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9.23 일 17:21

자사 비판하자 인사 조치, KBS 기자들 “부끄럽다”

‘이정현 녹취록’ 침묵 비판한 기자 인사조치 규탄 성명 잇따라…사측 “사실과 달라, 책임 묻겠다” 최영주 기자l승인2016.07.18 10:42:2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공영방송 KBS(사장 고대영)가 청와대 보도통제 정황이 담긴 ‘이정현 녹취록’ 파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사측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기자를 갑작스레 인사조치 시키며 논란에 휩싸였다. 평기자들은 잇따라 연명 성명을 올리고 “부끄럽다”며 사측의 조치를 규탄하고 나섰다.

보도본부 경인방송센터에 근무 중인 7년차 정연욱 기자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에서 발간하는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녹취록을 보도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KBS 보도국 상황을 자조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15일 사측은 정 기자를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회사 측의 인사 보복을 주장했다. KBS본부는 “정 기자는 신입 기자들이 의무적으로 하는 지역 순환근무를 순천방송국(12년~13년)에서 마쳤고, 현 부서인 경인방송센터로 발령난 게 지난 3월”이라며 “6개월도 되지 않아 지역으로 다시 인사발령이 난 것으로, 이는 누가 봐도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은 보복 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해당 조치들에 대해 지난 17일 공식 입장을 내고 “성명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공사는 이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보도본부장과 인력관리실장, 노사협력주간, 법무실장 명의로 된 해당 공식 입장을 통해 KBS는 해당 인사 발령은 인사원칙에 따른 인사였다고 설명하며 “본부노조 성명서 발표 이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노조가 성명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아 공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 대해 공사는 유감을 표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가 지난 12일 정오 KBS 신관로비에서 청와대의 보도개입에 대해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사측의 태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그러나 KBS 내부 구성원들은 정 기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부당전보’로 규정하며 잇단 연명 성명을 통해 해당 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경인방송센터 평기자 9명은 지난 15일 연명 성명을 내고 “또다시 칼바람이 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 평기자 9명은 “우리가 모두 알고도 모르는 척 이야기하지 않고 있던 그 이야기를, 기자들의 단체인 기자협회의 협회보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보복 인사를 당하는 게 맞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부끄럽다. 보복 인사를 당하지 않은 남은 사람들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당신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겉으로는 후배라고 부르는 이들을 이토록 무참히 난도질하고도 선배 대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라며 “이 미친 칼바람을 당장 걷어치워라”라고 촉구했다.

KBS보도국 33기 기자 20명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 기자는 최근 <기자협회보>에 실명 기고를 했다.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을 둘러싼 KBS의 퇴행성을 통렬하게 비판한 글이었다. KBS 기자라면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일 법한 내용이었다”며 “생각이 다르면 다툴 수 있다. 언성을 높이며 싸울 수도 있다. 그래도…이건 아니지 않은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정녕, 이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39기 기자 28명은 한 문장으로 해당 사건의 본질을 비판하며 사측을 규탄했다. 39기 기자 전원은 “부당한 인사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41기 기자 27명도 연명으로 낸 성명을 통해 “부당한 인사 철회하십시오. 치졸합니다. 부끄럽습니다”라며 “왜 우리만 부끄러워야 합니까? 지역국이 왜 유배지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부당인사 철회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기자들의 연명 성명 전문.

▶경인방송센터 평기자 9명 성명

또다시 칼바람이 불었다.

단칼에 당사자에게는 어떤 언질도 없이 수백 킬로미터를 떠나야 하는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

정연욱 기자가 쓴 글이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정상적인' 기자들의 마음속을 헤집어 놓은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가 모두 알고도 모르는 척 이야기하지 않고 있던 그 이야기를, 기자들의 단체인 기자협회의 협회보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보복 인사를 당하는 게 맞는 말인가?

우리는 부끄럽다.

보복 인사를 당하지 않은 남은 사람들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그나마 비슷한 이야기가 실린 기수 성명에, 단체 성명에 숨어서 자신을 가려왔던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데 당신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겉으로는 후배라고 부르는 이들을 이토록 무참히 난도질하고도 선배 대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이 미친 칼바람을 당장 걷어치워라!

김용덕 서재희 송형국 안다영 엄진아 유지향 이종완 이철호 조정인

▶KBS 33기 기자 20명 성명

정녕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가

후배 정연욱 기자가 갑자기 제주로 발령났다. 너무도 황망한 인사 발령이다. 급박한 인사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지원한 적은 더더욱 없다. 보도본부의 인사 관행에 비춰 봐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전보 조치다. 도대체, 갑자기, 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정 기자는 최근 <기자협회보>에 실명 기고를 했다.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을 둘러싼 KBS의 퇴행성을 통렬하게 비판한 글이었다. KBS 기자라면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일 법한 내용이었다.

백 번 양보해, 정 기자의 글에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 곤궁한 입장을 정면으로 후벼 파는 말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화가 났을 수 있다. 그렇다고…꼭 이렇게 분풀이를 해야 하나. 이건 누가 봐도 보복이 아닌가. 인사권 운운하기엔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

천 번 양보해, 정 기자의 실명 기고에 대해 사규 위반 운운할 수도 있겠다. 전가의 보도 같은 ‘품위 손상’ ‘공사 명예 훼손’ 따위에 사실 안 걸릴 게 어디 있겠는가. 정말 그렇다면…정해진 절차를 밟으면 될 일이다. 그게 최소한의 룰 아닌가.

만 번 양보해, 정 기자가 잘못을 했다고 치자. 감히, 버릇없이, 윗분들의 심기를 거슬렀다고 치자. 그래도 당신들은 선배 아닌가. 한 살이라도 더 드신 어른 아닌가. 그런데도…이게 선배가, 어른이, 젊은 후배에게 할 짓인가. 구성원들에게 이렇게까지 상처를 줘야 하나.

생각이 다르면 다툴 수 있다. 언성을 높이며 싸울 수도 있다. 사실 소통과 화합을 얘기하기엔 너무나도 갈라져 있지 않은가. 그래도…이건 아니지 않은가. 주먹질도 링 위에서 해야 하지 않나. 지역국이 잘못 하면 보내는 유배지인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정녕, 이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가.

김상민 김성현 김연주 김용덕 김정은 김준범 김지선 김태현 박선우 박주미 변진석 서영민 손은혜 안다영 유지향 윤지연 임종빈 조태흠 최형원 한규석

▶KBS 39기 기자 28명 성명

부당한 인사 철회하라!

39기 기자 28명 전원

강욱현 계현우 권순두 김덕훈 김민준 김재현 박민철 박준영 박혜진 사정원 석혜원 선상원 손서영 신선민 옥유정 유성주 유현우 유호윤 윤창희 이예진 이정훈 이재설 이재희 임주현 정재우 조용호 최원석 황정호

▶KBS 41기 기자 27명 성명

부당한 인사 철회하십시오치졸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왜 우리만 부끄러워야 합니까? 지역국이 왜 유배지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부당인사 철회하십시오.

41기 기자 전원

강나래 강푸른 고성호 김민지 김민철 김준원 김한빈 김홍희 박 웅 성용희 송금한 신주현 심규일 오아영 이대용 이세연 이세중 이정태 이한글 정새배 진유민 진희정 하초희 허효진 홍진아 홍화경 황경주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영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