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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33기 기자들 세로드립 성명 “이정현 보도 왜 못하나”

시조 형식 연명성명 통해 ‘무(無)보도’ 비판…“북한보도는 그만 하고 이정현 보도 하자” 최영주 기자l승인2016.07.07 1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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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현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해 4월 21일과 30일 김시곤 KBS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권 비판적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 안팎에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의 중심지인 공영방송 KBS에서 관련 보도를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27기 KBS 기자 18인이 이를 비판하는 기명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33기 KBS 기자 35명은 7일 오전 시조 형식의 연명성명을 냈다. <PD저널>은 33기 KBS기자들이 쓴 ‘공영찬가’ 전문을 싣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여봤다. 현재 ‘공영찬가’는 전자게시물 관리 지침에 의해 게시가 보류된 상태다. <편집자주>

공영찬가

-KBS보도본부 33기 기자 35명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
주 7회도 모자라니 밤낮으로 틀어보세
민심처럼 시청률은 하늘 높이 치솟는데
은혜마저 몰라주니 이내 마음 섭섭하네

까치 울음 찾아온 듯 전화소리 반갑구나
면목 없단 부탁인데 어찌그리 매몰찬가
서로 사맛디아니해도 녹음버튼 웬말인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정상화를 하자는데 뒷조사가 웬일인가
현명하다! 그의 판단, 고매하네 우리 기사
은갈매기 한쌍처럼 집중원투 정답구나

왜란으로 나라뺏긴 비상시국 아닐진데
안팎으로 시끄럽네 국론분열 머리아파
까닭없이 까지말고 월급날을 기다리세

북한소식 궁금한데, 너희들은 안물안궁?
한시라도 못 전하면 혓바닥에 바늘 돋아
보고말았네, 하필 오늘! (박통께서) 좋아하네
도탄빠진 조선민족 구할 길은 통일대박!

그리자! 소설보다 실감나는 처참한 북조선을!
만들자, 질릴 때까지 북핵위기 또 수공위기!
좀비처럼 죽지않고 대대손손 보도하세!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 박통 박통 잠보.

(에헤라! 세상 사람들아, 가로로만 읽자꾸나)

▶성명의 형식 시조(時調)의 형식을 취한 현대적 시조이자, ‘세로드립’의 형식을 취한 성명으로, 3장 6구 4음보 형식과 4장 8구 4음보 형식이 섞인 새로운 형태의 사설 시조 형식의 성명이다.

여기서 잠깐~만! 세로드립: 줄의 첫번째 글자 혹은 마지막 글자 등을 따서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형성되는 드립(애드리브). 전문적 용어로는 ‘이합체시(離合體詩)’ 또는 ‘어크로스틱(Acrostic)’라고 하며 시의 형식의 한 종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장민호(필명 이정환) 작가의 ‘우남찬가’가 있다.

▶성명이 쓰인 시기 2016년 7월 7일 오전 8시경(KBS 사내게시판에 올림)

▶지은이
고진현 곽선정 김동욱 김문영 김상민 김성현 김연주 김용덕 김정은 김준범
김지선 김태현 김효신 박상현 박선우 박주미 박찬규 변진석 서영민 손은혜
신지원 안다영 오수호 유지향 윤지연 이만영 이수진 이종영 임종빈 조경모
조태흠 최송현 최형원 한규석 황현규 (35명)

▲ 지난 6월 30일 방송된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집중진단] ① 경찰 개인정보 요구…박주민 의원 ‘갑질’ 논란” 리포트. ⓒ화면캡처

▶세로드립 풀이
박주민은 까면서 이정현은 왜 안 까
북한보도 그만 좀 해

여기서 또 한 번 잠깐~만! ‘박주민은 까면서’의 뜻은 지난 6월 30일 KBS 메인뉴스인 <뉴스9> “[집중진단] ① 경찰 개인정보 요구…박주민 의원 ‘갑질’ 논란”을 뜻한다. 여기에 ‘이정현은 왜 안 까’라는 풀이까지 더해지면, 세월호 참사 관련 진상규명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집회에 대한 과도한 방해를 조사하려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활동은 ‘갑질’이라고 비판 보도를 하면서, 정작 KBS 보도에 개입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갑질’에 대해서는 왜 비판하지 못하느냐는 뜻이 담긴 말이 된다.

▶성명의 주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외압을 폭로하는 녹취록이 공개됐으나, 해당 보도에 침묵하는 사측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고 녹취록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 사이의 통화 내용이다.

▶세로드립 성명이 나온 배경 설명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 2014년 5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국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보도 개입을 폭로했다.

이후 청와대의 구체적인 KBS 뉴스 개입 정황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현 공영방송연구소 연구원)이 직접 작성한 ‘국장업무 일일기록’(이하 비망록)을 통해 드러났다. 여기에는 길 전 사장의 보도 독립성 침해 사례 외에도 길 전 사장 취임(2012년 11월) 이후 2013년 1월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벌어진 뉴스 개입・지시 정황이 나타나 있다.

최근에는 김 전 국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에 의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선장과 선원에게 돌리며 KBS의 해경 비판 보도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며 항의를 거듭했다. 또 이 전 수석은 김 전 보도국장에게 “국장님,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뉴스라인>에서도 보도를)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한 번만 더 해주시오”,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 번만 도와주시오” 등 보도 개입 발언을 했다.

▶단어(문장) 해석
-박통각하 박근혜 대통령을 뜻한다.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거듭된 부탁에도 이를 거절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고 있다.

-면목 없단 부탁인데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을 비유하는 말. 이 전 수석은 김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로 “국장님,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뉴스라인>에서도 보도를)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한 번만 더 해주시오” 등의 부탁을 거듭한 바 있다.

-사맛디 아니해도 서로 통하지 않아도

-녹음버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누른 통화 중 녹음버튼을 뜻하는 말로, 녹취록 사태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방원의 ‘하여가’의 일부로, 이방원은 정몽주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세우는 일에 가담할 뜻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여가’를 지어 그의 마음을 떠보았다. 그러나 정몽주는 이에 답하는 ‘단심가’를 지어 보냈다. ‘단심가’는 충성심을 보이는 대표적 노래다.

-안물안궁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

-보고 말았네, 하필 오늘!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보도 압박을 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김 전 국장이 거듭 거절하자 이 전 수석이 꺼낸 말이다. 원문은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한 번만 도와주시오”다.

-통일대박 이른바 ‘통일대박론’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말이다.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 박통 박통 잠보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는 이중적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문장이다. 박 대통령의 심기를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KBS 기자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을 더 이상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해치지마 욕하지마 아프지마 박통 박통 잠보’는 최근 ‘MC민지’로 불리는 개그맨 정준하씨가 지난 2015년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부른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의 패러디로 보인다.

▶세로드립 성명이 나온 이후
KBS 성명서의 내용이 <전자게시 관리지침>의 ‘게시금지 사항’에 해당돼 1차적으로 법무실(전자게시 관리지침 운영부서)이 게시보류 조치했다. 해당 성명은 전자게시 관리지침 제3조 제3항 2호인 ‘공사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내용’에 적용된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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