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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비판 기자 전보에 KBS 구성원들 “공영방송 자격 있나”

PD·경영 등 타 직군 및 노조 전국 지부에서도 부당전보 규탄…“기자들과 함께 싸울 것” 최영주 기자l승인2016.07.19 1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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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인사 조치에 대한 KBS(사장 고대영)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의 보도통제 정황이 담긴 ‘이정현 녹취록’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KBS를 비판한 자사 기자가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이 나며 ‘부당전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의 연명 성명에 이어 PD와 경영직 구성원들도 나서서 사측을 규탄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조합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로비에서 청와대의 보도개입 정황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자사 직원을 인사 조치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 교양기제구역 중앙위원 대의원 일동 10명은 19일 연명 성명을 사내 게시판에 게재하고 “우리들은 기자 동료들의 의로운 투쟁에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한 명명백백한 증거가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반성은커녕 보복인사의 전횡이 난무하는 KBS는 과연 공영방송의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과연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언론인이라고 스스로를 자처할 수 있는가? 절망감을 넘어 분노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당신들의 행동들을 똑똑히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보도본부 경인방송센터에 근무 중인 7년차 정연욱 기자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에서 발간하는 <기자협회보>에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기사링크)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KBS 보도국 상황을 자조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15일 정 기자는 제주방송총국으로 인사 발령이 났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선 ‘부당전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며, 동료 기자들의 연명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PD들뿐만이 아니다. 경영직군 구성원들도 정연욱 기자를 비롯한 기자들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KBS본부 경영조합원 일동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본부노조 경영조합원들은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사장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며, 고 사장이 구성원들과 소통 화합하지 않는 경영을 계속해 나간다면 결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며 “사장과 경영진은 공영방송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성재호) 조합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로비에서 청와대의 보도개입 정황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자사 직원을 인사 조치한 것에 대해 규탄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지금도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 18일과 19일 20년차 이상 기자들을 비롯한 27기, 28기, 31기, 34기, 35기, 37기, 40기 기자들의 규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20년차 이상 기자 52명은 지난 18일 연명성명을 내고 “잘해야 본전, 못하면 호된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숙명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사를 자기편에 두려고 하는 정권의 야심에 대한 경계 역시 KBS의 의무”라며 “이 때문에 KBS 방송강령은 자유언론의 실천자로서 진실과 정직, 균형을 바탕으로 내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제하도록 KBS와 KBS 구성원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년차 기자들은 “그 누구보다 사실과 진실 추적에 앞장서고, 공정성과 객관성으로 무장돼 있어야 할 수뇌부가 조직 구성원들을 편 가르기 하고, 비판하는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시도는 KBS 조직을 해칠 뿐”이라며 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부당인사를 조속히 철회하고 원상복귀 시킬 것 △보도본부장은 기자협회와 함께 즉각 기자 대토론회 등을 열어 조직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해 실시할 것 △사장은 공영방송 KBS의 공정보도를 약속하고, 보도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번 인사조치에 대한 규탄은 전국에서 일고 있다. KBS본부 대전충남지부, 전북지부, 제주지부 등 9개 지부에서도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사측의 인사 조치를 비판했다.

이들은 “KBS는 정녕 MBC를 뒤따를 것인가. 근거 없는 보복인사를 즉각 철회하라”(대전충남지부)며 “우리는 시청자와 양심 앞에 떳떳하고자 하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보복인사를 단행하는 고대영 사장과 사장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당장의 자리가 두려워 양심을 속이며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그 분들을 ‘애틋하게’ 바라볼 뿐”(제주지부)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KBS본부 교양기제구역 중앙위원 대의원 일동 성명과 20년차 이상 기자 52명 연명성명, KBS본부 경영조합원 일동 성명 전문이다.

▶함께 싸울 것이다

교양기제구역 중앙위원, 대의원의 입장

일방적인 조직개편의 폭주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한 명명백백한 증거가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반성은커녕 보복인사의 전횡이 난무하는 KBS는 과연 공영방송의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과연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언론인이라고 스스로를 자처할 수 있는가?

절망감을 넘어 분노에 치가 떨린다.

우리들은 기자 동료들의 의로운 투쟁에 무한한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함께 싸울 것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당신들의 행동들을 똑똑히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교양기제구역 중앙위원 대의원 일동
강윤기 기훈석 이지희 조영중 진정회 김범수 이윤정 전진 이승문 강민채

▶조직의 근간을 해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잘해야 본전, 못하면 호된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 KBS의 숙명이다. 가장 영향력이 큰 방송사를 자기 편에 두려고 하는 정권의 야심에 대한 경계 역시 KBS의 의무다. 이 때문에 KBS 방송강령은 자유언론의 실천자로서 진실과 정직, 균형을 바탕으로 내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제하도록 KBS와 KBS 구성원에게 요구하고 있다.

멀게는 군사정부 후반부터 KBS에 입사한 우리는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만큼 떳떳하지 않다. 다만 여러 정권의 부침 속에서 KBS란 조직의 안정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작은 자긍심과 그로 인해 KBS 뉴스가 공영 언론으로서 위상과 영향력을 조금씩이나마 높여왔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논란 아닌 자해’에 가까운 파행에 더 이상 침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청와대 수석이 뉴스에 개입하기 위해 보도국장에게 협박성 민원 전화를 한 내용이 만천하에 공개돼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으나 우리 뉴스는 공개된 내용에 조차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사로서의 책임을 가진 경영진, 그리고 보도본부 수뇌부 어느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런 침묵을 비판하는 젊은 기자를 지방으로 내치는 치졸한 보복 인사를 자행했다. 또 너무나 상식적이고 절제된 뉴스해설이 정권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KBS의 30년 차 해설위원을 불명예 하차시키고 말았다. 기자의 사적인 SNS 활동까지 조직의 이해와 벗어났다는 이유로 박해를 가할 정도로, 기자들을 통제하려는 칼날이 조직 내부를 난도질하고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인사’는 조직 수뇌부의 생각과 질서에 너희 기자들은 그저 순응하라는 압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조직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보도국장을 필두로 한 간부들이 앞장 서 기자협회를 흔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위도 그렇게 합리화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위선이고 잘못임이 분명하다.

그동안의 KBS는 어느 순간 보수적인 결정을 할지언정 일선 기자들의 날선 비판과 집단적 항의도 우리 조직을 걱정하는 충정으로 이해하고 감싸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격앙된 후배들을 술자리에서나마 달래가며 한 식구라는 유대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 미덕이 있었다.

우리는 현재 보도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위가 결코 KBS 뉴스와 KBS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 누구보다 사실과 진실 추적에 앞장서고, 공정성과 객관성으로 무장돼 있어야 할 수뇌부가 조직 구성원들을 편 가르기 하고, 비판하는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 시도는 KBS 조직을 해칠 뿐이다. 기자 사회를 망가트리고 뉴스를 퇴행시키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 조직의 안정을 위해 부당인사를 조속히 철회하고 원상복귀 시켜라

- 보도본부장은 기자협회와 함께 즉각 기자 대토론회 등을 열어 조직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해 실시하라

- 사장은 공영방송 KBS의 공정보도를 약속하고, 보도 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라

2016. 7. 18

KBS 20년 차 이상 기자 52명 일동

김진석 김영근 정필모 배정철 신기호 김종명 송종문 용태영 김의철 우광택 이경희 이재강 홍사훈 김휴동 손관수 이창룡 김웅규 김철민 김태선 장세권 임장원 조현관 김태형 김현석 박찬형 엄경철 윤양균 이 호 황상길 김정환 심수련 안양봉 안정환 이경호 이동환 이주형 유승영 최성원 최정근 함 철 구영희 금철영 박성래 성재호 유원중 윤희진 정민욱 정제혁 오범석 이수연 한성윤 한승복

▶유배발령이 정녕 공영방송의 정상화란 말인가?

지난주 우리는 고대영사장에게서 공영방송의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KBS의 명예와 자존심마저 내던져버린 오만과 불통의 리더쉽을 목도하였다.

본부노조 경영조합원들은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사장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며, 고사장이 구성원들과 소통 화합하지 않는 경영을 계속해 나간다면 결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

‘보도본부 내 침묵을 강요하는 정상화 망령을 벗어나야 한다’는 후배기자의 지적이나, ‘국가안보 못지 않게 외교적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해설위원의 논평도 사장의 권위에 대한 불경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처사에서 우리는 한없이 가라앉는 KBS의 막장을 본다.

사장과 경영진은 공영방송의 존재이유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권력이 제 소명을 다하는지 항상 견제 감시함으로써, 사회 공동체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라는 것이 KBS의 근본사명이다. 공적 책무를 성실히 다하라고 제도적으로 재정적 독립을 수신료를 통해 보장하고 있으며, 사업자와 제작종사자 모두에게는 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을 차단하여 방송 편성의 독립성을 사수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이게 공영방송의 핵심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부당한 개입과 간섭을 전임사장 때의 일이라고 무시하거나, 통상적 업무협조라고 우기는 것은 마치 도둑을 맞고서도 뒤가 구려서 경찰에 신고도 못하는 더 나쁜 범인과도 같으며, 편성권과 독립성을 최일선에서 사수해야 할 사장의 입장에서는 업무상 배임행위다.

“도둑이야!”라고 외치는 내부 구성원을 도리어 특정정파와 연계된 세력이라고 호도하고 배척해버리는 뻔뻔스러움에서 우리사회 내 일그러진 극우의 퇴행이 떠오른다.

불과 2년전 우린 세월호 어린 영혼들과 유족들 앞에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고개 숙여 반성하지 않았는가? 또 다시 진실과 정의보다는 권력과 안위만을 찾아 기웃거린다면 이젠 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난 조직개편 과정에서 경영조합원들은 언제라도 아웃소싱 될 수 있는 허드렛일 하는 부류로 내몰리면서 극심한 수모와 좌절도 겪었다. “생존을 위한 변화”라는 화려함 속에는 사업 투자의 효과보다는 조직의 혈맥이 꽉 막힌 혼돈과 갈등뿐이었다.

“당신의 노무를 거부합니다”라는 섬뜩한 연차촉진 문구가 직원들에게 회사일보단 내 살길 먼저 찾아야겠다는 보신주의와 냉소부터 준다는 것을 경영진은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공감과 소통이 없는 혁신의 깃발을 내걸더니, 이젠 차별과 냉기가 서려있는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오직 나만을 따르라고 한다. 따뜻한 포용과 배려가 없는 그 길을 어느 누가 함께 따라 나선단 말인가?

KBS가 우리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위해 부당한 권력과 맞서 싸울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신뢰,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협력하고 인정받는 조직문화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서는 KBS의 미래가 없다.

항상 곁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읊어주는 참모도 없이 막나가는 고집불통 경영은 본인의 실패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공영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신과 외면을 불러올 것이기에 더욱 암울하다.

모든 불행은 오만과 독선으로부터 시작된다.

2016. 7. 19.
본부노조 경영조합원 일동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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