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 넌센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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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홍보수석 본연의 업무? 넌센스” 일축
“만약 청문회 마련되면 출석해서 다 밝힐 것”…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제기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7.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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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직접 받는 국민의 방송, 더 나아가서는 국민을 위한 방송이다. KBS의 역할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로 (이는) 매우 중요한데, 과연 그들(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정부여당과 길환영 전 사장)이 KBS의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것이 (이번 재판의) 핵심 포인트다.”(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김시곤 전 보도국장(현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이 KBS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확인 등 소송 항소심의 변론준비기일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서관 제305호에서 열린 가운데, 김 전 국장은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고 강조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길환영 KBS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왔다”고 폭로하며 보도국장직에서 해임됐고, 이후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발언이 알려지며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2014년 5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국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보도 개입을 폭로했다.

그는 “길환영 KBS 사장은 언론에 대한 어떤 가치관과 신념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왔다”며 길 사장의 자진 사퇴를 주장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같은 날 JTBC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이로 인해 김 전 국장은 지난 2014년 11월 11일 정직 4월의 중징계를 받았고 김 전 국장은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도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9일 1심 판결에서 길환영 전 사장이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왔는지에 대해 살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길 전 사장이 KBS 뉴스와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지난 2014년 김 전 국장의 폭로를 사실로 인정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본연의 임무? 김 전 국장 “한마디로 넌센스”

청와대의 KBS 뉴스 개입 정황은 김 전 국장이 직접 작성한 ‘국장업무 일일기록’(이하 비망록)에도 나와 있으며, 해당 비망록은 징계무효확인소송 재판에 증거로도 제출됐다. 여기에는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명시한 길 전 사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 외에도 길 전 사장 취임(2012년 11월) 이후 2013년 1월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벌어진 뉴스 개입・지시 정황이 나타나 있다.

최근에는 김 전 국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에 의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선장과 선원에게 돌리며 KBS의 해경 비판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항의를 거듭했다. 또 이 전 수석은 김 전 보도국장에게 “국장님,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뉴스라인>에서도 보도를)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한 번만 더 해주시오”,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 번만 도와주시오” 등 보도 개입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이날 “통화는 할 수 있지만, 통화내용, 즉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통화를 통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강조

지난 1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전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해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협조를 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와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도 같은 주장을 하며 보도 개입 논란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김 전 국장은 “KBS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를 포함한 KBS 구성원들은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일련의 논란을 반복하는 원인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꼽았다. KBS이사회의 경우 여야에서 각각 7대 4 비율로 추천한 이사들로 구성을 하는데, 이와 같은 ‘여대야소’ 구조 속 사실상 여권의 뜻에 따라 사장을 임명제청하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직접 임명하는 형태로, 이런 지배구조 아래에선 정치 중립과 공정성 등을 지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전 국장은 “근본적으로 제도 상의 문제는 없는지, 다시 말해 정부·여당의 뜻에 따라 사장을 일방 선임하는 지금 이 제도를 이대로 놔둬야 하는지, 이런 부분들을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단순히 정치적 이해 득실을 따지는 정쟁으로 몰지 말고, 근본의 대안을 모색해 개선점을 찾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국장은 이번 청와대의 보도 개입 사태와 관련해 “만약 청문회같은 공식적인 자리를 (국회에서) 마련한다면 출석해서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개인 인사 소송에서 청와대의 공영방송 개입 여부 밝힐 소송으로

김 전 국장의 징계무효확인 등 소송으로 시작된 이번 소송은 단순한 징계 처분에 대한 정당성과 적절성을 따지는 재판이 아닌,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여당의 개입 여부를 밝힐 재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앞서 1심 재판부 역시 김 전 국장의 발언을 공익이 아닌 사익 목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개입을 사실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변론준비 과정에서 판사가 발언권을 주자 김 전 국장은 “이번 재판이 비록 인사 재판이지만, 하나의 판례가 되는 것이고 공공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기에 사회 발전을 위해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국장에 대한 징계무효확인 등 소송 2심 변론기일은 오는 8월 26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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