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언론인에게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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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언론인에게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
KBS ‘이정현 녹취록’ 무보도 비판글 기고 후 제주 발령 정연욱 기자, 결의대회서 입장 밝혀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7.21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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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언론인에게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걸 반드시 입증해 보이겠다.”

청와대의 보도 통제 정황이 담긴 ‘이정현 녹취록’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자사(KBS)의 모습을 언론 기고를 통해 비판한 후 제주지역총국으로 발령받은 정연욱 KBS 기자는 21일 정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본부)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정 기자는 “처음 한국기자협회에선 익명 기고를 부탁했지만 이름을 걸고(실명으로) 글을 쓴 건 굳이 익명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기고 이후 벌어진 상황들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 KBS의 ‘이정현 녹취록’ 무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 후 제주방송총국으로 발령 받은 정연욱 KBS 기자가 21일 정오 언론노조 KBS본부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언론노조

정 기자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에서 발간하는 <기자협회보>에 ‘이정현 녹취록’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KBS를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고, 이틀 뒤인 15일 인사에서 제주방송총국으로 발령 났다.

KBS본부는 정 기자가 신입 기자들이 의무적으로 하는 지역 순환근무(2012~2013년)를 이미 마쳤고, 경인방송센터로 발령 난 게 지난 3월이라는 점을 들어 ‘부당 인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S PD협회 등 10개 직능단체는 물론 각 기수별 기자들도 사내 게시판에 잇달아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정 기자는 “KBS 보도본부 간부들이 발표한 성명에서 ‘이 글을 쓰고 무사할 줄 알았냐’, ‘회사 이름 팔아 (개인의) 이름값을 올렸다’고 했는데, 사실 회사(KBS) 측의 이번 징계(인사)로 이름값이 오히려 올라간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18일 KBS 보도본부 국‧부장단 31인은 성명을 내고 정 기자 등에 대한 인사발령에 항의하는 기수별 항의 성명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외부 매체에 황당한 논리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고를 하고서 아무런 일이 없길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며 “언제부턴가 외부 매체에 KBS를 깎아내리는 기고를 하는 게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영웅적인 행태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주장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가 부당전보와 사드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를 21일 정오 서울 여의도 신관 광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그러나 이날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거듭 부당인사라고 주장하며 회사 측에 시정을 요구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정현 녹취록을 통해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이를 비판한 기자를 상대로) 부당인사를 자행하는 건 결국 입막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를 만든 이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청와대가 보도에 개입한 증가가 만천하에 드러나도 KBS 간부들은 침묵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KBS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장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와 제6조(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를 위반한 혐의가 있는 고대영 사장과 KBS 임원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회에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는 당초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민주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사 측에서 민주광장을 폐쇄, KBS 신관 광장(개념광장)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KBS 본부 조합원들 외에도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MBC‧SBS‧EBS‧CBS 지‧본부장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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