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 방통위에서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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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공정언론특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공개…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이사회 비공개 ‘처벌’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별위원회(이하 공정언론특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14일 공개했다. 법안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추천 또는 임명하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국회로 넘기도록 했다. 또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EBS이사회 이사 정원을 동일하게 13인으로 늘리고 여야에서 각각 7대 6의 비율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이사회로 하여금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을 의무화하고, 사장 선임 등을 위해선 재적이사 3분의 2이상의 찬성, 즉 특별다수제를 따르도록 했다. 또한 이사와 임원이 정치활동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방통위 대신 국회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이사회,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적용

더민주 공정언론특위 총괄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적 여론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통위설치법과 방송법, 방문진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하 EBS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민주 공정언론특위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김성수 의원이 공개한 일련의 법안을 보면, 우선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에선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KBS이사)‧임명(방문진 이사, EBS 이사‧사장) 권한을 삭제했다. 김 의원은 “방통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이사와 임원을 추천‧임명함으로써 방송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 권한을 삭제한 취지를 설명했다.

▲ 현재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 구조 ⓒ언론노조

KBS이사회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방송법과 방문진법, EBS법 개정안에선 공통으로 이사회 정원을 모두 13인으로 늘리고,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국회 교섭단체에서 7인, 그 밖의 국회 교섭단체에서 6인을 각각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여야 7대 6의 비율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또 이사회의 기능에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구성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고 관련 규정을 신설했는데, 이에 따라 이사회는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15인 이내로 사추위를 구성하고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공익성에 대한 실천 의지와 정치 중립성, 방송 전문성, 지역성 실현 등에 대한 의지 등을 고려해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사추위에서 사장 후보를 추천할 땐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특별다수제)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이사회가 사장을 임면 제청할 때도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에 따르도록 했다.

이사와 임원의 정치 독립을 분명히 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이사와 임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내‧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또 처벌 규정도 마련했는데, 이사와 임원이 정치활동을 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토록 했다.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로 방송편성책임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더해 이사와 임원에게도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방송 제작‧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다 강력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이정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와 공영방송 임원에 의한 보도통제 논란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또한 비상임 이사라는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들이 정치 활동에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방문진 이사에서 지난해 KBS 이사로 자리 이동을 한 차기환 이사의 경우 공영방송 이사직을 수행하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의 변론을 맡으며 사실상 ‘박원순 저격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 이사는 또 통합진보당 해산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는 등 정치 활동으로 임명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비상임일지라도 공영방송 이사의 정치활동 금지를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도 공영방송 이사회에 회의록과 속기록, 녹음기록 또는 영상녹음기록이 첨부된 회의록을 작성‧보존토록 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했다. 공개시 방송사업자나 종사제를 제외한 개인·법인·단체 등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비공개가 가능토록 함으로써, ‘개인’의 명예훼손을 이유로 비공개 의결을 남용하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국회가 2014년 방송법과 방문진법, EBS법 등을 개정해 이사회에 회의 공개 의무를 부여했음에도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들은 규칙 등을 통해 공개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영방송 이사회들의 이 같은 모습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4년 “이사회 공개의 의미는 회의 자체 공개는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방송법 등에서 규정한 ‘공개’의 의미를 해석했음에도 시정되지 않고 있고, 이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방송법 개정안은 이사회가 일련의 회의 공개, 회의록 공개 규정 등을 위반할 경우에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토록 했다.

▲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특별위원회(이하 공정언론특위)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 주최로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더민주 공정언론특위 총괄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공개했다. ⓒPD저널

지상파·종편·보도채널, 사업자-종사자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의무화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 제작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과 함께 지상파와 종합편성(이하 종편)‧보도전문채널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와의 동수 추천을 통해 편성위원회를 구성할 의무를 부여했다.

편성위원회는 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가 각각 5인씩 추천해 구성하며 △편성규약 제‧개정과 공표에 관한 사항 △방송사업자의 편성규약 준수에 관한 사항 △방송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의 자율성 침해에 관한 사항 △시청자위원회 위언 추천 등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현행 방송법이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취재‧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토록 하고 있는 것과 달리, 개정안은 편성위원회 제청으로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고, 편성위원회가 보도‧제작‧편성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제‧개정한 방송편성규약을 공표하도록 했다.

그밖에도 현재 방통위 규칙에서 정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도록 하고 있는 시청자위원회 위원을 편성위원회 추천을 받아 위촉하도록 했다. 사실상 방송사업자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위원 위촉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이사와 임원의 정치활동 등에 대해 처벌 규정을 둔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사업자가 편성위원회 제청없이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거나, 방송편성 규약을 준수하지 않을 때, 또 편성위원회 구성을 않거나 방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토록 했다.

“이사회 회의 비공개시 특별다수제 적용·임기 종료시 자동 공개 조항 필요”

더민주 공정언론특위에서 마련한 일련의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대해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사회 회의록뿐 아니라 속기록까지 해당 이사회 임기 종료시 자동 공개하는 규정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회의 비공개시 처벌 조항으로 회의록 공개가 강제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방송법의 벌칙 규정에 따라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사장 추천시와 마찬가지로 회의록 비공개 의결에서도 특별다수제를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추위 구성과 관련해 김경환 교수는 “여야 7대 6 구조인 만큼 최악의 경우 다수결로 사추위 위원 구성이 강행될 수 있다”며 “사장 후보 결정시 사추위에서도 특별다수제를 적용토록 했지만, 사추위 구성 자체가 여당 이사들에 의해 주도될 경우 특별다수제 적용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회가 사추위에 대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때 어떤 방식으로 재추천 과정을 거칠 수 있을지에 대한 세부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환 교수는 “사업자 추천 5인, 취재·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 추천 5인으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공정한 운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취재·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를 노조로 볼 것인지, 각 직군별 협회로 볼 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교수는 “최근 일부 방송사에서 직군 통폐합 등의 움직임도 있는 만큼 취재·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 5인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현재로선 종사자 대표가 각 협회장으로 해석되는데, 협회장으로 한정할 경우 내적 자유와 정치 독립과 관련한 노조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취재·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에 더해 노조 대표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환 교수는 또한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차기환 방문진 이사가 KBS 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3연임’ 기록을 세운 것을 언급하며 “현직 공영방송 이사가 타공영방송의 이사로 선임되는 문제와 연임 규정에 대한 조항 검토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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