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기획 음원의 대박 행진이 가져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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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무도 가요제'와 '언니쓰'의 인기, 어떻게 다를까

최근 예능 기획 음원이 대세다. Mnet에서 내놓은 <프로듀스 101>의 I.O.I와 ‘픽미(Pick Me)’는 예능 판도 전체를 뒤흔들었고, 5번째 시즌을 맞이한 <쇼미더머니>(Mnet)는 주말마다 음원 차트를 싹쓸이 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 골밑으로 가기조차 어려움을 겪던 <언니들의 슬램덩크>(KBS)는 걸그룹 프로젝트 언니쓰의 ‘셧업(shut up)’으로 평일 예능에서 어렵다는 7%를 훌쩍 넘어섰고, 너무 미약한 나머지 시청률 집계조차 잘 안 되는 <음악의 신2>(Mnet)는 LTE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걸그룹 C.I.V.A의 프로모션을 통해 큰 이슈를 불러 모으면서 박수 속에 마무리됐다.

예능이 대중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사랑받은 예능 기획 음원들은 <무한도전>(MBC) 가요제나 <복면가왕>(MBC) 음악대장처럼 대형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가요 음원 시장에 파급 효과를 주던 것과는 모양새와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언니쓰-셧업(Shut up)’ 뮤직비디오 ⓒKBS

예능 기획 음원은 더 이상 예전 <남자의 자격>(KBS) 합창단 특집이나 <무한도전>의 가요제 음원처럼 노래가 만들어지고 노력해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성장 스토리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구매하는 관련 굿즈(goods)가 아니다. 이 음원들은 예능 프로그램 내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지만 소비는 방송 시청이 아닌 음원과 출연자들에게로 곧바로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올 한 해 화제의 중심에 선 유명 프로그램들이지만 시청률은 평균 5%대 이하다. 방송은 소비자가 음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는 수준이지 음원을 듣는다고 꼭 시청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시청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 방송을 잘 알고 그 콘텐츠들은 즐기지만 TV를 통해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사람은 많지 않는 상황이 됐다. <프로듀스 101>의 역주행 시청률처럼 오히려 세간의 관심이 방송으로 다시 유입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파생된 상품이긴 한데 그 자체가 더 파괴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가 달라진) 스핀오프에 가깝다.

이는 포털 및 음원 업체와의 제휴 등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의 다각화와 SNS와 각종 게시판 등 적극적으로 방송에 참여하는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한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예능 기획 음원이 자신의 모태인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인기를 누리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보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어울리는 형태로 재가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스낵컬쳐에 걸맞은 상품이다.

▲ Mnet <음악의 신2> ‘C.I.V.A-왜불러’ 뮤직비디오 ⓒMnet

그래서 수많은 음악 예능들도 방송 직후 음원을 출시하거나 무대 클립을 따로 공유한다. 예능 기획 음원은 이런 차원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시청률 이외에 예능 콘텐츠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무대와 평가 기준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다. 편성표를 벗어난 예능 콘텐츠의 밝은 미래를 엿본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예능은 방송인데 연일 화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음원 성공(화제성)과 시청률의 상관관계를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시청률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음원들은 안 그래도 매우 높은 휘발성을 갖고 있는데 ‘기획’은 말할 것도 없다. 점점 더 짧아지는 소비 사이클 속에서 예능 기획 음원의 유통기한은 매우 짧은 것이 현실이다. 음악예능이 아닌 다음에야 예능 음원은 대부분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여러 번 반복하기도 힘들고 사이클을 맞추기는 더더욱 어렵다. 프로그램의 롱런에는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송이 재밌으니 음원까지 구매했다면, 오늘날은 음원이 좋다보니 그 방송에 관심을 갖게 된 시대다. 예능이 팽창하다 못해 기반 시설 같은 기능을 겸하게 됐다. 따라서 오늘날 예능 기획 음원의 인기는 리얼버라이어티나 관찰형 예능과 같은 패러다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예능이 바라봐야 할 지점이 단순히 방송 콘텐츠만이 아님을 시사한다. 모두가 예능을 이야기하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지만 정작 시청률은 낮은 현실은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하게 남았다. 평가기준이든, 제작방식이든 예능은 음원의 고공행진을 바라보며 새로운 숙제를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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