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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미션 임파서블? 파서블!] 안병진 경인방송 PD

“베이컨 굽는 소리와 냄새 나는 어플”

아침에 출근해서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기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에서 냄새가 난다고?

미국의 한 육가공업체에서 베이컨 굽는 소리와 냄새로 잠을 깨우는, 스마트폰 알람 어플을 내놓았다. 2년 전의 이야기이다. 냄새나는 어플이 가능하다면, 냄새나는 라디오도 가능한 것 아닐까? 냄새나는 TV가 나온다고 한 게 백만 년은 된 거 같은데….

TV 영상 이미지에 맞는 냄새를 조합하려면 이것저것 복잡할 테고, 라디오로 단순화해서 가면 쉽고 빠르겠다. 오~ 예!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나의 라디오. 다른 감각과 연결한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우자! 라디오 콘텐츠에 새 역사가 쓰이는 순간일 줄 알았던 2014년, 이때부터 나의 뻘짓은 시작되었다.

어플 창업이 한창이던 2013년에는 세계적으로 향기 어플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센티(Scentee)’라는 이름의 캡슐 향기 어플이 개발돼 당장이라도 현해탄을 넘어 한국에 제품을 내놓을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하버드 출신의 어느 연구팀이 오폰(oPhone) 이라는 기기를 통해, 뉴욕에서 파리로 향기를 담은 문자를 보내는데 성공했다고, 마치 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다는 것 마냥 기뻐하는 보도가 나왔다. ‘유브 갓 스멜(You've got smell)’이라는 재치 넘치는 카피와 함께! 심지어 상상력의 보물창고 구글에서는, 검색어 결과에서 ‘Smell’ 버튼을 클릭하면 그 고유의 냄새가 난다는 최신 기술을 같은 해에 선보였다.

비록 만우절 장난으로 밝혀졌지만, 드디어 후각 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연착륙하는 듯이 보인 순간이었다.

그래 이거야! 모든 걸 소리로 표현해내야하는 라디오에서 냄새가 난다면, 먹방은 이제 더 이상 영상 매체만의 것이 아니다. 삼시세끼 아침부터 야식 때까지 자극적인 소리와 냄새로 청취자의 배를 허기지게 만들리라. 청각 매체가 다른 감각과 만나면 얼마나 할 게 많은가! 맨하탄 트랜스퍼의 ‘자바 자이브(Java Jive)’를 커피향과 함께 띄우면,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모두 탕비실로 달려가겠지. 운전하며 듣는다면 드라이브 인(drive in) 커피매장을 찾아 헤매려나? 그럼 커피 회사에서는 제발 광고 좀 해달라고, 협찬은 덤이라고 줄을 서겠지. 이게 어디 지역 라디오에서 상상이나 했던 풍경이던가.

그 후 나의 망상을 실현해줄, 기술자들을 찾아다녔다. 간단히 말하면, 스마트폰에 냄새를 담은 특수 장치를 장착해서, 스마트폰 라디오 어플과 냄새를 연동시키는 것이다. 여기저기 자료를 모았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유사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냄새를 풍기며 기웃거렸다. 그러던 게 이제 2년째이다. 시간이 이쯤 되면 냄새나는 TV가 나올 법도 한데, 후각인식 기술은 아직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듯하다. 일본 기업은 그 후 이렇다 할 소식이 없고, 제품화에 성공한 oPhone의 경우 상품이 시중에 나왔지만 상상했던 것처럼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동안 향기 나는 TV에 투자를 계속해온 삼성전자의 경우도 2013년 이후부터는 특별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비공식적으로 들은 바로는, 이 분야에 주력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후각과 미각 바이오 기술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는 소리매체이다. 이 사실이 때로는 매력적이고 때때로 절망적이다. 라디오 100년의 역사,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이 우주를 가득 메웠을까. 하지만 또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PD들의 가슴에서 구천을 떠돌았을까. 냄새나는 라디오처럼 다른 감각 기관과 결합한 라디오가 언젠가 등장하길 꿈꾸며! Radio Is a 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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