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 해법 모색하는 100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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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KBS ‘청년대한민국-일자리가 미래다’…일부 성공 사례에 집중, 대안 모색 아쉬워

고용 없는 성장 시대. 대한민국 청년들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한 삶을 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됐다. 심각한 청년 실업의 해소를 위해 정부는 분투 중이다.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을 시작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을 내놓았고,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 대책을 내놨다. 방송도 함께 뛰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는 지난 3월부터 국민과 함께 일자리 문제의 현실을 직시해 신속하고 다양한 노동정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방법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 연중기획 <청년대한민국-일자리가 미래다>를 방송 중이다. 하지만 정부와 방송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은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여전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청년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 KBS <일자리가 미래다> 6월 27일 방송 ⓒKBS 화면캡처

지난 6월 27일 오후 4시 20분부터 6시까지 100분 동안 방송된 KBS <일자리가 미래다>에선 경기도 스타트업 캠퍼스, 청년 강소기업, 일학습병행제, 청년취업아카데미 등 정부 일자리 정책의 혜택을 받는 청년들의 사례와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 3인의 이야기 등을 소개했다. 중간 중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3인의 사례를 보여주고,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형태별임금격차 등 청년들의 일자리 통계 현황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방송은 청년 실업의 근본 원인을 중소기업 원‧하청 구조와 비정규직 문제 등 불합리한 노동 구조에서 찾으면서도 이에 대한 대책의 제시는커녕, 충분한 모색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패널로 출연한 고용노동부 관계자조차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라고만 말할 뿐, 프로그램 안에서의 대책 논의의 시간은 없었다. 결국 100분 중 대부분 시간을 정부에 대한 정책 사례 소개로 할애한 셈이다. 그리고 <일자리가 미래다>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친 방송 모두 거의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물론 방송에서 정부 정책을 알릴 수도 있다. 그 역시 방송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런 홍보의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설명마저 부족했다. 방송에선 청년 3인의 스타트업을 ‘성공사례’로 제시하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성공에 이뤘는지, 과정은 생략한 채 ‘성공담’만을 보여줬다.

▲ KBS <일자리가 미래다> 6월 27일 방송 ⓒKBS 화면캡처

하지만 올해 초 두 달 동안 KBS 디지털뉴스부에서 18회에 걸쳐 심층 취재한 ‘청년 리포트’ 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조차 정부 지원 사업의 까다로운 절차로 중도 포기할 만큼 시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일자리가 미래다>에서는 성공한 몇몇의 모습만을 보여주며 “청년 여러분, 자금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스타트업에 도전 하세요”라고만 얘기하는 모양새였다.

사실 <일자리가 미래다>와 별개로 KBS의 시사프로그램에선 끊임없이 청년 실업 문제를 고민해왔다. <명견만리> ‘인구쇼크, 청년이 사라진다’(2015년)와 <시사기획 창>의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4년), ‘최저임금 현장은 지금’(2015년), ‘개천의 용은 살아 있나’(2016년), 그리고 최근 큰 공감 속에 방영한 <KBS 스페셜> ‘지옥고, 청년의 방’(2016년) 등에선 청년 실업의 막막한 현실을 짚었다.

보도 또한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문제를 짚고 해법 모색에 나섰던 ‘중소기업은 왜 청년 일자리의 무덤이 됐나’(2016년 1월 19일), ‘[노동개혁 해법은?] 대-중소(기업) 벌어지는 이중 격차…상생 관건’(2016년 3월 27일), ‘위험한 이름 ’하청‘’(2016년 6월 12일) 등의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 KBS <일자리가 미래다> 6월 27일 방송 ⓒKBS 화면캡처

하지만 이런 보도 속에서도 19대 국회에서부터 현재까지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려 하는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와 야당의 ‘쉬운 해고법’, ‘비정규직 양산법’ 등의 반발, 그리고 반발의 이유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조명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청년들이 청년 문제를 진지하게 짚는 시사와 보도 프로그램을 환영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증과 부족한 대안 등으로 막막한 현실을 재확인할 뿐이라며 한숨짓는 이유일 터다.

청년 실업의 해법 모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미래다> 방영 시간 100분은 보도 프로그램의 5분 분량의 심층보도 20건, 50분 분량의 시사 프로그램 두 편을 방송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분명한 건 이 긴 시간 동안 정부 일자리 정책의 성공 사례 일부만을 단편적으로 계속 나열하는 식이라면, 이 방송에 만족하는 건 당사자인 청년이 아닐 거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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