다 작았다 등 8건의 보도를 했다. 하지만 이 수석과 김 국장 통화 후 ‘둘쨋날 밤 군 재투입, ’황금시간‘ 놓쳤다’ 보도는 <뉴스라인>에서 빠졌다.

▲ 언론노조 등이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언론노조

“전두환 정권 보도지침 떠올랐다”…“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해야 할 이유”

일련의 대화가 담긴 이 녹취록은 1986년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전 KBS 이사가 김 전 국장을 설득해 공개를 결정했다고 한다. 김 전 이사는 “(이 녹취를 처음 듣고) 제가 1986년 당시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의 보도지침과 유사한 (공영방송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만약 미국 백악관의 대변인이 공영방송 PBS의 보도국장에게, 영국 총리실에서 공영방송 BBC의 보도국장에게, 일본 총리실에서 공영방송 NHK 보도국장에게 이런 일을 했다면 정권 퇴진 요구가 벌어질 사안”이라며 “국정조사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녹취 속 대화가 언뜻 들을 땐 (청와대에서) 지시하고 (KBS 보도국장은) 굴욕적으로 들어야 하는 ‘상명하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과거엔 이런 문제없이 잘 돌아갔는데 (평소와 달리) 잘 안 되니 서로 곤혹스러워하는 대화”라며 “이런 통화가 이전부터 늘상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어 “언론학 교재에서 국가 권력이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는 지에 대한 실제의 사례가 확인된 것”이라며 “국가가 어떻게 뉴스를 조작하는지 (오늘 공개된 녹취로) 그 방법이 모두 생중계 됐다”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던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민의 생명보다는 정권의 안위를,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하려 했다는 건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 이면에서 읽어야만 하는 건, 공영방송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검토를 하며 (이행을 위해) 생각해야 하는 자리로 추락했다는 사실”이라며 “청와대에서 공영방송을 쥐락펴락 하는 구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이날 녹취 공개와 함께 △세월호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을 통한 참사의 진실 규명 △세월호언론청문회 개최를 통한 통제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이정현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 방송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화 △세월호 보도 개입 및 진실 은폐 관련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했다.

▲ 예은아빠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 협의회 집행위원장 ⓒ언론노조

“세월호 특조위는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416가족협의회 예은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녹취를 모두 들은 유 위원장은 “그간 (유가족들이 청와대로부터)농락을 당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 집행위원장은 “녹취 속에서 이 수석은 선원들이 퇴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해경 때문이 아니라고 했고, 해경이 잘못을 했더라도 부차적이라고 말했다”며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유족들에게 전적으로 자신(정부)의 책임이라고 했는데,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유가족들이 보도에 항의하며 KBS 앞에 가서 농성을 하며 김시곤 국장의 사과와 길환영 당시 사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고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했다”며 “당시 유가족과 면담을 했던 이정현 수석은 우리의 요구를 듣고 ‘아무리 청와대라 해도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마음대로 할 순 없다’, ‘KBS에 유가족들의 의견을 전다하고 가능한 KBS 사장이 직접 사과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직후 길환영 사장이 바로 와 사과를 하고 김 국장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유 집행위원장은 “이 녹취를 보며 의문이 풀린 게 당시 김시곤 국장이 청와대 입장에선 마땅치 않았지만 보는 눈이 있으니 조심스러웠는데 유가족이 해임을 요구하니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유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강제 활동종료를 놓고 여야와 언론이 특조위 활동 시작 시기에 대한 이견에만 집중하는 데 문제를 제기하며 이같은 당부를 전했다.

“중요한 건 특조위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다. 특조위의 존재 목적은 참사의 원인-세월호 침몰의 직적 원인과 구조하지 않지 않은 이유-을 밝혀 해당 기관과 직원을 처벌함으로써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안과 대책을 만드는 것이다. 아직 특조위는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다. 특조위에 부여된 조사권을 100% 활용해 세월호 선체를 정밀 조사할 때까지 존재해야 한다. 이 부분에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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