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통위원장, 여전히 사장의 보도개입 괜찮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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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커스] ‘이정현 녹취록’과 공영방송 사장 보도 개입과 방송법 제4조 2항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까지 섞어가며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고 특정 보도를 제외해 달라고 하는 등 편집에 개입하는 발언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에선 ‘주어’가 빠졌다고 주장하며 발뺌이지만 “하필 오늘 (대통령님이) KBS를 봤네”라고, 홍보수석이 대통령을 언급하며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에게 호통을 치고 애원하는 모습에서 보도통제를 당연시 하던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한 언론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계 안팎에선 이런 현실을 가능케 한 원인으로 현재의 공영방송 구조를 꼽는다. 특히 KBS의 경우 청와대와 여당의 추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여야 7대 4)를 반영한 의사 결정(과반 출석‧과반 찬성)을 통해 이사회에서 사장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이 인사권자이다보니 사장부터 그가 임명한 보도‧제작 책임자들까지 모두 정권의 통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논란의 중심이 있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징계무효 항소심 첫 날이었던 지난 6일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D저널

이는 현재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시곤 전 국장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징계무효 확인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두 번에 걸쳐 완곡하게 청와대 부탁을 거절하니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한테가 아니고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 결과 길 사장이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원래 예정돼 있던 해경 비판 보도가 엉뚱한 내용으로 나가기도 했다.”

길 전 사장의 보도 개입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국장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라고 밝혔다. 앞서 공개된 김 전 국장의 비망록(국장업무 일일기록)엔 길 전 사장이 2013년 1월부터 “박 당선인 ‘글로벌 취업‧창업 확대’”를 첫 번째 뉴스로 편집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보도 개입 실태가 적혀 있었다.

여전히 방송법 제4조 2항의 ‘누구든지’는 ‘방송사 이외의 누구든지’일까

문제는 이런 모습들이 방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들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며(1항)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2항)고 적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가 지난 6월 27일 이정현 의원과 길환영 전 사장을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앞서 지난 4월 김시곤 전 국장의 징계무효 확인소송 1심 재판부 또한 길 전 사장이 김 전 국장 등에게 ‘기계적 중립 포기’와 함께 대통령 관련 뉴스의 앞 순서 배치,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비판 자제 등을 압박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하며 ‘보도본부의 독립성 침해’를 지적했다. 즉, 방송사의 사장이라 하더라도 보도‧제작에 개입하는 건 방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월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만약 방송사업자, 즉, 사장이 마음대로 보도‧제작에 개입이 가능하다면 방송법 제4조 3항에서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방송편성책임자 선임하고, 방송편성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하라고 굳이 적어두지 않았을 터다. 그런데 이를-방송사 사장이더라도 보도‧제작에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점을-부정하는 발언을 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기”(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위해 존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수장인 최성준 위원장이다.

2년 전인 2014년 4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방통위원장 후보자 자격으로 최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섰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방송법 제4조 2항과 관련한 질문(“누구도, 설사 청와대나 방송사 사장이라 하더라도 방송편성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나”)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방송편성의) 주체를 어디로 보느냐의 문제로, 방송사를 주체로 볼 경우 사장이 관여해선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방송법 제4조 2항의 ‘누구든지’라는 표현은 ‘방송사 이외의 누구든지’로 해석 가능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에 노 의원이 “방송사 사장은 경영에만 관여할 뿐,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관여할 순 없다”고 지적했지만, 최 위원장은 “주체의(범위의) 문제”라며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고,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이후에도 공영방송 사장 등 경영진의 보도 개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방통위의 역할을 말하는 방통위의 일부 상임위원들과 야당의 지적에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 위원장이 작금의 청와대와 공영방송 사장의 보도개입 논란에 어떤 입장인지, 또 방송법 제4조 2항의 ‘누구든지’의 범위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인지 말이다. 여전히 ‘방송사 이외의 누구든지’라는 해석을 고수한다면 최 위원장은 길환영 전 사장의 모습이 정당했다고 판단하는 건지, 그렇다면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 속 이정현 전 수석의 행태는 어떻게 보는지 말이다.

하나 더, 최 위원장은 ‘이정현 녹취록’ 공개 하루 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하락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2016 세계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고, 프리덤하우스에서 평가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도 한국은 66위로 6년째 ‘부분적 언론 자유국’에 머물고 있다-와 관련한 지적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방송내용에 대한 통제나 간섭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평가가 돼 당황스럽다.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결과인 만큼 존중해야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현실적으로 좀 그렇다.”

최 위원장은 지금도 이런 결과들이 당황스러울까. 만약 그렇다면 제가 좀 더 당황스러울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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