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정현 녹취록’ 이어 ‘사드 보도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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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고대영 사장, ‘사드’ 뉴스해설에 불만 제기” 주장…KBS 사측 “사실무근”

청와대의 보도통제 정황이 담긴 ‘이정현 녹취록’ 파문의 중심에 있는 KBS가 이번엔 사장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도지침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5일 성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이 지난 11일 아침뉴스에서 방송한 사드 관련 뉴스 해설(▶링크)에 불만을 표시하고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선 안 된다’ 등의 지적을 했다”며 사장의 ‘보도지침’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KBS본부 성명에 따르면, 지난 12일 보도본부장 주재 국장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해설국장은 해설위원들을 모아 놓고 하루 전인 11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고대영 사장이 그날 아침뉴스를 통해 방송된 ‘사드’ 관련 뉴스 해설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사장으로부터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선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 등의 지적이 있었다는 보도본부장의 말을 해설국장이 해설위원들에게 전하며 주의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 7월 11일 KBS <뉴스광장> ⓒKBS 화면캡처

또 다섯 달 전인 2월 11일 방송된 또 다른 해설위원의 ‘사드’ 관련 해설에 대해서도 보도본부 간부들로부터 KBS 뉴스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로 인해 두 명의 해설위원이 함께 주의를 받았다고 KBS본부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이 지적했다는 내용은 ‘사드 문제에 관해선 불필요한 논쟁을 벌여선 안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며 “혹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정현 녹취록’ 보도통제 정황을 놓고) 주장한 ‘청와대의 통상적인 업무’가 현재 고대영 사장에게도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또한 “구체적인 뉴스 개입뿐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에 대해 ‘찍어내기’식 인사 조치가 언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의 성명에 따르면 지난 12일 보도본부장은 주의를 받은 해설위원들을 불러 수원 연수원 등으로의 인사조치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이는 편성과 제작에 대한 불법 통제 수준을 넘은 언론자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일련의 상황이 있은 후 ‘사드 보도지침’이 현실화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본부는 “지난 11일 뉴스해설을 보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를 자세히 전했을 뿐이며, 2월 11일 뉴스해설 또한 사드 배치 시 대중 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 손실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신중한 결정을 촉구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오늘(7월 15일) 아침엔 객원 해설위원을 내세워 뉴스해설을 맡겼는데, 내용을 보면 사드 문제로 ‘국론이 분영되는 건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며 한 목소리로 사드 배치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링크) 이날 KBS <뉴스광장> 해설은 호국보훈협회 회장인 임인수 객원 해설위원이 맡았다. 이 같은 뉴스해설에 대해 KBS본부는 “그나마 신중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전해오던 뉴스 해설마저 (보도 논조와) 한 목소리로 통일됐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이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백하고 불법 보도 개입과 ‘찍어내기’ 인사 시도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본부에 따르면 고대영 사장과 임원들은 ‘보도지침’ 의혹에 대해 임원회의 당시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사실을 부인하거나 ‘안보 뉴스에 대한 원론적인 언급만이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이날 KBS 홍보팀 관계자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임원회의 당시 고대영 사장이 ‘사드’ 관련 발언을 하긴 했지만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화했던)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며 신중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었다”며 “보도지침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KBS본부)의 주장처럼 특정 뉴스해설을 지적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사드’ 관련 뉴스해설로 특정 해설위원에 대해 경고와 함께 인사 조치를 통보받았다는 KBS본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임원회의에서 사장의 그런(문제제기) 발언이 없던 만큼 주의를 받은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사 조치 통보와 관련해선 “최근 보도본부에 인사요인이 있어 두 해설위원이 보도본부장과 상담을 한 건 사실이지만, 오늘(15일) 인사조치에서도 (KBS본부에서 주장한) 수원연수원 발령은 없었고, 한 명의 해설위원이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고대영 사장은 지난해 11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서면 질의 답변서를 통해 “사장이 뉴스에 직접 관여해선 안 된다”면서도 “방송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 어떤 내용이 방송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최종 큐시트는 점검할 것”이라고 답했다.

*15일 오후 6시 15분 기사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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