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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이정현·백종문 녹취록’ 조사라도 해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 좌담] 김서중 KBS이사 &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최영주 기자l승인2016.07.13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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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공영방송 KBS 뉴스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 그리고 앞서 지난 2월에 나온 ‘백종문 녹취록’ 등 ‘신(新) 보도지침’, ‘현실판 내부자들’이란 말까지 나오는 정권의 언론사 개입 의혹으로 언론계가 소란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공영방송과 공영방송 이사회는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하다.

정치 지형은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었지만 언론, 특히 공영방송과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의 지형은 ‘여대야소’인 상황이기 때문일까. 실제로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의 소수이사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PD저널>은 지난해 8월 새롭게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 1년을 앞두고 김서중 KBS이사(성공회대 교수)와 최강욱 방문진 이사(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를 지난 12일에 만나 그간의 사정과 ‘기울어진’ 언론 지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

▲ 김서중 KBS 이사(사진 왼쪽)와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가 12일 서울 여의도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좌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성헌

‘이정현·백종문 녹취록’, 방송 공정성 해친 사건임에도 이사회·방통위 ‘조용’

최근 언론계 가장 중요한 이슈가 ‘신(新) 보도지침’으로 불리는 KBS ‘이정현 녹취록’이다. 또 지난 2월 불거진 MBC ‘백종문 녹취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김서중 KBS이사(이하 김서중 이사) 이번 ‘이정현 녹취록’은 방송의 공정성・공익성을 해친 사건이다. 2년 전 사안(길환영 당시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뉴스에 개입했다는 폭로)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지금 나왔다. KBS가 볼 때 문제가 있든 없든 간에 다루지 않는 거 자체가 문제다. ‘무보도’는 언론이 사회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이하 최강욱 이사) 녹취록 관련해서는 조언을 해 드릴 게 없다. 방문진에서는 처음엔 이사회에서 다룰 안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그 다음에 ‘나는 이 뉴스를 못 봤다’라고 이야기했다. 세상 시끄러운 일이 있어도 못 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줄 모르겠다, 내가 볼 때까지 기다려라, 이러면서 시간을 끈다. 김 빼기를 하는 건데, 계속 그래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를 임명은 하지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말한다.

김서중 이사 ‘이정현 녹취록’이나 ‘백종문 녹취록’ 사건의 경우 방통위가 최소한 조사는 해야 한다고 본다. 실태 파악을 정확히 해야만 방송 공공성 규제기관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방송 공공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할 수 있다. 조사조차도 안 하고 실태를 모르면서 어떻게 방송 관련 정책을 마련할 수 있겠나. 그런 면에서 방통위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이번 최성준 위원장의 발언은 결국 사태 파악조차도 제대로 해볼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에 문제인 것이다.

최강욱 이사 공영방송 이사회가 별도로 구성돼 있는데 방통위를 왜 ‘합의제 기관’으로 만들었을까.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파적 불공정성보다는 공정성과 합리성, 객관성을 중심으로 공영방송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걸 선언한 것이다. 지금 방통위는 왜곡된 지배구조 뒤에 숨어 녹취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간섭이라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방송법이 정한 기본 원칙이 침해당한 상황이라면, 방통위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대외적으로 의견을 표명해서 방송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런 사안이 있을 때마다 늘 권한과 의견이 없다고 주장하는 기관이 아이러니하게도 방통위다. 그런 면에서 방송 관련 부분에서 무엇 때문에 방통위가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여대야소 구조 속 민주적 논의·토론 없이 ‘표결’로 밀어붙이는 일 많아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된 지도 1년이다. 각자 KBS이사회와 방문진 이사로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최강욱 이사 힘든 정도를 넘어서 지긋지긋하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웃음) 내가 ABC를 이야기하면 거기에 대해 다수의 이사들이 이야기하는 방식은 A'B'C'를 이야기하면서 반론을 제기한 다음에 본인들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XYZ를 꺼내놓고 표결을 한다. 어느 정도 선에서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던져 놓고 다수이사들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표결하는 식이다.

게다가 KBS이사회는 속기록이라도 있지만, 방문진은 속기록도 없앤 상황이다. 회의록에조차도 이사들의 이름을 다 쓰지 않는다. ‘어떤 이사’가 ‘이렇게 발언함’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무슨 술래잡기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들이 누적되다 보니 ‘봉숭아 학당’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거다.

김서중 이사 이사회라는 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토론 과정을 통해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지 않는다. 이사회가 한편으로는 경영진의 견제 기구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실 경영 일부를 책임져야 하는 기구인데, 이사회가 이 정도로 논의하고 고민하는 걸로 정말 ‘공영방송’이라는 한 조직의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나마 (소수 이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방문진 보다는 나은 거 같다.(웃음) 그러나 결국은 다수에 의한 ‘표 대결’이다.

▲ 김서중 KBS 이사 ⓒ김성헌

최강욱 이사 그냥 나은 정도가 아니라 훨씬 나은 거다. MBC나 방문진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의 허점을 최대한 악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형태로는 방문진이 대주주(*방문진은 MBC 주식의 7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다)로 있는 주식회사다. 그러다보니 편의에 따라 주식회사 지위에 있다는 걸 아무 때나 사용한다. 국회 출석요구에도 우리는 주식회사니까, 언론의 자유를 침해당해선 안 되니까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는다. 세월호 특조위에서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하며 나오라고 해도 무시한다.

KBS이사회는 KBS이사회이지만, 방문진은 MBC이사회가 아니라 방문진 이사회다. 거기서 발생하는 차이가 크다. 방문진은 예산 심사를 할 수 없다. 사업에 대해서도 MBC 경영진에서 이사회에 보고한 걸 시행하면 끝이다. 그런 허점이 많고 (MBC와 방문진에서) 이런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들의 공영방송 현실 평가는? “처참하다”

공영방송 관리・감독 역할을 맡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로서 본 현재의 공영방송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강욱 이사 처참하다. 방문진 이사로 있다 보니 주변에서 MBC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단 한 명도 MBC가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왜곡된 공영방송 현실이 지속되면서 전에 없던 현상이 생긴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경력이 10년, 15년 이상 된 KBS 중견 기자들을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후배들이 선배에게 우리는 몇 년차쯤 되어야 선배들처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는 거다.

질문을 받은 중견 기자가 ‘나는 너만 할 때부터 했다. 지금부터 못하면 앞으로도 못한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충고하면서도 심경이 참담했다더라. 입사한 지 5~6년차 되는, 소위 이명박 정권 이후 입사한 기자들이 한 번도 제대로 된 내부의 토론을, 그러니까 뉴스와 자기 아이템에 대해 선배들과 치열하게 논쟁한 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후배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다.

김서중 이사 KBS 보도도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관련된 보도에서는 전혀 비판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의 본연의 기능은 권력을 비판하는데 있는 것이고, 여기에는 공영이냐 상업이냐는 관계가 없다. 더 나아가서 언론은 약자에게 편파적일 정도로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게 사회적으로 공정하다. 그런 점에서 KBS 보도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아주 강력한 통제가 있지 않아도, 실제 보도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그것을 내재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력 및 공영방송 이사의 태도 바뀌어야 해

현재의 공영방송 이사회와 공영방송을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들을 한다. 야당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법안들을 내놓고 있는데,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현재 이사회와 공영방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해결 가능할까.

최강욱 이사 기본적으로 정치권력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지난 2013년 3월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문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말만 선언적으로 할 뿐이지 ‘이정현 녹취록’ 사태가 있어도 ‘통상적 업무’라고 하고, 늘 그렇게 하는 일이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기본적으로 권력의 문제인 것이고, 지배구조라는 건 사회적으로 조금 토론의 문화가 더 성숙해야 한다고 해야 할까.

▲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김성헌

김서중 이사 나는 정권 교체가 나름 자주 되는 것이, 승자가 영원히 갈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는 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권력을 가지면 욕심을 부리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 그런 걸 예측할 단계는 아니지만, 야권이 정권 교체를 한다면 지금 비판하고 있는, ‘방송장악’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권력은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방송사 구성원들이 강력하게 이에 저항해야 한다. 특히 이게 공영방송이 살 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힘은 우리 사회에 공영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다. 지금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는 경험을 너무 짧게 했거나 가져보지 못했다. ‘공영방송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생각하는 시청자가 우리 사회에 다수일 것이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공영방송 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각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강욱 이사 어쨌거나 지금 공영방송 구성원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다. 이런 상황이 영원히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되니까, 어떻게든 잘 버티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 다음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시라. 이런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기를 염원하고 있고,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 언제든지 성원해줄 준비가 돼 있다.

결국 방송 종사자 개개인이 공영방송을 지켜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잊지 말고, 앞으로 이렇게 망가뜨려놓은 방송을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한 일이 될 거 같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막상 그 일이 벌어지고 나서 생각하면 항상 늦는 거 같다. 늘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견디시라. 그리고 참,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서중 이사 그리고 공영방송 이사를 하고 있는 다른 분들에게도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공영방송을 현재와 같이 특정 권력이 주장하는 데로 일방적으로 지지해주는 건 단기적으로 보면 승리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보수 세력의 길을 막는 거다. 물론 진보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이해하고 동의하고 공영방송 이사를 해야겠다는 자세를 갖췄으면 좋겠다. 공영방송을 진보의 승리냐, 보수의 승리냐 하는 승리의 전리품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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